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권하는 사회 썸네일형 리스트형 MBC 코미디의 부활을 예감하다 코미디프로 하면 KBS 개그콘서트 이외에 다른 프로는 생각나지 않는다. tvN의 코미디빅리그가 있긴 하지만, 케이블이라는 한계가 있는지라 엄청난 재미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5%를 넘지 못한다. 안그래도 점점 웃을 일이 줄어드는 사회에서 코미디라도 활성화돼야지 않을까 싶은데, 2010년 연예대상 프로에서 코미디 최우수상을 탄 김병만의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 주십시오”라는 수상소감은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두 방송사의 코미디는 깨어날 줄 몰랐다. SBS는 코미디는 포기하고 드라마에 올인하는 듯 했고, MBC의 경우 사장이 무용가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니러 바빴다.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가 사용된 지점들. 그런데 내가 MBC 코미디에 다시 관심을 가진 건 우연한 계기로.. 더보기 소설: 대통령과 약속 링컨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무렵, 그레이스 베델이라는 여덟살 난 어린 소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링컨 아저씨는 수염을 기르면 대통령이 되실 거예요.” 대통령이 된 링컨은 소녀를 찾아갔고, 수염을 기른 링컨을 본 소녀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무렵, 김용준이라는 일흔네살 먹은 할아버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근혜 언니는 말을 안하셔야 대통령이 되실 거예요.”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용준 할아버지를 찾아갔고, 그 할아버지를 총리로 지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각종 비리로 개망신을 당했습니다. 더보기 이명박의 성공비결 (1): 잘 키운 삼형제 제목만 보고 “이명박이 성공했다니!”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정권 중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다. 강바닥을 파는 등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모조리 했고, 내곡동 사건 등 그렇게 도마 위에 오르고도 탄핵 한번 안당하고 임기를 마쳤다. 자신을 따르던 모든 사람에게 그럴듯한 자리를 하나씩 준 거의 유일한 대통령이며, 스스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측근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해먹었다. 게다가, 이건 좀 결정적인 건데, 정권 재창출까지 해냈다. 대선공약이었던 경제살리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박근혜 후보가 유달리 총명한 것도 아닌데다 진보. 개혁 진영이 간만에 힘을 하나로 모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이뤄낸 걸 보면, 이명박 정권을 ‘성공한 정권’이라고 해도 무방.. 더보기 내쉬와 김지하 2012년 7월, 피닉스 선즈의 전설적인 가드 스티브 내쉬가 농구명문 LA 레이커스에 입단한다.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슈퍼스타가 뛰고 있고 드와이트 하워드라는 엄청난 선수마저 영입했으니 레이커스가 우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이가 많았으리라. 하지만 1974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마흔인 내쉬는 더 이상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임당 어시스트가 8.8개로 준수하긴 하지만,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크리스 폴이나 러셀 웨스트브룩에 비하면 내쉬는 어느 팀에나 있음직한, 그저 그런 가드로 보이고, 지금 농구를 처음 보는 이들이 내쉬를 본다면 “저딴 선수가 무슨 전설이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꼭 내쉬 탓은 아니지만 레이커스는 현재 5할 승률에도 못미치며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 더보기 정말 노민이 때문일까? “민자씨, 재필이랑 꼭 결혼하셔야 합니다.” 민자는 노민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인가? 게다가 평소 재필씨와 친한 것도 아닌데, 날 언제 봤다고 저런 말을 하지? 민자는 좀 말려 달라는 뜻으로 재필이를 쳐다봤지만, 술이 약한 재필이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새 술 한잔을 들이킨 노민이 말을 이었다. “민자씨 곁에서 얼쩡거리는 그 근박이, 그놈 진짜 나쁜 놈입니다. 그놈이 계속 민자씨를 괴롭힌다면 제가 가서 해코지라도 해드리겠습니다.” 원래 민자는 재필이와 사귀었었다. 조금 답답하긴 해도 비교적 정직하고 나름의 꿈도 있는 건실한 젊은이었기에 이 남자와의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근박이가 나타났다. 