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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루시와 10%

 

 

인간은 자기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신화가 있다.

오래 전 신경해부학을 배웠던 경험을 더듬어 보면

그 주장에 별반 동의하기 힘들다. 

일례로 인간은 보는 것만을 위해 뇌 뒤쪽을 온전히 내준다.

전두엽은 사고 기능-사고치고 난 뒤 변명하고 수습하는 기능 말이다-을 하고,

측두엽은 그 복잡다단한 감정을 관장한다.

측두엽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하는 경우

우리는 그 사림이 왜 이만한 일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하나씩 짝짓기를 하다보면 사람들은 자기 뇌의 대부분을 쓰는 것 같은데,

10%만 쓴다는 주장이 나온 것일까?

뇌에서 아직 기능을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시키는대로 하면 뇌사용량이 증가돼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 광고를 보니

혹시 이게 다 책을 팔아먹기 위한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현재 활동하는 뇌과학자 중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단다.

심지어 캐나다 출신의 뇌과학자 배리 베이어스타인 (Barry Beyerstein)은 이런 말로

그 학설의 맹점을 꼬집었다.

“90%의 뇌가 사용되지 않는다면 이 부분에 손상을 입어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뇌의 일부분에 손상을 입어도 심각한 증상이 야기된다.“

    

일전에 본 영화 중 <리미트리스>라는 영화가 있었다.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가설에 기댄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그저그런 작가에 불과하던 에디는 어찌어찌 구한 알약을 먹고는 뇌를 100% 사용하기 시작,

천재 예술가가 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금융업에 진출해 큰 돈을 번다.

뇌를 100% 써서 돈을 벌다니, 어째 좀 시시해 보인다.

나 같으면 기생충학계의 수수께끼 10선을 해결할텐데 말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는 <루시> 역시 뇌의 10%만 쓴다는 잘못된 가설로 만들어진 영화다.

가설이 잘못돼도 재미있기만 하면 좋을 테지만,

불행히도 루시는 재미를 주는 것에도 처절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 최민식은 영화개봉 전 루시가 마치 재미있는 것처럼 얘기했던데,

역시 자기 이익이 개입되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 영화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뇌의 24%를 사용하면 신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

뇌의 40%를 사용하면 주변의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뇌의 62%를 사용하면 타인의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다]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뇌의 60%를 쓰게 되면서 생각만으로 사물과 사람을 조종하는 경지에 이르고,

100%가 되니까 아예 그 자신이 슈퍼컴퓨터가 된다.

    

이 영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장이라는 뤽 베송은 도대체 왜 이런 영화를 찍었을까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정말로 뇌의 10%만을 쓰는 사람이 떠올랐던 것.

기억중추를 잘 안쓰셔서 수첩에 적은 게 아니면 말하지 않고,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를 너무 안쓰고 살다보니 참사 현장에 가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람.

중요한 약속은 다 깨면서도 별로 지킬 필요가 없는 증세는 없다는 문구에 얽매여

나라 살림을 거덜내는 사람.

자신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못 견뎌서 건전한 기업을 한 순간에 어렵게 만든 그 사람.

혹시 뤽 베송도 이 분에 관한 소문을 듣고 <루시>를 만든 게 아닐까?

하지만 뤽 베송이 절대로 알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그분께선 뇌의 10%만 쓰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국정원, 새누리당, 보수언론 등등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계시다.

뤽 베송이 모르는, 그분의 위엄이다.

  • 피로사회 2014.11.10 17:19

    오랜만에 포스팅하셨네요, 교수님. 반갑습니다^^
    정말 그분께서 당신의 존엄한 뇌의 10%만 사용하고 계신 거라면 과연 그 뇌가 100% 활용될 때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마저도 조종당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심히 두렵습니다!

