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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윤진숙 장관의 빛과 그림자 그녀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 웃음은 전염성이 있어서 다른 사람도 따라서 웃게 되지만, 그녀의 웃음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던 건 전혀 웃을 시점이 아닌데 웃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인 청문회에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계속 질타를 받는 상황이라면, 보통 사람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을 테지만 그녀는, 놀랍게도 실실 웃었다. 여수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돼 수많은 어민이 피해를 봤을 때, 그에 대한 대책을 묻는 의원들 앞에서 그녀는 웃었다. 지금이 웃을 때냐는 질책에도 굴하지 않고 말이다. 청문회 때 사람이 웃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가 있다. 매우 뛰어난 자신한테 너희들이 뭔데 대드느냐는 마음으로 웃는 냉소적인 웃음과 아는 게 없을 때 어색함을 풀어 보려는, 상황모면용 웃.. 더보기
문재인은 왜 졌을까? 명절 때만 되면 아내는 내게 물었다. “여보는 왜 선물을 하나도 못 받아?” 대학에서 조용히 강의만 하는 사람이 무슨 선물을 받겠느냐고 넘어갔는데, 인지도가 상승한 탓인지 올 설에는 선물을 무지하게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선물들을 보는 순간 내 주위에는 온통 좌파들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1) 홍삼 이번에 대학원에 들어온 K가 천안까지 찾아오겠다고 해서 서울 갈 일이 있을 때 서울역에서 보자고 했다. 저녁을 사주면서 대학원생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는데, 갑자기 그가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내게 주면서 설 선물이란다. 홍삼이었다. 내 나이로 보나 평소 근력으로 보나 홍삼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은데, 대체 왜?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K가 날 보면서 씩 웃었다. 그랬다. K는 좌파였고,.. 더보기
벌써 각하가 그립습니다 1997년 개봉했던 영화 의 내용은 이렇다. 박신양은 아내 최진실을 남겨둔 채 뇌종양으로 죽는다. 실의에 빠진 최진실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하는데, 놀랍게도 그건 박신양이 보낸 편지였다. 자신이 죽으면 아내가 너무 슬퍼할까 걱정한 박신양이 자신의 죽음 이후를 가정하고 미리 편지를 써놓은 거였다. 그 후로도 계속 도착한 편지 덕분에 결국 최진실은 실의에서 벗어나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진다. 이 영화를 감명깊게 본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었나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퇴임 이후 국민들이 자신을 너무 그리워할까봐 자신을 환기시킬만한 장치를 곳곳에 설치해 뒀다. 대표적인 게 4대강 사업. 강이 녹색으로 변하거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거나, 공사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등등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아.. 더보기
대통령을 왜 욕하는가 자기가 늦으면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둘러대지만, 다른 사람이 그런 핑계를 대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타박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특히 좌파들이 그런데, 그들이 모여앉아 대통령 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저 답답해진다. 왜 그들은 대통령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욕을 할까? 몸을 사려야 할 연초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이해해 줘야지 않느냐,는 취지다. 1) 이해의 첫걸음; 증세 지난 8월, 정부는 ‘2013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봉급생활자의 세금감면 혜택을 줄인 것이 핵심 내용으로, 그대로라면 연봉 4천-7천만원인 사람들은 그로 인해 연간 16만원을 더 내야 한다. 사람들이 반발하자 놀란 청와대는 .. 더보기
응답하라 피디는 좌파다 응답하라 1994의 시청률이 10%를 넘나드는 건 그게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라는 점에서 충격 그 자체다. 이 드라마를 만든 신원호 피디는 2011년 말 KBS에서 tvN으로 건너왔다. KBS에서 예능을 담당했던 신피디가 갑자기 드라마를 하겠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신피디가 만든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전례가 없는, 평균 4%의 시청률로 대박을 쳤다. ‘응답하라 1994’는 전편의 인기에 힘입은 속편이라는 점에서 신피디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은 1997년을 호출하는 것이었으리라. 외환위기를 앞두고 우리나라 1등신문은 "위기가 아니다"라고 예측,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왜 하필 1997년일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1997년은 그다지 좋은 뉴스가 없다. 새해 초부.. 더보기