근박은 재필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었으니, 그가 .. 더보기 연말이라도 따듯이 보냅시다 많은 분들이 선거결과에 슬퍼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십년같은 5년을 참아냈는데 그보다 더한 5년을 또 참아야 한다니, 저 역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를 ‘쿡’으로 봤습니다. 그때는 이상하게 보기 싫어서 안봤었는데 의외로 재밌더군요 (게다가 쿡에서 무료...) 인자한 대통령, 잘생긴 대통령, 다시 인자한 대통령, 보고 있는 내내 눈과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니 작금의 현실이 또 눈앞에 들어오네요. 단일화도 했고, 3번도 사퇴한, 다시 말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표를 다 긁어모은 와중에도 3% 이상의 격차로 졌네요. 20대, 30대가 평소보다 투표를 더 많이 하면 뭐합니까. 투철한 안보관으로 무장하신 50, 60대들이 계신데 말입니다. 20, 30대가 점점 줄고 있.. 더보기 대선투표 앞으로 3번만 더 하련다 1. 5분과 5년 “투표하는데는 5분도 안걸리지만 투표 안하면 5년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데 쓰이는 문구인데, 오늘 간만에 늦잠을 잔 여파로 10시가 넘어 투표장에 가보니 사람들이 구름같이 줄을 서 있더라. 결국 아내와 난, 투표하는 데 20분 이상을 썼다. 2. 투표율 70% 개그우먼 김지민은 투표율 70%가 넘으면 비키니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공약을 날렸고, 박성광은 70쌍에게 무료 축가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이 멘트로 보아 그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대충 감이 잡힌다. 어제 천안 터미널 앞에 나온 문재인 측 운동원들도 누구를 지지하라는 얘기 대신 투표를 꼭 하라는 얘기만 했고, 이와는 반대로 박근혜 측 핵심인사인 김무성은 부동층이 투표 안하게 하는 게 전략이란 발언으로 물의를 .. 더보기 쥐보다는 나아야지 않겠는가? 멧돼지 근육의 기생충 조사를 하면서 쥐 한 마리를 주문했다. 혹시나 근육에서 기생충이 나오면 쥐한테 먹여서 1차 증식을 시킨 뒤 쥐의 근육에서 다시금 기생충을 꺼내서 여러 마리의 쥐에게 먹여 2차 증식을 시킬 예정이었다(주문한 쥐를 죽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생충은 여간해서 나오지 않았고, 그에 따라 쥐의 생명은 하루하루 연장되어 갔다. 심지어 올 여름 리모델링을 하면서 좁디좁은 창고에 기거할 때도 난 “그 쥐 죽이죠”라는 조교의 말을 거절하고 쥐를 키웠다. 원래 털이 있는 동물을 좋아하는지라 난 그 쥐에게 점점 정이 들었고, 사료만 먹는 게 딱해서 사과 조각이나 콘프레이크 같은 과자류를 주면서 쥐의 식생활을 풍족하게 해주고 있다. 왼쪽 통에 있는 쥐가 징글스다 그러다보니 쥐는 날 무서워하기는커녕 나만.. 더보기 좌변기의 꿈 저 멀리 아프리카엔 가상의 나라 ‘누리공화국’이 있다. 인구 450만의 조그만 나라인데,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누리공화국은 돈을 많이 버는 몇몇 기업 덕분에 비교적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자랑한다. 안타까운 점은 국민소득의 절대다수를 몇몇 기업주와 부자들이 가져가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극빈층이라는 것. 부자들은 비데가 설치된 좌변기에서 안락하게 일을 보는 반면, 98%는 푸세식 화장실에서 일을 본다. 하체가 튼튼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푸세식 변소의 결정적 단점은 기생충을 확산시키는 거였다. 열대국가답게 누리공화국은 강우량이 많은 편인데, 비가 오는 날이면 푸세식 변소에 쌓인 변이 밖으로 나와 거리에 뿌려진다. 그 변 안에는 온갖 종류의 기생충알이 들어 있어, 위생이 안 좋은 그 나라 사람들은 쉽게.. 더보기 시: 보수는 좋겠다 얼마 전, 서울 갈 일이 있어서 터미널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들끼리 무선으로 대선에 관한 얘기를 교환하고 있다. “요즘 통 손님이 없어요...이게 다 경제가 안좋기 때문이죠.” 한 기사님이 넋두리를 한다. 날 태운 기사님이 답을 한다. “저도 한참 기다리다 터미널 가는 손님 태웠어요.” 상대 기사가 말한다. “이번 대선, 정말 잘 선택해야 해요.” 날태운기사: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잘 택해야죠. 휴대폰으로 일정을 확인하다가 상대 기사의 다음 말이 궁금해 귀를 쫑긋했다. 그런데 막상 나온 말은 식스센스급의 반전을 내포하고 있었다. “누가 북한하고 친한지를 봐야 해요. 북한이 어느 후보를 더 좋아하는지.” 그러면 안되는데, 나름 심각하게 얘기하는 것일텐데, 난 그만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경제가 안.. 더보기 철수만 보는 재인 1996년 2월, 난 군입대를 위해 대구로 내려갔다. 거기서 3주간 훈련을 하면서 군대에 보낼 사람을 선별한 후 군에서 필요한 사람은 영천으로, 공중보건의로 갈 사람은 성남으로 보내는 시스템이었다. 