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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

투여사님, 10% 내놔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가 오늘 있었습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캠벨과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 그리고 중국의 투유유, 이렇게 세명이 공동수상을 했습니다. 앞의 두 명은 ‘강변실명증’이라고, 사람에게 실명을 유발하는 회선사상충의 특효약을 만들어낸 공로를 인정받았고요, 투유유 여사는 말라리아의 치료제를 만들어 내 수많은 인명을 구했습니다. 한 해 200만명 가까운 인명을 살상하던 악성 기생충 말라리아는 원래 기나나무에서 추출한 퀴닌을 원료로 한 클로로퀸을 썼지만, 웬만한 나라에선 다 저항성이 생겨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그래서 노벨상에 뜻이 있는 학자들은 말라리아의 신약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죠. 기생충학에서 노벨상을 탄 두 명은 모두 말라리아를 연구했으니, 대체약을 먼저 만든 사람이 세 번째 노벨상을 탈.. 더보기
박근혜 정부와 톡소포자충 톡소포자충은 고양이를 종숙주로 삼는, 아주 작은 기생충이다.이 기생충이 유명해진 것은 이것이 쥐로 하여금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 덕분인데,그렇게 하는 이유는 톡소포자충이 종숙주인 고양이로 건너가야 짝짓기와 자손번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톡소포자충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할까?처음에 쥐에게 들어오면 톡소포자충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활발히 증식을 한다.며칠 후, 숙주가 톡소포자충에 대해 면역을 갖게 되면 톡소포자충은 도망칠 곳을 찾다가 쥐의 뇌로 가고,거기서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서 숨어있다. 파란색이 톡소포자충으로, 쥐의 뇌로 숨어들어가 21일째부터 보이지 않는다 쥐가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려 면역이 약해지면 톡소포자충은 주머니를 깨고 나와 뇌에 엄청난 염증을 일으키지만,쥐가 건강한.. 더보기
관대한 채식 전성기 때 배가 나온 모습. 지금도 여기에 근접했다 월요일, 기생충학회 모임이 있었습니다.두시간 동안 중요한 안건을 결정하고 난 뒤여서 다들 배가 고팠습니다.삼겹살 집으로 갔습니다.연대 앞에 그렇게 맛있는 삼겹살집이 있는지 몰랐습니다.평소 ‘삼겹살이 나를 살게 해주는 이유’라고 말하던 전조조의 십만대군 앞에서 조자룡이 헌칼을 쓰듯이 젓가락을 휘둘렀습니다. 제 앞에 놓인 삼겹살을 다 해치우고 누룽지를 시키려는데옆 테이블, 그리고 그 옆옆 테이블에서 미처 굽지 못한 고기를 제 테이블로 건네 줍니다.전 다시금 조자룡이 됐지만,마지막 대여섯 점은 솔직히 힘이 들어군요. 수요일날, 간만의 사우나에서 체중을 달아보니제 체중은 생애 최고, 전문용어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었습니다.월요일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렇다.. 더보기
경제학과 기생충 경제학을 쉽게 풀어주는 조준현의 책 를 읽다가 감동했습니다. 저와 그리 친하지 않던 경제학이란 단어가 이젠 그리 멀리 있지 않게 느껴졌거든요. 좋은 책은 독자에게 작가가 되려는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가봅니다. 갑자기 경제학과 기생충을 연결시켜 글을 써볼 생각을 했으니 말입니다. 겁나 유치하다는 거 명심하시고 읽어 주시길. -- 플라톤, 이데아론 어떤 기생충이 몸안에 있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성충을 끄집어내서 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는 대신 대변검사를 통해 기생충의 알을 확인함으로써 어떤 기생충이 있는지 유추하려고 하는데, 여기서 ‘성충’을 이데아라고 한다면 기생충의 알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림자는 참이 아니듯 알도 비슷한 게 워낙 많아 알만 가지고 성충을 짐작하려 하면 틀.. 더보기
<공부논쟁>을 읽고 김두식 교수를 배신하려 한다 김두식 교수는 꽤 오랫동안 ‘내가 죽기전에 존경한다고 꼭 말씀드리고픈 10명’에 포함돼 있었다. 그런 분이 작년에 그 명단에서 빠진 건 창비에서 팟캐스트를 같이 하느라 이미 말씀을 드렸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께는 강교수님 모친상 때 말씀을 드렸으니, 이제 8명 남았다). 첫 저서인 이 나왔을 때만 해도 그분이 그렇게 훌륭한 분인 줄 몰랐다. 그리 잘생기지 않은 얼굴을 책 표지에 싣기에 “책 팔 마음이 없는 걸까”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그 책이 꽤 팔렸음에도 불구하고 안사고 버텼는데, 한 지인이 정말 좋은 책이라며 주는 바람에 결국 읽어 버렸다. 책을 덮자마자 김두식 교수의 팬클럽에 합류했고, 그분이 내는 책은 모조리 사면서 내 존경심을 보여드리고자 노력 중이다. 김두식 선생의 형님이 서울대 물리학과.. 더보기
