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BS에서 톡소포자충에 관한 뉴스가 보도됐다.

'국민 1/4 고양이기생충 보균자'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이 뉴스는

그 기생충이 사람, 특히 임산부에게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뉴스에서 말한 고양이기생충은 톡소포자충이라는 이름의 기생충으로,

고양이를 종숙주로 하며 사람을 비롯해 쥐와 다른 동물에 감염을 일으킨다.

사람이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대부분 증상이 없고,

있더라도 몸살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게 고작이지만,

드물게 눈을 침범해 망막염을 일으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임산부가 이 기생충에 걸리는 경우.

임신 초기라면 유산의 원인이 되고, 중기 이후에 감염되면 태아에서 뇌수종, 눈병, 정신지체 등이 일어나니,

숙주랑 되도록 잘 지내고자 하는 일반적인 기생충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톡소포자충(이하 톡소)은 어떻게 걸릴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톡소포자충의 생활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

 

 

톡소의 종숙주는 고양이로, 고양이의 대변에서 나온 알(정확히는 oocyst)이 1차적 감염원이다.

이론적으로는 사람이 고양이 대변에 섞인 톡소의 알을 먹는 경우 감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지극히 드물어, 톡소에 걸린 고양이에서 알이 배출되는 기간은

걸리고 난 뒤 1-2주에 불과하다.

게다가 고양이는 무척 깨끗한 동물로, 변을 보고 난 뒤 모래로 덮는 등 변관리의 달인,

그래서 학자들은 말한다.

"고양이와 접촉한다고 해서 톡소에 걸리는 일은 거의 없다."

문제는 다른 동물들이다.

쥐나 돼지가 땅에 박혀 있는 톡소의 알을 먹음으로써 톡소에 걸린다는 것.

이것들은 종숙주가 아니라서 톡소의 알을 낳지는 않지만,

근육에 톡소를 가진 채 살게 된다.

고양이는 이런 쥐를 먹어서 톡소에 걸린다.

사람의 주요 감염 경로도 이와 비슷하며,

미국에서 육회 때문에 톡소에 걸린 경우가 상당수 있듯이,

덜 익힌 고기를 먹는 것이 톡소에 걸리는 주요 경로다.

톡소를 걱정한다면 고양이를 탄압하는 대신 생식을 줄이는 게 맞는 방법이다.

 

 

 

대부분 증상이 없어서 그렇지, 톡소는 생각보다 흔한 기생충이다.

톡소의 진단은 항체검사로 하는데,

이 항체라는 건 한번 걸리면 낫고 난 뒤에도 계속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때문에 미국은 10% 내외가 톡소에 양성이고,

우리나라도 작년 말 제주도에서 13.2%, 대전 지역에서 6.6%가 양성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하지만 여기서 양성이란 건 과거에 톡소에 걸린 적이 있다는 뜻이며, 현재 걸려 있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게다가 사람은 고양이처럼 톡소의 알을 배출하지도 않는 바,

뉴스에서 말한 '보균자'라는 말은 얼토당토않다.

 

 

 

이제 뉴스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자.

톡소포자충이라는 엄연한 이름이 있음에도

'고양이기생충'이라는, 실제로 있지도 않은 용어를 쓴 것부터 뉴스의 의도를 짐작할 만하다.

SBS 측은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사람을 종숙주로 하는 갈고리촌충이나 회충을 가지고 '사람기생충'이라고 하진 않는다.

게다가 고양이를 종숙주로 하는 기생충은 이것 말고도 고양이회충, 고양이편충 등

한두 가지가 아닌데 왜 톡소포자충만 고양이기생충이 되는 걸까?

게다가 이 뉴스는 한 교수님의 말을 빌어 톡소포자충의 증가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길고양이의 증가와 애완고양이의 증가와 육류소비량의 증가 등이 톡소포자충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양이의 증가가 정말 톡소가 증가한 원인일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어서 톡소에 걸린다.

길고양이야 그렇다 쳐도, 일반 가정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은 대개 사료를 먹고 자란다.

언젠가 샴고양이를 돌본 적이 있는데,

그 녀석은 우아하게 엎드려 잠만 잘 뿐, 쥐 따위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애완고양이의 증가가 톡소포자충 증가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까?

톡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두베이(J. Dubey)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양이는 워낙 청결한 동물이라 고양이와 접촉한다고 톡소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만,

가급적 고양이한테 사료를 먹이고, 대변을 보는 모래박스를 청결히 관리해 주세요.

과일 같은 건 잘 씻어 먹어야 하고, 손도 잘 씻어야 합니다.

특히 임산부는 날걸 먹지 말아야겠지요."

그러니까 고양이 관리보다 중요한 건 손을 잘 씻고 날 것을 덜 먹는 게 톡소예방에 중요하단다.

 

 

 

그렇다면 갈고양이의 증가는 정말 톡소 증가의 원인일까?

그럴 수 있다.

길냥이는 사정상 쥐 같은 걸 잡아먹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톡소 양성률이 가정에서 기르는 고양이보다 훨씬 높은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고양이가 톡소의 알을 배출하는 기간은 길어야 2주에 불과하므로

실제 고양이를 잡아다 조사해보면 알을 배출하는 고양이는 1% 이하다.

게다가 문제의 선후를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저 뉴스를 보고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버리면 그만큼 길냥이의 수가 늘어나고,

그러면 톡소에 걸릴 위험성은 더 커지지 않는가?

정말 톡소를 줄이자고 뉴스를 만들었다면 기르던 고양이를 버리지 말자고 캠페인을 해도 모자랄 판에,

왜 애완용 고양이까지 물고 늘어지는 걸까?

톡소 알의 배출 기간이 길어야 1-2주라는 걸 감안하면,

길고양이를 잡아다 2주간 격리한 뒤 일반가정에 입양시키는 운동이야말로

톡소 근절의 지름길인데 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물 한 마리가 얼마나 큰 기쁨과 웃음을 주는지 알 것이며,

길고양이도 좋은 주인을 만나면 얼마든지 애교스러운 가정용 고양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방명록에 "부모님이 고양이를 내다버리라는 말씀까지 하시거든요."라는 글이 올라왔듯이,

이 뉴스로 인해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에선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이며,

안그래도 천덕꾸러기 신세인 길고양이들은 더더욱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고 있으리라.

이러다간 고양이를 박멸하자는 운동이 휘몰아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톡소 환자의 거의 대부분이 증상없이 지나가며, 그나마도 생활습관만 고치면 안걸릴 수 있다.

또한 지난 20년간 톡소 때문에 태아가 안좋았던 경우는 단 2건이며,

그나마도 고양이가 원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런 뉴스를 만들 땐 좀 신중해야 했다.

뉴스라는 게 어떤 의도를 담아서 만들 수밖에 없다는 건 십분 이해하지만,

이 뉴스처럼 자신의 고양이 혐오증을 발산할 목적으로 뉴스를 만드는 건, 절대 반대다.

 

참고문헌

1) Elmore SA...... JP Dubey. Toxoplasma gondii: epidemiology, feline clinical aspects, and prevention. Trends in Parasitology 2010; 26(4): 190-196.

2) 수의사 이학범 선생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vet_love&logNo=80118698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