대통령 이용법 지난 정부 때 소위 좌파들은 5년 내내 탄식만 해댔다. 문제는 그 좌파 분들이 현 정부 들어서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한다면서 “불통”이니 뭐니 탄식만 해오지 않았던가. 이 추세로 보아 임기 내내 “해도 너무했다” “대통령이 이럴 수가 있느냐” 같은 말만 하다 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고, 그 차이를 잘 파악해서 대처한다면 남은 4년을 탄식 대신 미소로 보낼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예측이 어려운 분이셨다. 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으니 돈의 관점에서 본다면 얼추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 형님과 아들, 영부인 등 친인척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데다 측근.. 더보기
네 시대로 돌아가렴 베란다쇼에 유명 관상가가 나온 적이 있다. 출연자들의 관상을 하나씩 봐주던 관상가는 내 얼굴을 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한다. “이분은 현대인의 얼굴이 아니라 고대인의 얼굴입니다.” 얼굴이 너무 진지해서 농담하는 것같진 않았지만, 생전 처음 듣는 그 말에 난 그냥 자지러졌다. 다른 출연자들이 “국사책에 나오는 보부상의 얼굴을 닮은 거 같아!” “네 시대로 돌아가라” 같은 말을 하는 차에 관상가는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빨리 현대인의 얼굴을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 관상가가 바로 이분.... 그 말을 들을 땐 웃느라 다른 생각을 못했지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 눈이 좀 작다 뿐이지 내 모습은 정말 보부상과 닮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내가 어려서부터 느꼈던, 내 외모에 대한 이질.. 더보기
십이지장충과 청와대 행정관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어릴 적 기생충 하면 떠오르는 3대 기생충 중 하나가 바로 십이지장충이었다. 사람의 소장을 세 부분으로 나눴을 때 위 바로 아래 부위가 십이지장충이고 그 다음에 소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장(jejunum)이 위치하며, 마지막에 있는 게 회장 (ileum)이다. 그러니까 십이지장충은 말 그래도 십이지장에 사는 벌레, 영어 학명도 Ancylostoma duodenale로, 'duodenale'는 십이지장을 뜻하는 'duodenum'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렇다면 십이지장충은 정말 십이지장에 살까? 시험문제를 내면 가끔 틀리는 학생이 나오기도 하던데, 그건 아니다. 십이지장은 길이가 그리 길지도 않은데다 위에서는 위산이 내려오고 담도에서는 담즙이 분비되는 등 기생충이 살기에 .. 더보기
초능력 내각 어릴 적, 유리 겔라라는 초능력자가 우리나라에 왔다. 그는 눈에서 나오는 염력을 이용해서 숟가락을 구부리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는데, 당시 TV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그런 초능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 숟가락을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 그런 초능력자들이 대거 등장한 모양이다. 먼저 김무성 의원. 그는 대통령 선거일 닷새 전인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서면 거리 유세장에서 쪽지에 적힌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읽었다. 당시만 해도 김무성 의원은 대화록을 본 적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대화록의 요지를 다른 이에게서 전달받은 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대화록이 국민의 알 권리를 중시하는 국정원에 의해 공개되고 나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김 의원이 유세 때 읽은 내용이 대화록.. 더보기
수도 이전만이 살길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 발언을 뉴스로 접하고 기절할 뻔했다.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천안에 살아서 아는데, 그거 북한소행 맞다. 걱정이다. 불교. 개신교. 기독교까지 좌파에 점령당했다면 좌파가 없는 청정지대가 도대체 이 나라에 있기나 한 걸까?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해 좌파 학생을 양성하고 있고, 불발되긴 했지만 이외수 선생은 진짜사나이 강연을 통해 시청자들을 세뇌시키려 했다. 심지어 눈이 작은 한 교수는 기생충을 이용해서 공산혁명을 완성시키려 발악을 하고 있다. 좌파의 효시인 마르크스가 태어난 나라는 이억만리 떨어진 독일인데, 웬 좌파가 이리 득실댄단 말인가? 더구나 6.25를 통해 좌파의 위험성을 몸소 체험한데다 그 이후 정권에서 틈날 때마다 좌파를.. 더보기