오세훈의 십년 꿈, 어벤져스2 조스 웨던, 어벤져스 감독 (이하 감독)= 이번 영화는 어벤져스가 악당로봇을 물리치는 내용이야. 악당들이 IT가 발달한 나라의 연구소를 공격해 그 기술로 울트론이라는 악당로봇을 만드는 거지. 제작진=오, 정말 참신한 내용이야. 근데 연구소로 쓸 장소는 어딜 생각하고 있어? 감독 =그게 문제야. 도심에 있으면서 경관이 좋은 그런 곳을 찾기가 어렵단 말야. 연구소로 만들기 좋게 비어 있으면 금상첨화고. 제작진= 그건 걱정 마.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데서 찾으면 돼. 감독 = 그럼 안 돼. 내가 말했잖아. IT가 발달해야 한다고. 제작진 = 오, 웨던! 그건 불가능해. 경관이 좋은 곳에 첨단스러운 느낌을 주는 빈 건물이 서 있다고? 그것도 IT 강국에? 그때 맨 뒤에 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사내 =.. 더보기
전 지방선거를 목표로 뛰고 있지 않습니다 인지도가 너무 오른 탓일까요? 저보고 이번 지방선거에 나가야지 않느냐는 덕담이 하루 두번씩 들리기에 네이버 검색을 해본 결과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정당에서 연락온 적이 없는데, 웬 검색어가 저리도 많이 뜰까요? 어제는 제가 충남 도의원에 나간다는 기사도 떴습니다. 제가 충남 도의원을 목표로 뛰고 있답니다. 저...뛰고 있지 않습니다. 오늘 제가 서울에 다녀온 건 주름을 없애려고 한 것이지, 선거와는 무관합니다. 제 스물아홉 때와 지금 현재를 비교하면, 분명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1995년, 스물아홉살 때 제 모습입니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후의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서울에 간 것은, 과거의 저를 만나기 위함입니다. 믿어 주시면 감사하겠고요, 저와 지방선거를 키워드로 넣고 네이버에서 .. 더보기
내가 여자였다면 저는 못생겼습니다 어릴 적부터 못생겼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더 못생기게 보입니다 화장을 해도 못생긴 건 변함이 없습니다 김제동보다도 눈이 작습니다. 에 나오는 '향숙이'를 닮았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희 누나나 여동생도 못생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저희 누나는 제 친구 중 몇 명이 중학생 시절부터 짝사랑했을 정도로 괜찮은 외모고, 여동생은, 제 동기와 후배가 따라다녔을 정도로 미모입니다. 이런 추측이 가능합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지금보단 낫지 않을까?" 엊그제 베란다쇼 때문에 여장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과연 그랬습니다. 여장을 한 저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습니다. 그래도 전 제가 남자로 태어난 게 다행입니다. 여자로 가봤자 미모로 .. 더보기
기상청과 한파 작년 12월 5일, 눈이 많이 내린 그날, 각 언론은 ‘32년 만의 폭설’을 대서특필했다. 서울의 적설량이 7.8㎝였으니 결코 적은 양은 아니었지만, 25.9cm라는, 생애 최고로 많은 눈이 내린 게 2010년 1월 4일이었으니, 몇십년만이라며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런 보도가 나가는 건 기상청이 교묘한 방식으로 기록을 만든 덕분이다. 7.8cm의 눈도 “12월 초순 기록으로는 1980년 이래 32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이라는 식으로 포장되어 기록에 추가되고, 이틀 전 폭설 또한 12년만의 폭설로 기사를 탔다. 해마다 기상에 관한 수십개의 기록이 매스컴을 장식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데,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뭐 이런 걸 가지고 기록이라고 하나 싶은 게 많다. “5월 4일만 놓고 봤을 때는 7.. 더보기
20년 후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이번엔 좀 바꿔야지 않을까?” 김 노인의 말에 황 노인은 입에 넣으려던 라면을 내려놓았다. “바꾼다니? 대체 뭘 바꾼단 말이야?” 황 노인이 말할 때 라면 조각이 날아가 김 노인의 이마에 튀었지만, 황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자네는 저 위쪽에 있는 북한이 안 보이나? 걔네들이 로켓에 핵을 실어 우리나라로 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나 가겠어?” 김 노인은 이마에 붙은 라면을 떼어냈다. “자네 말도 이해해. 공산화가 된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 그런데 말이야, 북한도 북한이지만 우리 삶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지 않아? 곧 겨울이 오는데 정부에서 난방 보조금을 깎았다잖아.” 라면 국물을 마시던 황 노인은 젓가락으로 탁자를 찍었다. “그렇게 북한이 좋.. 더보기
삼성과 박근혜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벌써 20일이 지난 얘기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삼성의 우승으로 끝났다. 시즌 전부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삼성의 우승을 예상했다. 이런 일에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리기 마련이지만, 올 시즌만큼은 다른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가 없을 정도였다. 삼성이 2011년 우승팀이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삼성은 어느 팀보다 두꺼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었고, 홈런타자 이승엽이 가세했으며, ‘끝판대장’이란 호칭에 빛나는 철벽 마무리 오승환이 있었다. 그렇다고 삼성의 우승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시즌 초반 주전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작년 30개로 홈런왕에 올랐던 최형우가 올 시즌 친 홈런은 고작 14개였고, 10승을 올리며 작년 삼성의 우승에 기여한 차우찬.. 더보기
