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열 달 전 같은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열 달이면 아이가 하나 만들어져 출산할 시점인데, 그 기간에 현 정부에서 얼마나 많은 말들이 만들어졌겠는가? 이전 글의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새로 바뀐 용어들을 정리해본다.



-관봉: 원래는 정부에서 돈을 발행해 도장을 찍어 봉한 것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아내의 아버지, 즉 장인이 죽기 전에 찾아서 사위에게 건네는 돈”으로 바뀌었다. 다음과 같이 쓰면 된다.


친구 1: 장인어른이 몸이 많이 편찮으셔. 오래 못 사실 것 같아.


친구 2: 저런. 이제 곧 너한테 관봉 주시겠네.



경향신문DB



-특검: 특별검사의 줄임말로, 원래는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 도입하는 제도였지만, 지금은 “죄질이 나쁜 조직범죄의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로 바뀌었다.


회장 1: 자네 운전기사가 구속됐다면서? 그 친구가 나한테 돈 운반해 준 거 불면 어쩌지?


회장 2: 걱정 말게. 안 그래도 내가 특검을 선임했네.


회장 1: 그렇다면 안심이네. 이제부터 발 뻗고 자도 되겠어.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의 백신을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이것저것 신중하게 따지면서 장기간 버티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


여자: 자기는 왜 자꾸 나랑 결혼을 미루는 거야? 결혼할 마음이 있는 거야?


남자: 나 사실 안철수야. 


여자: 우리 헤어지자. 그때까진 못 기다려. 다른 남자를 찾아봐야겠어.




-디도스 공격: 서버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를 한꺼번에 보내 과부하로 서버를 다운시키는 공격 방식으로,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요즘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철없는 20대들이 내킬 때마다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오락거리”가 됐다.


엄마: 빨리 밥 먹어. 학교 가야지.


아들: 잠깐만. 청와대 디도스 공격 좀 하고.


엄마: 청와대는 전에 한 번 하지 않았나?


아들: 이번이 네 번짼데, 청와대가 제일 재밌어요.




-신의 영역: 하기 싫어서 안 했는데 나중에 왜 안 했느냐고 추궁받을 때 둘러대는 말. 


선생: 너 왜 숙제 안 했어, 엉?


학생: 숙제는, 신의 영역입니다.


선생: 그런 줄도 모르고 숙제를 내준 내가 잘못이다.




-도덕적 완벽: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상태를 뜻했지만, 요즘은 한탕 할 준비가 됐을 때 쓰는 말이다.


도둑 1: 요즘 어때?


도둑 2: 도덕적으로 완벽해.


도둑 1: 오, 좋은 건수가 생긴 모양이군. 부러워.




-민간인: 관리나 군인이 아닌 일반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요즘은 정부가 사찰을 해야 하는 위험인물을 뜻한다.


동료 1: 새로 들어온 친구는 어떤 애야?


동료 2: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민간인이래.


동료 1: 가까이하면 안되겠네. 대체 어떤 중죄를 지었기에.




-친박: 단어 자체로는 박씨와 친하다는 뜻이지만, 사실은 박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벌벌 떠는 하수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친박 1: 난 짜장면을 먹을래.


친박 2: 나도 짜장면이 좋겠다.


박씨: 난 짬뽕.


친박1, 2: 아저씨, 여기 짬뽕 세 개요.



그러고 보니 실용정부도 이제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실용정부가 이런저런 신조어들로 사람들을 웃게 한 점은 십분 인정하지만, 그 대부분이 허탈해서 웃은 거지 즐거움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다. 다음 정부에선 서민들이 정말 좋아서 웃는 날이 많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