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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의협이 되려면 “이번 「PD수첩」 사건 선고공판에서 판결 내용 중 일부가 의료계의 판단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대한의사협회의 성명은 정말이지 뜬금없었다. 판사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내린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그렇지만, 광우병 파동이 잦아들고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이런 성명을 낸다는 게 더 이상했다. 광우병 파동이 전국을 강타한 건 2008년 4월29일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직후였다. 협상을 잘못한 현 정부를 질타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고, 농림수산식품부는 「PD수첩」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1년이 넘도록 길고 지루한 공방이 오가는 동안 의사협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광우병에 대해 누구보다 잘 .. 더보기
네이처와 PD수첩 “내 꿈은 말이지, ‘네이처’지에 논문을 하나 실어보는 거야.” 그의 말을 듣고 적잖이 실망했다. 우리 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생님의 꿈이 노벨 의학상도 아닌, 학술지에 논문 하나 싣는 거라니.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안다. 그분의 꿈이 결코 소박한 게 아니었다는 걸.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에 논문을 싣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됐으니까. 좋은 학술지와 그저 그런 학술지는 인용 빈도에 따라 나뉜다. 전자에 실린 논문은 널리 읽히고 오래도록 다른 학자들에게 회자되는 반면, 후자의 논문은 저자마저도 읽지 않는다. 네이처는 그 ‘좋은 학술지’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거기 실린 모든 말은 그 자체가 진리고 빛이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누군가가 “저 사람 네이처야”(네이처에 논문을 실어봤.. 더보기
기생충을 닮은 당신께 “기생충학을 해보지 않겠니?” 졸업 후 뭘 할까 고민하던 본과 4학년 때, 기생충학 교수님의 권유는 그후 내 인생을 결정지었다. 그로부터 19년째, 난 앉으나 서나 기생충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기생충의 특성에 대해 한번 말해 보겠다. 첫번째, 기생충은 남의 것을 뺏는다. 대부분의 기생충은 작은 창자에 살면서 영양분을 섭취한다. 우리가 먹는 밥이 스스로 혹은 가족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얻은 것인 데 반해 기생충은 편안히 앉아 음식물을 받아먹는다. 자신이 열심히 벌어 얻은, 게다가 소화하기 좋게 잘 씹기까지 한 고기가 회충한테 간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생충을 퇴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건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남이 발로 뛰어 얻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