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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

고위 공직자 다루는 법


  진대제는 세계적인 IT 전문가로 삼성에서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IT산업을 일으켜 10년 후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를 마련해 달라”며 그에게 정보통신부 장관 자리를 제안했다. 결국 그는 수십억 원의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분야 강국으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공직에 ‘자기희생’과 ‘봉사’의 개념이 담겨 있다면, 진대제야말로 모범이 될 만한 공직자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위 공직자 중엔 희생과 봉사보단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공직자가 된 사람이 있다. 꿈을 좇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 꿈이라는 게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임무와 동떨어진데다 국민들의 이익과도 배치되기 십상이라는 게 문제다. 그 결과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고, 해당 분야는 물론이고 국민경제 전반에 막대한 불이익이 발생한다. 고위 공직자들에 한해서 운영의 묘를 살리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출처 ㅣ 경향DB


 예컨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하는 어떤 정치인은 자신의 꿈이 아버지에 대한 효도다. 살아생전 못 다한 효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하겠다는 것.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을 돌보기보단 효도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일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엔 아예 ‘효도부’를 만들자. 효도부에서는 각 도와 광역시에 아버지 동상과 기념관을 만들고,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생들까지 의무적으로 견학하도록 한다. 그러면 대통령은 효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껏 국정을 돌볼 수 있으니 국민들에게도 좋다. 동상과 기념관을 만드느라 일자리 창출도 되니 일석삼조라는 게 바로 이런 거다.

 또 다른 분은 어렵게 자란 탓인지 자신의 꿈이 돈을 많이 버는 거였다. 자신은 물론이고 일가친척들도 다 잘 살게 해드려야 한다는 것.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를 자신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제대로 일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엔 아예 ‘재테크부’를 만드는 게 좋다. 국가 예산 중 매년 1조원 정도를 떼어 대통령과 일가친척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의 재테크를 도움으로써 대통령이 다른 마음을 먹지 않고 국정에만 매진하도록 하자는 것. 1조원이 말이 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1조원을 만들려고 전국의 강바닥을 파게 만드는 것보다는 이편이 훨씬 낫다. 일자리 창출 면에서는 손해일지 몰라도 그로 인해 절약되는 20여조 원을 경제발전과 복지로 돌린다면 이것 역시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내가 아는 또 다른 분은 운동권 시절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남이 자신을 알아주는 걸 필생의 꿈으로 갖게 됐다. 공자는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내지 않으면 그 또한 군자가 아니겠느냐"고 했지만 그거야 공자가 워낙 유명하고 존경을 받는 분이니까 그런 말을 한 거지, 남이 자기를 몰라봐 주는 것만큼 열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 자신의 위대함을 끊임없이 확인하느라 제대로 일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엔 각 부처, 심지어 동사무소 같은 곳마다 대통령 전화를 받는 담당자를 하나씩 두자. 대통령으로부터 불시에 전화가 걸려오고, "나 대통령이오!"라는 말이 들리면 "아 네 훌륭하신 대통령님. 지금 일어나서 전화 받고 있습니다."라며 공손히 응대하는 거다. 뭐 그런 쓸데없는 직책을 만드느냐고 하겠지만, 바쁜 공무원들이 이분이 진짜 대통령이 맞는지  걱정하는 것보단, 전화를 잘못 받아 좌천. 해고되는 공무원들이 많아지는 것보단 이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게다가 친절한 전화 응대에 기분이 좋아진 대통령이 나랏일을 더 잘할 테니, 가히 일석삼조라 하겠다. 꿈은 꿈대로 좇게 하고, 일은 일대로 시켜먹는 것, 그게 우리나라에서 고위공직자를 제대로 부리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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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가 2012.01.10 14:25

    야호. 저 1등인가요? ^_______________^

    이런 속 시원한 풍자가 너무너무 좋아서 선생님 글에 중독 되는 것 같아요.

