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에 강의를 갔을 때, 교육감실에서 교육감과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승환입니다.”

그와 악수를 하면서 놀랐던 건, 그 위치에 있는 다른 분들과 달리

소탈함이 몸에 배어 있어서였다. 

교육감이 되기 전 전북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는 걸 알고 난 뒤엔 더더욱 존경심이 깊어졌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코스를 거치고도 권위적인 면이라곤 일체 없었으니까.

흥미가 생겨 자료를 찾던 중 ‘눈물의 고별강의’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게 됐다.

교육감에 출마하느라 교수를 그만두게 된 그가 학생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한 강의였다.

그 동영상엔 이런 설명이 있었다.

["우리 교수님, 교육감 선거에서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전북 도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승환 예비후보의 제자들이 한 말입니다. '참, 이런 못된 제자들이 다 있나?' 이런 생각하셨죠?]

그를 만나본 뒤라 그런지 그 제자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금 전북교육청에 갔을 때, 교육감은 자리에 없었다.

그 대신 일군의 사람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건물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뭔가 싶어 플래카드의 글귀를 읽었더니, 놀랍게도 그들은 김승환 교육감을 욕하고 있었다!

김승환처럼 교육에 대한 철학이 깊고 정직하기까지 한 교육감이 있는 건 그 자체로 축복일 텐데, 

욕을 하는 게 말이 되나?

귀가한 뒤 인터넷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봤다.

이유를 알고나자 한숨이 나왔다.

사정은 이랬다.

야당이 들고나온 무상급식 때문에 복지 프레임에서 밀린 박근혜는

갑자기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며 3-5세 아이들의 어린이집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소위 누리과정 예산을 대선공약으로 내건다.



물론 대통령은 그 공약을 지킬 마음이 전혀 없었기에,

누리과정 예산 중 극히 일부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빚을 내서 충당하라고 했다.

(참고로 2016년 누리과정 예산은 총 2조1천억인데, 정부 지원은 3천억에 불과하다.)

안그래도 빚에 허덕이던 교육청으로선 생색만 내고 돈은 자기들이 부담하라는 대통령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교육청과 정부간의 지리한 싸움이 시작됐다.

명분은 교육청이 갖고 있었지만, 당장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게 아까운 학부모들은

교육청을 욕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교육청은 결국 빚을 내서 어린이집 비용을 내줬지만,

김승환 교육감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전북교육청 주위가 교육감을 욕하는 플래카드로 도배된 것.

“왜 이리 고집을 피우는지. 김승환 교육감 자신의 욕심만 조금 내려놓으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데, 갑갑한 양반이네요.”




어제, 김승환 교육감이 검찰조사를 받았다. 

이유는 좀 뜬금없었다.

3년 전 이명박 정부는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대입자료와 취업시 자료에 참고하라는 훈령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퇴학, 정학, 강제전학, 사회봉사 등

징계를 받는데 학교생활 기록부에 기재해 입시에 불이익을 주는 건 이중처벌”이라며 반대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강도 높은 감사에 들어갔고, 감사에 협조하지 않은 사실까지 추가해

김 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

이에 대한 경향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 대한 의견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나 지난 마당에 그를 소환하는 건,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 교육감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은 아닐까? 

“불의의 시대에 의인이 갈 곳은 감옥”이라고 말한 소로우 (HD Thoreau)가 생각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