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염병 권하는 사회

박대통령은 천재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을 보면 천재가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메르스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고, 특히 여행업계가 타격을 입은 것은 다들 알 것이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 같으면 4대강 이외에 나머지 강들에도 보를 설치함으로써 경제를 부흥시켰을 테지만,

4대강이 가뭄을 막아주지 못한데다 큰빗이끼벌레나 녹조 등이 번창하는 것을 본 탓에

압도적으로 반대여론이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돈은 또 얼마나 많이 들겠는가?

그런데 우리 박대통령께서는 8월 14일을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효과는 드라마틱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은 지난 4일 하루 동안 국내외 전체 여행상품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1년 전 같은 요일(2014년 8월5일)과 비교해 판매가 165%, 2배 이상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삽질 한 번 안하고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리다니, 케인즈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이보다 더 신묘한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께서는 우리 국민들이 통행료 부담 때문에

막상 휴일이 생겨도 놀러가지 못할 것을 걱정하셔서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 주셨다.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국민들은 지금 배를 두드리며 격양가를 부르고 있다.

“법인세 깎아서 비는 곳간

담뱃값 올려서 채워넣고

메르스 못막아 파탄난 경제

임시휴일로 틀어막으니

이런 대통령이라도 있는 게 과연 이익인가?”




대통령의 신묘한 수는 이게 다가 아니다.

8월 4일, 우리 군의 하사 두 명이 북한이 설치한 지뢰 때문에 중상을 입었다. 




남북관계가 냉각되겠구나 싶었지만, 우리 측의 대응은 뜻밖이었다.

바로 그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경원선 복원행사에 참석해 남북통일을 외치셨다.

대통령의 말씀을 들어보자. 

“이 철길이 하루속히 북한까지 연결이 돼서 왔다 갔다 하시고, 가족도 만나시고, 고향도 방문하시고 그러는 날이 속히 오도록…”

여기서 주어가 ‘철길’인데 어떻게 왔다갔다 하시고 가족도 만나느냐고 시비걸지 말자.

과거의 난해한 말씀들에 비하면 그래도 이 정도면 민초들이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신 것이고,

중요한 건 주어가 누구냐가 아니라 이게 지뢰도발 다음날이었다는 점이니까. 

더 놀라운 일은 30분 뒤 벌어진다.

통일부가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것. 

자신의 뜻이라곤 없다시피한 부처가 바로 현 정부의 통일부였으니,

이것 역시 대통령의 뜻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대해 국민들은 어리둥절했고,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가 정신나간 게 아니냐고 펄펄 뛰었다.

이래서 유승민 의원이 정치적 하수인 거다.

생각해보자. 

우리 측의 대응에 가장 당황한 집단은 어디일까?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우리의 보복이 두려워 “우리가 안그랬다”며 발뺌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우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손을 내밀고 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저들의 의중이 뭐지? 저 손을 잡아야 하나? 아씨, 머리아파!”

즉 박대통령은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고도의 수를 쓴 것이었다.

뒤늦게 “국방부가 보고를 늦게 했다”느니

“도발에는 응징하면서 지속적인 대화노력을 하자는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느니

하면서 겸손한 척을 하지만,

우린 알아야 한다.

박대통령이야말로 진정한 고수라는 것을.

대통령께서 고수인 걸 알았으니 또다시 배를 두드리며 격앙가를 부르자.

“하마터면 찾아올 뻔한 전작권

영원히 미국 것으로 놔뒀고

북한의 지뢰도발에도

그저 웃기만 할뿐

군통수권자가 있기는 한 건가?”

'전염병 권하는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령 지지율과 치킨게임  (9) 2015.09.06
스승의 은혜  (17) 2015.08.31
박대통령은 천재다  (14) 2015.08.14
질의응답이 없는 이유  (23) 2015.08.06
겨울왕국 뒷이야기  (19) 2015.07.27
박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는 책  (12) 2015.07.23
  • 오징어 2015.08.14 04:40

    옳소!!!

  • ㅇㅇ 2015.08.14 09:23

    모든 의문이 한번에 해소되며 속이 뻥 뚤리는 느낌입니다!

  • 세눈박이욘 2015.08.14 12:35

    '철길'이 북한을 왔다갔다하고

    이산 가족도 만나고 북한 고향도 방문하고.....