박근혜 대통령님 전상서 대통령님, 이번 서유럽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특히 런던에서는 꿈에도 그리던 마차를 타고 버킹검궁으로 가셨다지요? 원래 마차는 공주님이 타야 제격인데, 한때 유신공주란 별명을 가졌던 대통령님이 타니 어찌나 마음이 흐뭇하던지요. 국내에서도 검은 차 대신 마차를 계속 이용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저뿐은 아닐 겁니다.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성공적 순방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댓글 사건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사건을 빌미로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시험볼 때 커닝을 해서 다섯문제를 더 맞았다고 해도, 2등과의 차이가 일곱문제쯤 났다면, 즉 커닝으로 인한 상승분을 빼도 1등을 하는 거라면, 그건.. 더보기
채동욱 총장보다 조선일보를 믿는 이유 “조선일보는 해당 아동이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이라는 점에 대해 아무런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조선일보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내면서 그 아들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된 그 아이에게 “유전자 검사에 응해 줄 것도 부탁드린다”라는 말도 했다. 사람들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저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자기 아이가 아닐 수도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그 아이가 채 총장의 아이라는 쪽이다. 주위 사람들 세명에게 물어서 2명이 “맞지 않냐?”라고 했으니, 무려 67%의 지지율을 보이는 셈이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임을 믿는 이유는 그걸 처음 보도한 신문이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늘 사실만 보도하는 정론지니까.. 더보기
네티즌 전상서 제가 아무리 써봤자 미디어스 김완 기자님 등 앞서 패러디를 쓰신 분들의 작품에 필적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영해 기자님께 존경의 뜻을 표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강렬해, 몇 자 적어봤어요. 재미 없더라도 너그러이 양해 바랍니다. ------ 제목: 네티즌 전상서 ※ 이 칼럼은 최영해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실제 삶과 관계없이 그의 명칼럼 ‘채동욱 아버지 전상서’만 읽고 최 논설위원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 제가 동아일보에 칼럼을 쓴 건 2006년 가 처음입니다. 올해까지 하면 벌써 8년째, 태어나서 뭔가를 이렇게 오래 해본 건 처음이에요. 그게 제가 제일 못하던 글쓰기라니, 저한테 “글 말고 몸 쓰는 걸 해봐. 앞으로 우리나라에 삽질할 일이 많아질 거다”라고 충고했던 고등학교 담임이.. 더보기
대한민국의 수호자들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 청문회 때 나온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질문에 한숨이 나왔다. 증언대에 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광주 출신이란 점을 물고 늘어진 건데, 질문의 의도와 배경이 졸렬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따지면 대구가 고향인 박근혜 대통령에겐 “경상도의 대통령이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냐”라고 따져물을 수도 있겠다. 문제는 이게 조의원 개인의 생각이 아닌, 우리나라를 수십년간 지배해온 소위 보수세력의 한결같은 생각인 것 같다는 거다. 궁금했다. 이따위 졸렬한 사고체계를 가진 국회의원이 있는 당이 집권당인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망하지 않고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을까? "NLL 대화록 실종 물타기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은 각성하라"라고 쓴 플래카드 그 생각을 하면서 늦은 오.. 더보기
대통령과 고등어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 보니/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그룹 산울림의 등장은 내게 충격이었다. 대부분의 대중가요가 사랑을 주제로 한 것들인데 비해 산울림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소재로 아름다운 노랫말을 만들었으니까. 산허리를 구름이 휘감고 있다거나-“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위에서 언급한, 냉장고에 절인 고등어가 들어 있다는 식의 얘기도 훌륭한 노래가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산울림은 잘 보여줬다. 즉 산울림은 대중가요의 지평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내게 충격이었다. 원래 정치인은 말로 자신을 .. 더보기