    • 기생충서민 2014.11.11 00:37 신고

      그러게요 너무 오랜만이죠 사정이 많이 어려웠어요. 후후, 저는 뇌를 얼마 안써서 우리나라가 이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님은 반대로 생각하시네요. 이상하게 님 댓글이 더 일리있어 보입니다^^

  • 세눈박이욘 2014.11.10 23:55

    뇌를 10%만 써도 나라가 이렇게 잘 굴러가는데

    20%를 쓰면 경제 성장

    30%를 쓰면 통일

    40%를 쓰면 아시아 통합

    50%를 쓰면 세계 통합

    그리고 51.6%를 쓰면

    드디어 신의 경지에 오를겝니다.

    그 이상을 쓰면 우주 유일의 존재가 될터이구요.

    대한민국은 이미 최고의 뇌를 모셔 뒀지만

    아쉽게도 그 뇌 용량을 받쳐 줄 수첩이

    너무 얇다는게 현실의 벽이군요.


    수첩이 잘못했네!!!!!!

  • 이현애 2014.11.11 06:28

    혐오스런 사진 쓰지 않으셨어도 이해가 잘됩니다.ㅋㅋㅋ

    반인반신이라 불리던 박통은 뇌의 몇%를 썼을까요?
    정말 궁금해지네요.

    • 서민 2014.11.11 11:12

      안녕하셨어요 이현애님 제가 그간 너무 혐오사진에만 의존해 포스팅을 했던 게 아닌가 뼈저린 반성을 했답니다..^^ 박통이야 100% 다 쓰고도 모자라 남의 뇌도 다 갖다 쓴 게 아닌가 싶네요. 반신반인이 어디 쉽게 됩니까...

  • CJK 2014.11.11 13:57

    오래 전에 죠깅을 즐기셨던 어떤 분께서 말하셨죠.

    " 건강은 빌릴 수 없지만 머리는 빌릴 수 있다. "

    머리를 빌린다는 말은 용인술을 말하는 것일진대
    머리를 빌릴 머리조차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 편집자 2014.11.11 14:50

    안녕하세요. 유감스럽게도 저 위의 책을 편집한 편집자입니다. 서민 교수님이 책을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은 <뇌를 10%만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뇌도 하나의 장기이니,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하면 몸이 건강해지듯이, 뇌도 장기로서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저자도 의학계의 저명한 인사이고요, 어떤 의도로 이 책 표지를 사용하신지는 모르겠으나 루씨와 공연히 연결해서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사진을 내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기생충서민 2014.11.12 00:56 신고

      죄송합니다. 제가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다른 걸로 바꿨습니다.

    • 편집자 2014.11.18 10:43

      고맙습니다. 이렇게 빨리 대응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리겠습니다.

  • spongehong 2014.11.12 08:37

    저도 영화'루시'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교수님의 글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속이 시원하긴한데 걱정입니다. 뤽베송이 뇌를 10%만 써서 저런 영화를 만든게 아니라...그분을 언급하시길래...요즘 서슬이 퍼래가지고 제철만난 어부처럼 낚아올리시던데...

  • 길벗 2014.11.12 23:57

    다까끼-시바스리갈
    박지만-히로뽕
    그네-최태x,정x회
    애도있는년이 무슨 정치를-종필

  • 피구왕 2014.11.16 15:24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게하시는 교수님 ^^ 중독성 있는 교수님의 글 ~

  • Nkun 2015.02.06 17:10 신고

    ㅋ ㅋ ㅋ ㅋ
    뇌과학 전공하려는 학생입니다. 뇌를 몇 프로밖에 안 쓴다는 건 다 낭설이 맞구요.
    서민님의 유머에 무릎을 탁!치고 웃고 갑니다.

  • 달거니 2015.05.13 10:42

    ㅎㅎㅎ 속이 다 시원하네요. 역시 직설보다는 풍자와 해학이...ㅋㅋㅋㅋ 이거 오늘 첨 들어와서 보고 팬이 되어버렸네요. ^.^ 앞으로 쭈욱 좋은 글 부탁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