[서민의 과학과 사회]중남미 국가들의 은혜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땅을 파 내려가면 아르헨티나 근처로 나온단다. 축구를 잘하고 마라도나라는 축구신동을 배출한 탓에 아르헨티나는 대부분 알 것이다. 근처에 있는 브라질은 축구를 더 잘하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고, 우루과이는 우루과이 라운드 때문에, 칠레는 남북으로 가장 긴 나라라서, 자메이카는 우사인 볼트, 쿠바는 카스트로, 멕시코는 전통의상 때문에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다. 이 나라들을 중남미 국가라고 부르는데, 중남미에는 이들을 포함해 총 33개나 되는 나라가 있지만 위에서 예를 든 나라를 제외하면 우리가 모르거나 알아도 이름 정도밖에 모르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하지만 이 중남미 국가들이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는 건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다. 우리.. 더보기
007과 박근혜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20년 전만 해도 스파이물 하면 다들 ‘007 시리즈’를 떠올렸다. 1962년 처음 만들어진 후 20편이 제작된 007 시리즈는 어렵고 고독한 직업일 스파이에 대해 그릇된 환상을 품게 만들었다. 미끈하게 잘생긴 얼굴에 고급양복을 입고 미녀들을 마음껏 유혹하는 스파이라니, 한번쯤 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시리즈마다 황당한 설정이 반복되자 팬들은 점점 식상감을 느꼈다. 게다가 강력한 적이던 소련이 해체된 탓에 007이 왜 필요한지조차 의문시됐고, 이런 회의감은 흥행의 보증수표였던 007 영화에 관객이 발길을 끊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 틈을 비집고 등장한 게 1996년부터 시작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다. 세계 제일의 미남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이 시리즈는 몸을 사리지 않는 주.. 더보기
국토부의 무릎반사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의자에 앉은 사람의 무릎을 망치로 때리면 어떻게 될까? ‘아프다’라고 할 분이 계시겠지만, 원하는 정답은 발이 위로 올라간다, 즉 ‘무릎이 펴진다’다. 다들 한번쯤 들어봤을 무릎반사로,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며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다고 해서 ‘무조건반사’라고 부른다. 이와는 달리 조건반사는 특정 조건을 경험한 사람만이 보이는 반응으로, 학습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외삼촌이 집에 올 때마다 조카에게 용돈을 준다면, ‘외삼촌이 온다’는 말만 들어도 조카는 가슴이 뛰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며, 그 돈으로 뭘 살 것인지를 머릿속에 그린다. 그런데 조건이냐 무조건이냐가 실제 세계에선 잘 구분이 안 갈 때가 있다. 대통령 각하의 숙원사업인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기.. 더보기
권력은 고래도 숙이게 만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생활 내내 군부독재와 싸워온 투사였다. 1979년 그는 뉴욕타임스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는데, 그게 빌미가 되어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이 사건은 부산과 마산의 대규모 시위, 즉 부마항쟁의 계기가 됐다. 유신정권은 그로부터 한 달을 못 넘기고 막을 내린다. 그 뒤 이어진 전두환·노태우 정권과도 대립각을 세우던 YS는 난데없이 3당 합당을 통해 군사독재 세력과 뜻을 같이하게 되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대통령을 꼭 해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같이 커피 한잔 하는 것도 싫었을 사람들과 한방을 쓰게 만드는 것, 권력욕이란 이런 걸 가능하게 해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기간.. 더보기
