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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에세이

무말랭이 아내와 장을 보러 갔다. 아내는 경주빵을 사려는데, 결제가 잘 안된다고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난 마트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무말랭이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무말랭이를 좋아하며, 무말랭이를 마지막으로 먹은 게 최소한 6개월은 더 지나 있었기에 갑자기 무말랭이가 확 당겼다. 가격은 6천원이니 수중에 있던 돈으로도 살 수 있겠다 싶었다. “무말랭이 주세요.” 그러자 뒤쪽에서 스님(여자스님) 한분이 나오면서 합장을 한다. 잉? 웬 스님? 스님이 마트에서 알바를 하시나? 다시 반찬가게 앞을 봤더니, 이렇게 쓰여 있다. ‘사찰음식 판매’ 무교지만 종교인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있던 나는 공손히 답례를 한 뒤 무말랭이를 달라고 다시 말했다. 무말랭이를 포장하던 스님이 이러신다. “TV 잘.. 더보기
늙음, 병듦, 그리고 서러움 3년 전 돌아가신 임신빈 선생님은 내게 아내를 소개시켜준, 그러니까 내 은인인데, 이분이 쓴 수필집 를 보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얘기가 나온다. “판단력이 없어지고 먹는 욕구만 강하게 남아 무엇이든지 모두 입으로 가져가는 상태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 시어머님 방문을 열면 … 배설물이 온 방 안에 가득 칠해져 있고, 당신 온몸에 칠해져 있다.” 그래서 임 선생님은 시어머님을 씻겨 드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온 종일 몸에서 냄새가 났고 향수를 뿌려봐야 소용이 없었”을 정도인데, 파출부마다 다 도망치기 일쑤였고, 월급을 두 배로 준다고 해도 오는 사람이 없었단다. 임 선생님은 7년간 홀로 시어머니를 돌보다시피 하셨다니,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그 와중에 임 선생님은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