납량특집 내각 에어컨이나 선풍기, 이열치열, 보양식 등 여름을 이기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짜릿한 공포를 느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헐리우드에서 여름만 되면 공포영화를 선보이는 것도 그 때문, 본 블로그에서도 방문객들에게 짜릿한 공포를 선보임으로써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새 내각을 발표하는 게 바로 납량특집의 설정. 1) 통일부장관: 조갑제 조갑제는 “주석궁에 국군 탱크가 진주하는 것이 진정한 통일의 완성”이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 바 있다. 개성공단 회담의 결렬에서 보듯 남북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 와중에 조갑제가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화룡점정이 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무섭다. 2) 외교부장관: 변희재 두려움은 상대의 전력을 전혀 알 수 .. 더보기
새누리 국민 되기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라.” 성 암브로시오의 명언이라고 전해져 온 속담이다. 이 속담을 우리나라에 맞게 변형시키면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는 새누리 법을 따라라.” 왜 그래야 하느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요 몇 년 새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고, 결국 공황상태에 빠진다. 그러느니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잘 적응해서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터, 이 글은 그러니까 새누리 공화국 치하에서 성공할 수 있는 처세술을 요약한 것이다. 상황1. 학생이 시험 시간에 커닝페이퍼를 보다가 감독 선생에게 걸렸다. 이때 학생이 해야 할 올바른 행동은? 답: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받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짓, 오히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 더보기
사인 (Sign) 노크 소리가 났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국방장관 호프만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 연락 받았소. 벌써 3년이 된 거요?”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라도 인사를 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국 국방장관 김보수는 호프만에게 억지웃음을 지었지만, 호프만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아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도장만 찍어주면 되는 건가요?” “네, 늘 그렇듯이...” 머리를 조아리는 김보수를 보면서 호프만은 6년 전 일을 떠올렸다. 2051년, 부임 2년째를 맞은 호프만에게 비서가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한국 사내는 한국 국방장관 김극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전시작전권을 3년 연장해 달라고 찾아왔다고 했다. 업무 인수인계 도중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땐 무슨 소리인지 전혀.. 더보기
국가기관과 기생충 기생충을 연구하다보니 기생충도 사람들처럼 좋은 애도 있고, 나쁜 애도 있었다. 말라리아 같은 애들을 연쇄살인마에 비유한다면, 회충은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리 잘생기지 않은 이웃이다. 비율로 따지면 나쁜 기생충보다 오히려 좋은 애들이 더 많으니, 기생충에 비유했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를 일으킬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가기관들을 보면 가끔 기생충 생각이 난다. 이것 역시 내가 기생충을 연구해서 그런 것일 뿐, 내과를 전공했다면 암, 소화불량 같은 각종 질병을 가지고 똑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회충보다 소화불량이 훨씬 더 큰 인류의 적이라는 점에서 기생충과 비교하는 건 오히려 관대한 일일 수 있다. 첫 번째. 감사원. 원래 감사원은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 와중에.. 더보기
올 여름 가장 기대되는 책 식사를 하는데 뒤에 앉은 일행 중 하나가 묻는다. “유세윤이 왜 그런 줄 알아?” 한동안 난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국정원과 NLL, 그리고 아시아나기 사고까지, 날이면 날마다 뉴스거리가 쌓이는 세상에서 유세윤이 뜬금없이 음주운전 사실을 고백했다는 건 몇십년 전의 얘기처럼 아득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말들은 특별할 게 없었다. 방송을 그만두고 싶었다느니, 우울증이라느니,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을 그대로 읊은 것에 불과했으니까. 밥을 다 먹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누군가의 말이 날 다시 주저앉혔다. 누군가가 유세윤의 음주운전 사실을 목격했고 그를 협박했다는 것.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런 의견을 낸 창의성에 감탄이 나왔다(이게 다 창조경제 덕분이리라). 그 이유가 무엇이든 유세윤의 .. 더보기