    어버이연합과 서북청년단은 일어나라!

    '철길'을 빨갱이로 신고하고 처벌을 촉구하라!

  • 성삼기 2015.08.14 19:14

    그랬었구나
    전 또... 그런 깊은 수를 읽지 못하고
    한숨만 쉬었다니...

    깊은 통찰력 덕분에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 이현애 2015.08.14 20:14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장 차이'라는 속담도 있잖아요
    고로 '댓통은 바보다' 라는 말도 성립됩니다.
    오랫만에 들러서 한 수 배우고갑니다.

  • CJK 2015.08.16 16:56

    1. 격앙가 -----> 격양가

    2. 법인세 안 깎아서 비는 곳간 -----> 법인세를 깎았기에 곳간이 비었지요.
    법인세율을 환원하지 않아 빈 곳간이라고 하여야 맞는 표현일 것 같구요.

    3. (이 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도) 글 소재를 넓혀보는 것이 어떨
    까요? 어떤 아저씨 미국 가서 넙죽절 한 것, 그 거 보고서 아, 이런 것을
    서교수께서 블로그에서 갈궈줘야(?)^^ 하는데 생각했는데 말이쥬..

    읽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도, 순수 창작물(?)보다는
    조롱과 야유가 담긴 패러디물이 더 재미있더군요.. 더위 잘 이기시구요.
    글 잘 읽었습니다.

    • 유재춘 2015.08.15 22:25

      댓글을 달 수가 없네요.
      방법이 있는데 제가 모르는 것일수도.....

      근데 댓글에 댓글은 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이 분의 댓글에 이글을 게시하고자 하는데....님, 이해해 주실거죠?
      미리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서민님이 보실지....

      -----

      서민님 안녕하세요?
      글쓰기에 님께서 발휘하는 ‘천재적인 기지’에 평소 감탄을 금치 못하는 사람중 한명입니다.

      대단하십니다....^^

      근데 오늘은 님께서 작성하신 내용중 이견이 하나있어 망설이다가 이정도는 님께서 혼케히 참고할 것이다는 확신이 들어 이를 언급합니다. 님께서 작성한 그 부분입니다.

      “이 철길이 하루속히 북한까지 연결이 돼서 왔다 갔다 하시고, 가족도 만나시고, 고향도.....”

      여기에서 "왔다 갔다 하시고,.....”의 주어는 ‘철길이’ 아닙니다. 그 부분의 주어는 생략 되어있습니다. 즉, “(국민)여러분께서는” 정도의 주어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영어의 you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지는 제가 페북(제 페북 아이디: Jaechoon Yoo)에 얼마전에 게시한 글을 아래 다시 게시함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기지가 번듯이는 대단한 서민님, 계속 건필해주세요^^

      -아래-


      아래 어느 분께서 오늘 게시한 글에서 한글을 작성하는데 어순이 불안하다 자신이 없다? 고 걱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한마디 할께요. 근데 제가 이젠 이런 것 안한지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옛날처럼 설명을 잘 할 자신도 없고 좋은 예문을 들 수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 기억을 더듬어 간단히 알기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어학계는 한글같은 언어를 어순이 없는 언어(the word-orderless language)라 합니다. 어순이 없다니 뭔 말? 한글와 영어의 예를 함께 들어보지요.
      ...
      ‘영수는 순자를 사랑한다.’ 'Yungsu loves Soonja.’

      어순을 바꾸겠습니다. 한글입니다.
      영수는 순자를 사랑한다. => 순자를 영수는 사랑한다.

      어떻습니까? 어순에 변화를 주었지만 문장은 여전히 grammatical sentence로 남아 있지요? 또하나, 의미의 변화가 있나요? 없습니다.

      영어의 경우를 볼까요?

      Yungsu loves Soonja. => Soonja loves Yungsu.
      어떻습니까? 문장은 여전히 grammatical sentence입니다. 근데 변한 것이 있네요. 의미, 그치요?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영어의 경우 어순이 바뀌면 이와같이 의미가 달라지거나 ungrammatical sentence가 됩니다.

      John loves her. => Her loves John. 그렇지요? 이건 grammatical sentence가 아니죠?

      영어는 어순이 참 중요한 언어입니다.