나처럼 기생충학을 한 사람을 군대에서 필요로 할 리가 없는지라 보나마나 공보의로 가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내무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서로 친해졌고, 3주 훈련을 마칠 때쯤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정도가 됐다. 예상대로 우리는 모두 공보의가 됐고, 군대기차를 타고 용산으로 갔다가 거기서 버스를 타고 성남으로 가기로 했다. 군대기차라는 게 타본 분은 아시겠지만 걷는 것과 속도가 비슷해, 대구에서 용산까지 가는 게 거의 10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쓸까 .. 더보기 가장 불쌍한 참모는 누구 참모? 대선이 이제 2주 남짓 남았다. 강행군을 해야 하는 후보들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더 힘든 건 후보를 보좌하는 참모진들이다. 후보야 짜여진 일정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겠지만, 참모들은 그 일정을 짜는 것은 물론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의 추이에도 신경을 쓰면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당선이 됐다고 해서 한 자리를 보장받는 것도 없으니 대선후보 참모야말로 3D 업종일 거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엾은 참모는 누구의 참모일까? 얼핏 생각하기엔 후보가 사퇴해서 헛심만 쓴 안철수 후보의 참모라든지 사퇴했다는 사실 자체를 남들이 잘 모르는 심상정 후보의 참모, 될 듯 될 듯 안되는 문재인 후보의 참모가 안돼 보이긴 하고, 지지율이 낮아 아무도 관심을 안갖고 있.. 더보기 단일화는 박근혜에게 축복 사람들은 단일화로 인해 박근혜가 속상할 것으로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사실 박근혜는 오랜 시간 단일화를 기다려왔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관심 그 동안 박근혜는 억울했을 것이다. 지지도에서 오랫동안 1위를 달려온 후보인데, 사람들은 정작 자기에게 주목하기보단 2, 3위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만 관심을 쏟았다. 물론 박근혜 자신이 그리 매스컴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기자들에게도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해 왔지만, 이건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잖아! 하지만 안철수의 양보로 단일화가 성사됨으로써 이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둘째, 정책대결 사실 이번 대선 때 박근혜는 무지하게 많은 정책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놈의 단일화 때문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무슨.. 더보기 안철수의 눈물 23일 오후 8시 20분경, 난 내가 사는 아파트 회의실에 있었다. 아파트가 도로와 면한 곳에 설치될 방음벽에 관한 문제를 토의하기 위함이었다. ‘문제’가 발생한 건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였으니, 1년도 훨씬 지난 얘기다. 간단히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원래 건설사 쪽에서 만들어 주기로 한 방음벽은 흡음기능도 뛰어나고 재질도 투명해 시야에 지장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던 게 어느 순간부터 불투명하고 높이도 낮을 뿐 아니라 흡음기능도 떨어지는, 한마디로 저질의 방음벽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 과정에서 입주자 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주민들의 의사도 전혀 묻지 않고 일을 진행했단다. 당연히 주민들은 입대의를 불신하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입대의 측은 방음벽 말고도 엘리베이터 관리업체를 선정하.. 더보기 단일화와 소고기 문과 안이 단일화에 실패하면 근혜공주님은 좋다고 소고기 사먹겠지 소고기 먹으면 뭐하겠노 이젠 대통령 됐다고 수첩 버리겠지 수첩 버리면 어쩌겠노 억지로 나간 토론회에서 개박살 나겠지 박살나면 어떻겠노 좌파되면 나라 망한다고 믿는 보수층은 무조건 공주님 찍겠지 찍으면 뭐할끼고 근혜공주님 18대 대통령 당선되겠지 당선되면 어쩌겠노 정수장학회는 영원히 공주님 거 되겠지 그리되면 어쩌겠노 그네공주 장학회 돈으로 최필립과 소고기 사먹겠지 소고기 먹으면 뭐하겠노 BBK. 내곡동. 4대강은 더 이상 조사를 못하겠지 조사 못하면 어떻겠노 미국산 좋아하는 우리 각하가 면죄부 받았다고 신나서 소고기 궈먹겠지 소고기 먹으면 어쩌겠노 보수 분들이 수시로 소고기 먹는 통에 소값이 폭등하겠지 폭등하면 어쩌겠노 서민들은 소고기 구경.. 더보기 안철수로의 단일화는 어떨까? “단일화 이슈에 묻혀 후보간의 정책경쟁이 안된다” 이런 비판을 한 이는 놀랍게도 새누리당 쪽이다. 아니, 새누리당이 언제부터 정책 가지고 선거를 치렀던가? 1992년 대선 때는 “우리가 남이가”가 주요 정책이었고, 1997년엔 색깔론이, 2002년 대선 때는 차떼기가 주요 정책이었던 것처럼, 새누리당과 그 전신의 정책은 주로 지역감정과 색깔론, 그리고 돈선거로 요약됐다. 그러던 정당이 갑자기 정책 운운하니, 기특하기는 하다. 