노무현과 이명박의 국격 심리전의 귀재 국정원이 2007년 남북 정상간에 오간 대화록을 공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원문 그대로 해석하지만 이 세상엔 똑같은 글에서 그 이상의 것을 읽어 내는 능력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 같은 표현을 썼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다"고 말했는데, 그한테 “그런 말이 어디 있냐?”고 따지는 건 초능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처사이리라. 상상력 하면 뒤지지 않는 보수언론들도 이 대화록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식의 머리기사를 내보냈다 (세 신문이 같은 편집자를 쓴 걸 보면 신문사가 많이 어려운가보다) 이 초능력자들의 주장대로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는 꼼짝도 못하는,.. 더보기
김학의 아버님이 나서 주십시오 구글을 검색하다 난데없이 내 사진을 봤다.“어? 내게 이런 옷이 있던가?”란 생각에 자세히 들여다봤더니,그 사람은 내가 아니라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였다. 야, 신통하리만큼 닮았구나 싶었다.그 후 나꼼수를 들으면서 주진우 기자를 좀 더 알게 됐는데,얼굴만 닮은 게 아니라 “부끄럽구요”라는 말을 상습적으로 한다는 점,또래보다는 누나들에게 어필한다는 점도 우리가 보통 인연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해봤다.옛날시대를 감안해도 너무 가부장적이셨던 내 아버지는 어머니가 범접할 수 없는 절대권력을 휘두르셨고,술을 드시고 집에 안들어오시는 날도 무척 많았다.주기자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 내 아버지가...?”라는 의심을 잠시 해본 것도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류현진(왼쪽)과 박.. 더보기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날이면 날마다 신문지면을 장식하던 남양우유 욕설파문은 묻혔다. 기사대로라면 1882년 한미통상조약이 체결된 이후 최악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윤창중 열사. 청와대 대변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서 미국에 간 그가 한국계 미국인인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게 기사 내용이다. 일부 좌파들은 “불미스러운 일로 대변인에서 경질됐다”는 기사 내용을 토대로 그의 성추행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윤창중의 결백을 믿는다. 첫째, 윤창중은 윤봉길의 후예다. 파평윤씨 종친회는 부인했지만 윤창중은 자신이 상하이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군 요인을 암살한 윤봉길의 손자라고 했다. 파평윤씨와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새누리당 의원인 하태경도 “윤봉길 손자가 맞다”며 확인해 줬는데, 호랑.. 더보기
변희재 팬클럽을 결성하라 “미디어와치 변희재 대푭니다.” 변희재의 말에 3분토론(아래 링크 참조)에 나온 낸시랭은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은...연예인이세요?” http://www.ilbe.com/1152661508 어이없어하는 변희재가 낸시랭에게 말한다. 변: 제 직업을 전혀 모르셨던 거 같아요? 낸시: 네 몰랐어요 처음에 피디님이랑 통화할 때 여쭤봤는데 피디님도 자세히 모르더라고요. 아, 낸시랭, 그대는 어째서 변희재에게 이렇게 대못을 박는단 말인가요? 심지어 낸시랭은 한 차례 더 못질을 한다. 변희재: 낸시랭씨한테 굉장히 비판적인 트윗을 날린 적이 있는데.. 낸시랭: 못봤구요 이 대목에서 마음이 아팠다. 나뿐 아니라 변희재의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지금까지 변희재의 삶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 더보기
이명박이 있다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테니스 스타 이형택 (37세)은 2009년 현역에서 공식 은퇴했다. 남자테니스 선수의 전성기가 20대 중후반임을 감안하면 서른셋이 되도록 선수생활을 한 이형택은 은퇴가 좀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은퇴 후 이형택은 자신의 이름을 딴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주니어 팀을 이끌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최종예선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선수로 돌아올 뜻을 밝혀 화제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general&ctg=news&mod=read&office_id=028&article_id=0002185710 2000년 US 오픈에서 16강에 들고 200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더보기