평강의 후예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를 하기 전에도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이었다. 현대건설에 다니는 동안 보통 사람은 꿈도 못 꾸는 재산을 모았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여생을 보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아주 가끔씩 재산의 0.1%도 안될 몇 천만원 정도를 좋은 일에 기부하면 “훌륭한 분”으로 칭송도 받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정치판에 뛰어드는 바람에, 그리고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그는 절반이 넘는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는 중이다. 수상한 점이 있긴 하지만 3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헌납했음에도 시선이 싸늘한 건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 그분은 정치 같은 것을 해서 스스로 피곤한 삶을 사는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보통 사람의 한계다. 보통 사람이야 수백억원의 재산에 만족하며 살 수 있지.. 더보기
디스토시드와 의사 처방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사례 1. 한 남자가 대변을 보다가 5㎝쯤 되는 조각들이 변기물 위에서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기생충이라고 생각한 그는 회충약을 복용했지만, 그 조각들은 두 달 후 또다시 기어나와 그를 좌절시켰다. 병원에 입원해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 봤지만 그 조각들로부터 벗어나는 데 실패한 그는 결국 우리 과에 연락을 했다. 진단 결과 그가 걸려 있던 기생충은 아시아조충으로, 그가 베트남에서 돼지 간을 먹을 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사례 2. 또 다른 남자가 대변을 볼 때 느낌이 이상해 변기 안을 들여다봤다. 그 안에는 50㎝쯤 되는 기다란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기생충임을 직감한 그는 회충약을 먹고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기다란 물체는 시시때때로 대변을 통해 기어나와 그를 아.. 더보기
‘떡’에 관한 추억 곡식의 가루를 찌거나 익힌 뒤 모양을 빚어 먹는 음식을 떡이라고 한다. 곡식이 주원료니 주식이 쌀인 동아시아에서 발달했고, 그 중에서도 한국은 대표적인 떡의 나라다. 낙랑의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된 데서 보듯 우리나라에서 떡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건 원시농경시대로 추정된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설날에 떡국을 먹지 않으면 나이를 안 먹는다고 생각했고, 추석 땐 온 가족이 송편을 빚었다. 지금도 떡은 아이들 돌잔치를 비롯해 회갑연 등 각종 기념일에 없어선 안되는 음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떡은 대부분 좋은 의미, 즉 원하는 것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다음 말들을 보면 우리가 떡을 얼마나 숭상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이게 웬 떡이냐/ 그림의 떡/ 남의 손의 떡은 커 보인다/ 양손의 떡/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 더보기
검사들에게 상상력 교육을 70, 80년대 공안검사들은 정말 대단한 상상력을 지닌 분들이었다. 아주 사소한 범죄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배후를 캐냈다. 있는 배후를 캐내는 거야 당연히 해야 하는 거겠지만, 이들이 윗분들로부터 칭찬을 받은 건 없는 배후도 만들어내는 능력 때문이었다. 예컨대, 이건 내가 지어낸 예긴 하지만, 한 대학생이 길을 가다가 재채기를 했다고 치자. 보통 사람 같으면 코에 꽃가루 같은 게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말겠지만, 공안은 이 평범한 재채기에서도 건수를 찾아냈다. 극비문서를 동그랗게 만 뒤 재채기를 통해 전달했다고 가정하고 그를 잡아 족치고, 재채기를 할 때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도 접선자라며 붙잡아 온다. “여섯 사람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케빈 베이컨의 법칙도 있는 마당이니, 이들과.. 더보기
휠체어의 또 다른 용도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앉은 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바퀴를 단 의자.” 휠체어에 대한 네이버의 설명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게 어려운 나라이다. 길을 만들 때 장애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탓인데, 뉴스를 검색해보면 “휠체어장애인 배려 없는 여수박람회장”이라든지, 곳곳에 놓인 장애물 때문에 “수원 팔달구에서 불과 550m를 휠체어로 이동하는 데 48분이나 걸렸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계단은 그 장애물 중 으뜸이라 할 만하다. 특히 지하철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는 ‘살인기계’로 불릴 만큼 악명을 떨쳤는다. 이게 문제가 되어 휠체어리프트는 엘리베이터로 바뀌었지만, 2년 전 대전 지하철역에선 한 장애인이 엘리베이터 통로로 추.. 더보기
