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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

경제학과 기생충

 

 

 

경제학을 쉽게 풀어주는 조준현의 책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를 읽다가 감동했습니다.

저와 그리 친하지 않던 경제학이란 단어가 이젠 그리 멀리 있지 않게 느껴졌거든요.

좋은 책은 독자에게 작가가 되려는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가봅니다.

갑자기 경제학과 기생충을 연결시켜 글을 써볼 생각을 했으니 말입니다.

겁나 유치하다는 거 명심하시고 읽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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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이데아론

어떤 기생충이 몸안에 있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성충을 끄집어내서 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는 대신 대변검사를 통해 기생충의 알을 확인함으로써 어떤 기생충이 있는지 유추하려고 하는데, 여기서 성충을 이데아라고 한다면 기생충의 알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림자는 참이 아니듯 알도 비슷한 게 워낙 많아 알만 가지고 성충을 짐작하려 하면 틀리는 경우가 많다.

  

아담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같다.”

요충은 항문 주위로 나와 알을 낳으며, 사람의 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도록 가렵게 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항문을 긁던 아담 스미스는 어느날 내가 잘 안씻어서 가려운 게 아니지 않을까?”에 생각이 미쳤고,

항문을 간지럽히는 그 존재를 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했다.

나중에 흰 팬티 위에서 꼬물거리는 흰색의 벌레를 발견한 스미스는

요충과 사람이 각자 자신의 이기심을 쫓아 노력하다 보면 항문이 찢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맬더스, “사람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회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사람은 보통 한 번에 한 명의 아이를 낳고, 그나마도 열달 동안 몸에서 기른 뒤 낳을 수 있다.

반면 회충은 암컷 한 마리가 하루 20만개까지 알을 낳으며,

짝짓기를 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알을 낳는다.

그 광경을 보고 두려움에 떤 맬더스는

이런 추세면 100년이 지난 뒤에는 모든 사람이 1인당 회충 1000마리씩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 “구충제를 갖고 있는 자가 지배계급이고, 구충제가 없어 기생충한테 영양분을 착취당하고 있는 자가 피지배계급이다.”

  

 

리카아도, “국가 간 이동은 기생충간의 감염률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회충과 편충의 감염률이 모든 나라에서 같다면 굳이 다른 나라에 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영국의 회충 감염률이 80%, 편충 감염률이 5%,

프랑스는 회충 감염률이 5%, 편충 감염률이 80%라면

편충에 걸리고 싶은 영국 사람들이 프랑스로 갈 것이고

편충 때문에 지겨워 회충에 걸려볼까, 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영국으로 감으로써

국가 간 이동이 생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봄 가을로 구충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

기생충에 걸린 사람에게 구충제를 줘서 치료를 해봤자 오래지 않아 기생충에 다시 걸릴 것이고,

기생충에 안걸린 사람은 안걸렸으니 구충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봄 가을 구충제는 필요가 없다.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기생충이 아름답다

4.5미터짜리 광절열두조충에 걸려 고생한 직후에 한 말.

 

기생충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

기생충이 많은 것은 인분비료를 통해 기생충 알이 잔뜩 묻은 김치를 먹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노동자들이

배추밭에 심은 배추를 뽑아 내동댕이쳤던 사건.

 

다시 마르크스, 사회 발전단계설

사회의 성숙도는 기생충에 의해 결정된다. 발전이 덜 된 나라에서는 회충이 유행하고, 그 뒤 간디스토마의 시대를 거친 뒤 결국 광절열두조충의 시대가 온다. 얼마 전 한 소년의 몸에서 3.5미터짜리 광절열두조충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한국은 가장 성숙도가 높은 나라다.”

로버트 오웬, 8마리 회충제

지금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회충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우리는 한 사람당 8마리 이상의 회충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칼 포퍼, 열린 기생충과 구충제

회충은 사람에서만 성충이 되어 알을 낳지만, 간디스토마는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 , 멧돼지 등 거의 모든 포유동물에서 성충이 된다. 칼 포퍼는 한 동물에서만 삶의 전부를 보내는 기생충을 닫힌 기생충’, 여러 동물을 오가며 사는 기생충을 열린 기생충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회충이 번창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열린 기생충의 시대가 열린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열린 기생충최대의 적은 디스토시드라는 구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마르크스. 엥겔스, 기생충 선언

한 기생충이 내 뱃속을 해집고 있다. 구충제 먹어야겠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드레스덴 선언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기생충박멸 방안을 묻자 한마디로 기생충은 대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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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K 2014.05.23 12:22

    경제학과 기생충의 향연이라니..^^^
    드레스덴 선언 "한 마디로 기생충은 대박이다."
    이렇게까지 기생충학을 팍팍 밀어주시는데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내 몸 안의 기생충이야말로, 한 순간 내 몸의 개인적인 일탈이 낳은 산물이다."

    • 기생충서민 2014.05.23 13:32 신고

      CJK님, 간만입니다.
      늘 좋은 댓글 주시는데 제가 요즘 사정이 어렵다보니 답을 못드렸습니다
      경제학만 하려다 대통령님이 섭하실까봐 넣어 드렸습니다. 이런 제 붉은 마음을 대통령님이 아셔야 할텐데...^^

  • 이준서 2014.05.23 15:49

    저도 경제학은 잘 모르지만 경제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 두루두루 걸쳐 있네요^^
    한 수 배워 갑니다.