드디어 사람이 되려나 싶어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가 내세운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부터 들고 나온 “여성대통령이 정치쇄신”이라는 게 과연 정책이라 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고, 또 다른 쇄신안으로 내건 게 “4년 중임제 개헌”도 좀 어이가 없는 게, 과거 노.. 더보기 김영삼과 박근혜 1992년 대통령 선거는 TV 토론이 처음으로 실시될 뻔한 해였다. 여의도에 지지자들을 모이게 한 뒤 누가 더 많이 모았나,로 지지도를 판가름하는 것보다 TV 토론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후보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당시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김영삼은 TV 토론을 한사코 거부하는데, TV 토론을 했다간 자신의 무식함이 낱낱이 드러날까 걱정했던 게 주된 이유였다. 강준만이 쓴 라는 명저에 잘 드러나 있는 것처럼 김영삼의 지적 수준은 일반인 기준으로 봐도 굉장히 심각했던 모양이다. 김영삼은 측근들이 써준 원고의 순서가 바뀌어도 그걸 모른 채 계속 읽었으며, “공정한 인사를 해서, 부패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할 것을 “공정한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더보기 이시형은 가루상인가? 노태우가 대통령이던 1991년은 정권의 온갖 비리가 터져 나오던 해였다. 여기에 명지대생이던 강경대가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는데, 이때의 시위가 보통 때와 달랐던 건 분신이나 투신 등 자살로 저항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였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3명이 목숨을 잃었으니,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때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사건이 터진다. 서강대에서 투신한 김기설의 유서를 강기훈이 대신 써줌으로써 자살을 방조했다는 것. 결국 강씨는 3년의 징역을 살고 만기출소했다. 유서대필 사건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은 급속히 위축됐다. 하지만 강기훈은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고, 실제 강씨의 필적도 유서에 쓰인 것과 달랐다. 또한 강씨의 필적감정을 담당했던 자가 뇌.. 더보기 노블레스 장롱이쥬 대부분의 사람은 100만원이 생기면 은행에 맡긴다. 서랍에라도 넣어 뒀다간 가족 중 다른 이가 그 돈을 발견할 테고, "이게 무슨 돈이냐?"고 따져 물을 테고, 여차저차해서 생긴 돈이라고 하면 "간만에 쇠고기 좀 먹자"고 졸라댈 거다. 남은 돈을 다시 서랍에 넣어 두면 고기 먹는 데 빠졌던 막내아들이 "왜 나는 고기를 안사주냐"고 따질 것이고, 막내만 데리고 나가자니 다른 가족들이 "그때 충분히 못먹었다"며 우르르 따라나서리라. 그러니 돈을 보존하는 데 있어 은행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 하지만 모든 이가 다 은행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공금 11억을 횡령한 것도 모자라 교사 채용 대가로 억대의 돈을 받았는데, 그렇게 모은 17억을 자기 집 금고에 넣어 뒀다. 은행을 제외한다면 금.. 더보기 대통령과 군면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사람들은 보수를 대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보수 쪽 후보가 국가안보를 더 잘 해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근원에는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자신을 반대하는 야당 측 인사들을 빨갱이로 단정짓고 탄압을 했던 슬픈 역사가 자리잡고 있는데, 소위 문민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군사독재의 후계자들은 보수언론과 손잡고 김대중, 노무현 등 야당 후보에게 색깔론이라 불리는 이념공세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 진보 쪽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국가안보가 더 흔들린 건 아니었고, 보수 측 대통령이 됐다고 나라가 튼튼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보수를 대변한 이명박의 집권 기간 동안 우리나라 국방은 역사상 최약체라 불려도 좋을 만큼 한심했다.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 더보기 박근혜, 내 학생이면 F다 웬만해선 F를 주지 않는다. 잘 가르친 후에 시험을 잘 볼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내 가치관인데, 내 강의 자체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내가 딱 한번 F를 준 적이 있다. 한 학생이 기말고사에 결시를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난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생각했다. 