문대성, 나한테 전화하지 그랬니 “서민 교수님이시죠? 문대성입니다.” 그의 이름을 듣고도 별로 동요하진 않았다. 그 문대성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연결지어 생각하기엔 너무 오랜 세월 문대성을 잊고 살았으니까. 그저 변에서 몇십센티짜리 기생충이 나왔다든지, 아니면 아들의 항문에서 요충이 나온 중년 남성으로만 생각했다. 내가 반응이 없자 그는 좀 서운했나보다. “저.. 태권도 선수 문대성인데요, 2004년 아테네에서...” 그 말을 듣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포츠스타한테 전화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허공에다 인사를 하면서 영광이라고 했더니 그는 그제야 기분이 좋아진 듯 호쾌하게 웃었다. “근데 무슨 일이신지..?” “좀 뵙죠.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다음날 오후, 난 문대성과 연구실에서 마주앉아 있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보기
마마보이의 고백 1. 나경원 출근을 하려고 태조산 고개를 넘던 중 갑자기 주혈흡충과 나경원에 관한 글을 쓰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퇴근 후 컴퓨터에 앉아 글을 완성했고, 두어 번 읽어본 후 신문사에 보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3202110185&code=990000 글을 쓸 때 제일 신경쓰는 대목은 바로 고소를 안 당하는 것. 게다가 상대가 고소의 달인인 나경원이라면 충분히 몸을 사릴 만했고 글을 읽어본 아내 역시 “이러다 고소당하는 거 아니야?”라며 걱정을 한다. 하지만 난 믿는 게 있었다. 내 어머니가 나경원 어머니와 약간의 친분이 있다는 거. 어머니한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엄니, 저 나경원을 기생충에 비유했어.. 더보기
강용석과 학벌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동양인 가드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욕 팀의 제레미 린이 그 주인공. 미국으로 건너간 대만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린은 '동양인은 안된다'는 편견을 깨며 연일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더 화제가 되는 건 그가 하버드 경제학과 출신의 수재라는 점이다. 그게 알려지고 나니 사람들의 찬사가 더 증폭된다. 패스 하나를 할 때마다 "역시 하버드 출신은 다르다" "머리가 좋으니 플레이가 창의적이다"라는 감탄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농구 머리와 공부 머리는 엄연히 다르다. 현재 NBA에서 최고의 가드라는 평을 듣는 크리스 폴은 공부와는 담을 쌓은 선수지만, 그의 플레이는 제레미 린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다. 그럼에도 린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하버드대 출신의 가드답게 경기 운.. 더보기
‘막말녀’가 횡행하는 사회 지하철에서 젊은 여자가 남자와 싸우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삽시간에 검색어 1위가 된 그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여자를 욕하며 신상을 털었다. 실수로 발을 밟은 건 남자였고, 먼저 심한 욕을 한 것도 남자 쪽이었다. 여자의 막말은, 그러니까 남자의 막말에 이어진 나름의 대응이었다. 몸싸움도 마찬가지였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음 역에서 내리라며 손을 잡으려 하자 여자가 손을 뿌리쳤고, 남자가 여자 어깨를 밀치자 여자가 남자 뺨을 때린 거였다. 그럼에도 이 동영상의 제목은 ‘지하철 막말녀’였는데, 이게 과연 ‘욕설에 주먹다짐까지… 경악’이라며 여자만 욕할 상황인지 모르겠다. 여자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서 그런 제목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개가 더 잘 짖는 것처럼, 남자에 비해 신체적 조건이 월등히.. 더보기
내 아내를 MBC 사장으로 내 이름을 넣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완소남’이란 믿어지지 않는 단어가 뜬다. 요리하는 사진을 보고 경향신문 기자가 붙여준 찬사인데, 그 사진만 본다면 내가 아주 가정적인 남자인 것 같다. 하지만 그날 이후 요리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는 데다 남편으로서 가져선 안될 치명적인 단점까지 있으니, 완소남이란 호칭은 말이 안된다. 그 단점이란 화나는 일이 있으면 혼자 삐쳐서 말을 안 해버린다는 것. 예컨대 고등학교 때 학교에 입고 갈 바지가 없다는 이유로 사흘 동안 말도 안 한 채 TV만 봐서 어머니를 속상하게 만든 적이 있다. 아들이 입을 바지가 없는데 어머니는 대체 뭘 하셨냐는 일종의 시위였는데, 바지를 사달라고 졸랐으면 될 걸 그런 식으로 파업을 하는 게 정상은 아니었다. 이런 성격은 어른이 된 뒤에도.. 더보기