  • 열혈팬 2014.05.23 21:34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062561
    책을 몰래 내셔놓고 어디에도 알리지 않으시니 변보다 인지도가 올라가기는 어려워 계속 형님이라 호하실까봐...^^

  • 세눈박이욘 2014.05.23 21:53

    교수님의 풍자를 따르기엔 자질 자체가 부족하고
    방대한 독서량을 따라갈 수나 있으련지......
    게을러지는 제 독서 습관에
    항상 좋은 울림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기생충서민 2014.05.29 10:39 신고

      저도 요즘 스맛폰 땜시 책 거의 못읽어요 흑흑.... 글구 저기 나온 말들은 한권의 책에서 따온 거랍니다. 전 그런 사람이 아니어요

  • 이현애 2014.05.24 04:39

    에고, 우리는 불통, 묵언수행하고있는 닫힌기생충을 언제나 지배하려나?...
    경제학을 전공한 남편이 하는 말이랑 비슷한거 같네요.
    좋은 글 감상하고갑니다.

  • 우연히 지나다 2014.05.25 06:31

    티비에서 첨 보고 재밌는 분이다 생각했는데 박식하기까지하시네요.
    저런 책을 다 읽으셨다니... 재미난 말과 글이 그냥 나온게 아녔군요.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깨우게 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좋은말씀 부탁합니다~

  • 이현숙 2014.05.25 09:44

    사는게 몬지 오랜만에 들려봅니다.
    역시 기생충 박사님이십니다.
    대통령님을 흠모하는 박사님의 간절한 맘을 언제나 알아주시려나...
    기생충은 대박이다? ㅎㅎ

  • seizetheday 2014.05.27 23:23

    좀 더 자주 글 올려주심 안될까요? ㅎㅎ
    요즘 뉴스 보면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아님 둘 다인 일들 뿐이라서요. ㅠㅠ
    샘 글 읽으면서 잠시라도 웃고 싶은 마음에 부탁드려요. ^^;

  • 피구왕 2014.05.28 13:20

    교수님의 지적 호기심의 끝은 어디까지인가요? ^6

  • 촌철살인 2014.05.28 15:25

    저는 무식해서인지...다 진짜 같다고 속을뻔 했다능.ㅋㅋㅋㅋ
    기생충도 살아남기 위해 저렇게 아둥바둥 대는데...미개한 대한민국 국민들이야 얼마나 아둥바둥 대야 할런지요..ㅠ.ㅠ

  • 박성헌 2014.06.05 16:16

    베란다쇼가 끝나니 서교수님의 용안과 주옥같은 말씀을 듣지 못하네요,,, 아쉽습니다. 조만간 돼지겁데기에 쐬주라도 한잔 함께할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송원일 2014.06.06 03:02

    마르크스는 이런말도 했습니다.
    만국의 기생충들이여 단결하라!

  • 조준현 2014.06.12 00:27

    교수님, 조준현입니다. <인물과사상>에 교수님이 <19금 경제학> 서평을 해 주신 때부터 늘 교수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만, 이번 글은 정말 탄복입니다. 제가 도무지 흉내낼 도리가 없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속시원히 웃고 즐기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마음으로는 생각하면서도 제대로 책 한 권 보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꼭 인사드리겠습니다.

    • 서민 2014.06.12 10:13

      와아 조선생님께서 친히 이곳을 와주시다뇨. 영광입니다. 글구 이 글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책 읽고나서 그 내용 중 일부를 기생충과 멋지게 연결시키려고 했는데, 반응이 별로라서 망했다 싶었거든요^^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네요!! 앞으로도 좋은 책 부탁드려요

  • lcdsimon 2014.07.19 21:38

    교수님을 TV에서 뵈고 또 경향에서 자주 뵙습니다.
    인생후반기에 방송대행정학과를 졸업하면서 1~2학년때 학습했던 우리 시대를 살아가기위해서 꼭 필요했던 소중하고 내밀(?)한 기초지식들을 소개해주셨군요!
    교수님이 계셔서 화나는 세상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는 것을 …

  • 김준하 2014.08.12 16:53

    다큐멘터리 기생을 보고있습니다 체체파리를 알게되었고 수면병을 일으키는 파동편모충을 알게되었습니다
    다큐에서는 설명을 하지 않았던지 제가 놓쳤던건지 모르겠는데 파동편모충은 최초에 어떻게 해서 체체파리의 몸속에 들어가게 되었나요?

  • 지아 2014.11.25 19:42

    우와 자신의 분야에서 철학을 갖고있는거 너무 멋있는것같아요.....ㅎㅎ

  • dustrose 2015.01.25 13:23

    오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이론들이군요..

  • 민재 2015.11.14 17:19

    저는 장덕도서관에서 서민 박사님강의를 들은 학생입니다. 서민 박사님 말 하나하나가 정말 감동이 되고 교훈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너무너무 멋져용!

    서민 박사님이 쓰신 책은 다읽어 보았습니다. 물론 구매해서요!

  • 아아 2018.07.24 20:44

    아아~~누가 기생충 박사 아니랄까봐

  • 지금여기 2021.02.09 12:28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