머리 하는 날 잘 치진 못하지만 테니스를 좋아한다. 2000년대 초반 내가 테니스를 치던 곳은 중지도 코트였다. 한강대교 중간쯤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곳은 테니스 코트가 20면 이상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클레이코트였다. 수십개의 테니스 클럽이 그 코트를 발판으로 테니스를 쳤고, 한달에 한번 이상 아마츄어 대회가 벌어지곤 했다. 대회를 하려면 코트가 많아야 하는데, 중지도 코트는 그런 점에서 최상이었다. 목동코트가 모래가 많은 데 비해 중지도는 코트 상태도 좋았던 것도 테니스 동호인들이 중지도를 선호하는 이유였다. 일요일마다 친구들과 중지도에서 테니스를 치던 나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출마를 하는데 오페라하우스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하필이면 그 장소가 중지도였.. 더보기
윤진숙, 당신은 제 스승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내 주변에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못생긴 외모와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던 말주변 때문이었는데, 그 당시 유머감각이 뛰어난, 그래서 늘 여자들 틈에 둘러싸여 다니던 친구는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내가 유머에 뜻을 두고 수십년을 정진하게 된 것도 그때 겪었던 외로움이 너무 컸던 까닭이었다. 좋은 스승 밑에서 배우는 대신 혼자서 유머를 연마했기에 수련시간에 비하면 유머가 별로 대단치 않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번씩은 주변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산다. 유머수련을 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그 첫 번째는 “자신은 절대 웃지 마라”다 자기가 웃겨놓고 자기가 더 크게 웃는 사람은 진수성찬을 차려 사람들을 초대한 후 자기가 다 먹어버리는 사람과 같다. 두.. 더보기
안철수-서민 빅뱅 [경향신문] 4. 24 재보선, 민주당 기생충학박사 서민 교수 공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의 기류가 점차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애초 안철수 예비후보가 출마를 선언할 당시만 해도 “너무 쉬운 지역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무공천을 약속했던 민주당이 돌연 약속을 깨고 기생충학 박사이자 MBC 고정패널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서민 교수를 공천함으로써 안 후보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서민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이 어차피 지는 선거지만 다음 선거도 있으니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출마해 달라고 말해 수락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연구와 강의 등으로 바빠 선거운동에 거의 참여하지 못할 것”이지만 “선거기탁금 1500만원을 마련하.. 더보기
최고의 국정원 요원을 추천합니다 인터넷에 정부를 편드는 댓글을 달아 대북심리전을 수행하는 기관.” 이명박 정부 때 확립된 국정원의 정의다. 그에 걸맞게 국정원은 우수한 인재들을 오피스텔로 보내 댓글을 달게 하고 있는데, 댓글 하나로 인해 사람이 죽기도 할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정원의 전략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북한이 로케트를 자꾸 쏘려는 것도 국정원의 댓글 때문에 받은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만회하고자 하는 게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 우수한 인재들이 댓글에 그리 능통하지 않다는 것, 소위 좌빨들은 오랜 기간 컴퓨터만 끼고앉아 댓글을 달았건만, 우수 인재들은 공부만 하느라 댓글을 잘 다는 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대선 때 활약해 유명세를 탔던 여직원의 댓글들을 봐도 그리 대단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연.. 더보기
박현준과 공직자들 박현준은 2011년 LG에서 13승을 올리며 신데렐라가 됐다. 직구와 포크볼, 슬라이더가 주무기인데 특히 직구의 궤적이 워낙 까다로워 포수 조인성마저 “잡기가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 그 박현준은 지금 야구판에 없다. 승부조작에 연루되어 2012년 영구제명됐기 때문. 상대팀 첫 타자가 볼넷이냐 아니냐를 놓고 심심치않게 도박판이 벌어지는데 거기서 박현준이 돈을 받고 고의로 볼넷을 내주곤 했다는 거다. 첫타자에게 볼넷을 준다고 해서 승패에 아주 커다란 영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직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야구판에서 그의 영구제명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나라에서 뛰다 일본에 간 리오스가 약물반응에 양성이 나와 팀에서 퇴출된 거라든지, 전설적인 강타자 배리 본즈나 맥과이어가 스테로이드를 썼다는 이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