      '사랑한다 순자를 영수는', 이 문장은 어떠합니까? 저는 국어학자가 아니기에 정말 몰라서 묻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공부하는 분이 계시다면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 문장, 한글에서 틀린 문장으로 간주하는지 아니면 ungrammatical sentence까지 보지는 않고 acceptable sentence 단계로 보는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하나 더 보겠습니다. 주어에 관한 겁니다. 한글은 주어가 없는 언어(the subjectless language)라 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한국 갔다 왔어.'
      주어가 없지만 한글에서 이문장 틀린 문장이라 하지 않습니다. 윗 문장은 '나는 한국 갔다 왔어'란 문장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 갔더니 고마 죽겠더라......등등...'

      영어의 경우를 봅시다.
      'Have been to Korea.'
      어떤가요? 저건 맞는 문장이 아닙니다. ungrammatical sentence입니다.
      즉, 영어에서는 주어가 없이는 문장이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거기 갔니?' 틀린 문장 아닙니다. 'Did (you) go there?' You가 없을 경우 이는 틀린 문장입니다.

      고로, 한글을 작성할때 어순과 관련해서 그렇게 심각한 수준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생각합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p.s.

      어순이 없다했다고 어순이 완전히 없다 어순 100% 필요없다 주어가 없어도 된다 했다고 언제나 없어도 상관없다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언어에는 예외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이 단계를 넘어가면 이제부터는 전문적인 단계로 간다 할 수있기 때문데 이 두가지 주제와 관련해서는 이 정도 하겠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하나더^^100년전의 한글과 지금의 한글은 다릅니다. 100년 전의 영어와 지금의 영어는 다릅니다.

      또 하나더, 말과 글은 다릅니다.
      글타고 박모대통령의 말이 들어줄만한 수준의 말이다...이말은 아닙니다. 결코 그러하지 아니하옵니다~^^*

    • 기생충서민 2015.08.17 04:03 신고

      윽....부끄럽습니다. 제가 좀 격앙된 나머지 격앙가라고...ㅠㅠ 사실은 원래 몰랐다는..ㅠㅠ 글구 2번도 수정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3번에 대해서는, 그냥 그분이 문상을 많이다녀서 그렇겠구나 생각했어요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 기생충서민 2015.08.17 04:06 신고

      안녕하세요 유재춘님 제가 원래 댓글을 잘 보는 편이어요 지적해주신 거 감사드려요.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래서 본문에 "이런 걸로 시비걸지 말자" 이렇게 쓴 거랍니다. 물론 평소 말이 안되는 말을 많이 하는 박대통령의 속성을 꼬집고자 하는 면도 있었는데요, 아무튼 괜한 걸로 트집잡아 죄송합니다 까려면 제대로 까야 하는데 말입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제 글에 이렇게 정성들여 글 써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 gilgadag 2015.08.17 14:40

    박정희만 서.
    박근혜만 서.
    개한민국만 서.

    • 유재춘 2015.08.17 22:36

      서민님, 고맙습니다.

      제가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저 글을 게시해놓고 속으로 은근히 걱정했는데요...역시나^^

      서민님, 고맙습니다. 서민님, 제가 언급한 것, 전체 흐름을 본다면 별 것 아닙니다. 걍 서민님께서 참고하신다면 좋겠다....더 좋은 글을 쓰시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서민님의 생각,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시한번 위와같은 댓글을 주신 것에 서민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서민님, 언제나처럼 앞으로도 건필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유재춘 배상

  • 빗장 2015.08.17 22:27

    한국에서는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복잡한 직무인 것 같습니다.
    지적하신 박근혜의 단점들이 대통령을 하는 데는 오히려 큰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골치가 아프거나 고통스러워 돌아버릴 테니까요.
    혼란스러운 데도 별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담담하게 직무를 수행해가는 모습에 많은 지지자들이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 내비둬 2015.08.17 23:17

    😭

  • 로즈 2015.08.20 00:53

    아.... 그렇군요... 음... 그럼 천재인가 봅니다... 에휴.....
    전 광복절 임시휴일부터 주말내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독립운동가들의 노고를 감사하며 보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광복절에는 여행가거나 놀고 싶지가 않네요.^^
    요즘 교수님 블로그 글 잘 읽고 있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