기생충학과 새누리당… 누가 먼저 전 국민이 회충 한 마리씩 몸에 지니는 게 예의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변을 볼 때 회충이 나오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게 아니었고, 그게 입으로 기어 나와도 조금 놀라는 정도였단다. 서울의대를 시작으로 전국의 의과대학에 기생충학과가 만들어진 건 그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기생충학의 태동은 학문연구보다는 당시 시급한 과제였던 전 국민 기생충 감염률을 낮추는 게 목표였다. 정부와 기생충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기생충은 서서히 박멸되기 시작했다. 1971년 84%에 달하던 기생충 감염률은 점점 떨어져 1990년대 초 선진국 수준인 3%대에 진입했고, 그 뒤로도 꾸준히 3%대의 감염률을 유지하고 있다. 당면과제가 해결되자 기생충학자들은 기생충을 이용해 인류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더보기
우리들의 ‘황금청계상’ 여러 가지로 상황이 안 좋긴 해도, 명절은 마음만은 넉넉해지는 때. 설 연휴를 보내며 그간 애쓴 사람들에게 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 중에도 열심히 한 분들이 많지만, 다방면으로 애쓰신 정치권 인사들에게 우선적으로 상을 드린다. - 최다무죄상 : 한명숙 전 총리. 위 사람은 ‘반드시 잡아넣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정치검찰에 의해 계속적인 기소를 당한 끝에 3차례나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특정 정부 치하 최다 무죄’ 기록을 경신하였기에 이 상을 수여함. - 이름값상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위 사람은 방통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순간부터 조·중·동이 종편을 따낼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애를 써왔고, 그들이 결국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이후에는 접근성 높은 채널 선사, .. 더보기
한나라당 ‘디도스 공격’의 이유 지난해 10월, 기자들이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김어준이 진행하는 (이하 나꼼수)를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기엔 체면이 깎이고, 평소 김어준과 친분이 있는 걸 과시하고 싶기도 했던 홍준표는 즉각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한다. “김어준, 황금시간대에 한 시간만 비워 달라.” 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미디어파일의 형태로 인터넷에 올라오고, 사용자들은 그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원하는 시간에 듣는다. 이걸 팟캐스트라고 하는데,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을 합친 말이다. 드라마가 시청률로 승부를 내듯이, 팟캐스트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었는지 시시각각 순위가 나온다. 팟캐스트 1위는 꽤 오랜 기간 가 차지하고 있는 중인데, 황금시간대 운운한 것으로 미루어 홍준표는 팟캐스트의 개.. 더보기
고위 공직자 다루는 법 진대제는 세계적인 IT 전문가로 삼성에서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IT산업을 일으켜 10년 후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를 마련해 달라”며 그에게 정보통신부 장관 자리를 제안했다. 결국 그는 수십억 원의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분야 강국으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공직에 ‘자기희생’과 ‘봉사’의 개념이 담겨 있다면, 진대제야말로 모범이 될 만한 공직자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위 공직자 중엔 희생과 봉사보단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공직자가 된 사람이 있다. 꿈을 좇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 꿈이라는 게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임무와 동떨어진데다 국민들의 이익과도 배치되기 십상이라는 게 문제다. 그 결과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불명예.. 더보기
북한과 선거 올해 12월18일까지의 정황은 이렇다.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사이버 테러에 청와대 행정관이 관련됐다는 물증이 나왔고, 사건을 전후해 비서들 사이에 금품이 오간 사실도 확인됐다.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 7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는 게 밝혀졌고, 대통령의 사촌처남과 동서가 뇌물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사건들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현 정부가 참 운이 좋다는 세간의 평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로선 김 위원장의 다소 이른 죽음이 아쉬울 거다. 그의 사망이 지금이 아니라 대선을 앞둔 내년 이맘때였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우리 유권자들은 북풍만 불면 한나라당 계열에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1987년 대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