심지어 "전날 공부를 새벽까지 하다 그만 늦잠을 잤다"라고 해도 얼마든지 재시험의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한 시간 쯤 후 그 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시험을 못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기에 안본 이유를 물었다. 그 학생의 대답은 이랬다. "어제 과음했는데요." 미안한 기색은 찾을 수 없는, 너무도 명랑한 목소리였다. 휴대폰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렸고, 난 알았다고 짧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난 성적 입.. 더보기 어느 가족의 해체 네이버 지식사전은 가족해체를 이렇게 정의한다. “가족집단이 이혼, 가출, 유기 등에 의해 가족구성원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가족구조가 붕괴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가족해체는...결속감, 소속감, 충성심, 합의, 가족단위의 정상적 기능 등의 파괴를 의미한다” 가족해체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건 이미 오래됐다. 어떤 이유든지 평생 얼굴을 맞대며 미운정 고운정을 쌓아가야 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건 정말 마음아픈 일이다. 최근 내가 알던 가족이 해체와 다름없이 된 일이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만큼 사연이 기구한지라 여기서 소개할까 한다. 그 가족은 무지하게 못살았다. 아들들은 집안 형편 때문에 학비가 싼 동지상고에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아들들은 다들 똑똑해 명문대에 진학했고, 특히 머리가.. 더보기 박근혜와 독서 책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놀 만한 게 별로 없었던 옛날에는 할 일이 없어서라도 책을 읽곤 했는데, 지금은 도 봐야하고, 인터넷도 해야 하니 책이 들어설 자리는 점점 없어진다. 그나마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때가 책을 읽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마저 스마트폰에 잠식당한 느낌이다. 놀만한 것들이 널려 있는 마당에 책을 꼭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하련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대개가 책을 썼거나 향후 책을 낼 계획이 있는 사람들로, 어찌보면 자기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정치인이다. 정치라는 건 이권의 배분이고, 그런 엄청난 일을 위해선 소위 철학이란 게 필요하다. 물론 철학이란.. 더보기 대통령한테 잘해드려야 하는 이유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특검을 임명한다” 내곡동 사저매입 의혹을 수사할 특검을 임명하면서 대통령이 한 말이란다.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품성을 지닌 분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있었던 거다. 희한한 건, 그런 분 주위엔 온통 돈과 이권을 밝히는 분들이 파리 떼처럼 들끓었다는 것. 어쩌면 그 주위 분들이 죄다 감옥에 가고나니 숨겨져 있던 소크라테스의 본성이 튀어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특검법이 매우 부당하고 추천 과정도 편파적이지만 민생 안정과 원만한 대선 관리를 위해 특검 후보 중 한 분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관대한 대통령을 본 적 있던가. 이런 분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데,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하나 남은 낙하산을 .. 더보기 괴벨스, Go there! 나치 정권에서 선전국장을 지냈던 괴벨스 (Joseph Goebbels)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던 모양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에게 단 하나의 문장만 주면 누구든지 감옥에 보낼 수가 있다” 어떤 이가 이 말을 듣고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하자 괴벨스는 “그럼 넌 조국은 사랑하지 않고 아버지만 사랑한다는 말인가”라며 그를 감옥에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괴벨스가 2000년대 한국사회를 미리 볼 수 있었다면 그렇게 자신감을 갖진 못했으리라. 괴벨스를 몇 배 능가하는 엄청난 분들이 우리나라 언론계와 정치계에 퍼져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대선 출마를 결심한 안철수에게 그분들이 하는 행태로 보건대, 그분들이 나찌시절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선전국장, 선전부장, 선전과장 등을 줄줄이.. 