    • 서민 2012.01.13 19:00

      안녕하세요 빵가님
      1등은 언제나 좋은 겁니다
      근데 중독은 언제나 좋은 건 아니...일까요?^^

  • 딸기이모 2012.01.10 16:39

    선생님 글 항상 재밌게 읽고있어요..^^

    예전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봤을때도 매력적이었는데 여전히

    그 매력을 갖고 있네요..ㄳㄳ

    • 서민 2012.01.13 19:00

      앗 그 당시 기억을 하시는군요
      무려 17년 전인데!
      그땐 제가 지금만큼의 사회의식이 없었는데,
      암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초초 2012.01.10 19:52

    아 오늘 직장에서 우울한 마음으로 집에 왔는데 쌤 덕분에 웃네요
    어쩜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글을 올리시는지...
    역쉬 쌤의 글은 저에게 청량제입니다
    감사인사 드립니다...
    꾸--------------벅

    • 서민 2012.01.13 19:01

      아유 별말씀을요
      그나저나 직장에서 우울한 일이있으셨다구요
      누군가가 괴롭히는 분이 있나봐요?
      그분이 새해부턴 마음을 고쳐먹길 잠깐이나마 기도해 봅니다

  • 이준서 2012.01.10 21:31

    ㅎㅎㅎ 마음에 와 닿는 글이라고 해야 되나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게 만드는 힘 있는 글입니다.

  • 조국서민 2012.01.11 03:44

    야심한 시간에 읽는 글. 잘 읽고 갑니다 ^_^

    • 서민 2012.01.13 19:03

      새벽 세시..
      정말 야심한 시간이지요^^
      하지만 모 당 분들에겐 활동하기 좋은 시간...!

  • 이순철 2012.01.11 08:36

    음... 나는 직업을 바꾼다면 전화 받는 담당자를 해야겠다. 그래서 정봉주처럼 응대해줘야지. 그럼 상대방도 기꺼운 마음으로 나의 전화응대 태도를 고마워 하겠지.

    • 서민 2012.01.13 19:04

      이순철님/정봉주 열사 정말 멋지죠!
      그런 애들은 좀 거칠게 다뤄주는 게 맞습니다^^

  • 몽총옹 2012.01.11 10:57

    저는 말씀하고 계신 세 분이 누굴 가리키는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군요.(정색)
    우리나라 정치인인가요?ㅎㅎㅎ

    • 서민 2012.01.13 19:04

      몽총옹님, 설마 울나라에 이런 정치인이 있겠어요?
      정치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정치인들인데요^^

  • 강광순 2012.01.11 15:19

    창의력의 내공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풀어내시는지 가히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것도 아주 쉽게.
    정치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이라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죠.



    우리 아들이 애니메이션 전공하고 있는데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샘이 난답니다.
    교수님처럼 특히 내공이 깊은 분한테는 더욱.
    그 비결이 무엇인지 살짝 공개해 주실 수 있나요?
    우리 아들한테 귀뜸 좀 해 주게요^^

    • 서민 2012.01.13 19:07

      안녕하세요 강광순님
      글이 쉬운 건 어려서부터 어려운 곳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은 탓이구요
      창의력의 비결을 가르쳐 달라니, 참 난감하네요.
      제가 창의력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씀드리자면,
      유머에 관한 지옥훈련을 했답니다.
      친구끼리 술을 마실 때 웃기는 말을 해야 안주를 먹었다는 얘길 가끔 하는데요 진짜로 그랬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모든 창의력의 원천은 유머를 기르기 위해 노력한 것입니다. 아...부끄러워...

  • 빛가람 2012.01.13 12:56

    교수님 덕에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좋은 글 계속 써주세요~

    • 서민 2012.01.13 19:08

      빛가람님
      앞으로도 님의 미소를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 cheap cartier watches 2012.02.18 12:27

    정치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이라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죠. http://www.buywatchshop.net/IWC_Watches.html

  • sjb 2014.01.22 20:42

    첫번째 두번째는 짐작이 가는데, 세번째는 고깃값 300만원 의 주인공 인줄 알았습니다. 다시 보니, 어느 지방 자치단체장 이군요.ㅋㅋ 아, 재작년 1월 글이네요...

  • CUSTOM WRITING SERVICE 2015.12.21 20:49

    GET PROFESSIONAL ACADEMIC ASSISTANCE RIGHT NOW! 하는 차단되었으므로 사용하실 수 없습니

  • best-custom-essays.com 2016.01.20 17:11

    그런데 흥미로운 게시물은 :), 내 친구가이 주제에 대한 논문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