더보기 조선일보에게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에 오지 않게 된 건 기르던 강아지 예삐가 죽은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예삐는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데다 발작 증세까지 보여 약을 먹고 있었지요. 8월의 어느날, 그날은 유난히 건강해 보였고 특유의 재롱을 여러 차례 부려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갔어요. 그러던 오후 다섯시반, 예삐가 좋지 않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병원으로 가던 도중 예삐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예삐를 안은 채 어찌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 이후 마음이 정리되면 블로그를 시작하자,고 생각했는데요 밀린 일이 워낙 많아 허우적대느라 글을 쓰지 못했어요. 하지만 다음 기사를 보니 갑자기 블로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8/.. 더보기 올림픽에 추가되면 좋을 종목들 “자고나면 금메달을 하나씩 따는 거 같아요.” 나랑 같은 방을 쓰는 동료선생의 말처럼 이번 대회 한국팀의 성적이 무지 좋다. 벌써 목표를 초과달성한데다 앞으로 태권도 등 금메달을 기대할 종목이 몇 개 더 남았으니 말이다. 중국과 미국이 워낙 강력해 종합 1위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지만, 올림픽에 다음과 같은 종목이 추가된다면 그들과도 한번 겨뤄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1) 최다 경험자 참가자들이 일렬횡대로 앉은 다음 사회자가 각종 직업이 쓰여있는 푯말을 든다. 그 일을 해본 경험이 있으면 손을 들고, 그때마다 난이도에 따라 1점~3점을 획득한다. 예를 들어 노점상은 2점, 배를 만들어 봤으면 3점, 해병대는 3점, 환경미화원 3점 등등인데, 거짓말로 답하면 무조건 감점이다. 우리에겐 이 부문 세계 최강자.. 더보기 미리 보는 안철수 검증 쇼 은 사실상 안철수의 대선공약집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간 안철수는 대선출마를 선언하지 않아 검증을 피해왔는데, 이젠 국민 앞에서 그간의 삶과 앞으로의 비전을 검증받아야 한다. 특히 새누리당의 날선 검증이 기대되는 바, 여기선 그들이 어떻게 안철수를 비난할지 미리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1) 안철수, "예전에 방송에 출연했을 때 초등학교 때 공부 별로 못했다고 했더니 제가 나왔던 초등학교 찾아가서 성적표를 찍어왔더라. ‘수’는 하나도 없고 전부 ‘미’ 아니면 ‘양’ 이렇더라" -일반적인 반응: 아, 초등학교 때 공부 못해도 좋은 대학 갈 수 있구나. -새누리당 검증: 초등학교 때 수 한번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려고 하냐?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오히려 성적에 집착해 747 같.. 더보기 진보 언론의 박근혜 이지메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두 사람 이상이 집단을 이루어 특정인을 소외시켜 반복적으로 인격적인 무시 또는 음해하는 언어적·신체적 일체의 행위"를 이지메라고 한단다. 이 단어를 검색해본 이유는 진보언론의 박근혜 보도가 이지메와 비슷해 보여서다. 1) 화장 2011년 7월 22일자 경향닷컴은 한미 FTA를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하는 마당에 박근혜가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는 김진애 전 의원의 말을 전하면서 '김진애 의원 “박근혜 대표 이 와중에 화장 고치다니 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한나라당 측은 박근혜가 연필로 메모를 하고 있었다고 둘러댔는데, 요즘 루즈가 필기도구처럼 생긴 건 사실이니 이해해 주자. 정작 이해 안가는 대목은 박근혜가 화장실에서 화장을 하는 게 왜 나쁜 일인가,다. 박근혜는 정치인.. 더보기 교과부의 꿈 올 것이 왔다. 도종환이 국회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도종환은 전교조였다. 아이들에게 주체 사상을 가르치며 교육을 오염시키는 집단, 그는 자신의 시에 정치색이 없는 거라고 강변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엊그제 국회에서 난데없이 낭독한 시를 보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얼핏 보면 보편적 사랑을 노래한 것 같지만, 시란 원래 행간을 읽어야 한다. 한 십분쯤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저 시가 김일성 수령에 대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지지리 못사는 북한을 보면서 주체사상에 대해 회의하기도 했지만,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임을 맹세한다는 거 아닌가. 이런 작자의 시가 여러 편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러니 지금 그의 ..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