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는 게 사찰 이유인데, 민간인의 기강을 바로잡는 데 굳이 나선 이유에 대해 이인규 지원관은 “민간인인 줄 몰랐다. 그가 민간인이라는 사실은 조사를 시작한 지 두 달 후에야 알았다”고 했다. 여론은 “그게 말이 되느냐”고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지만,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그건 충분히 말이 된다.

1996년 5월부터 3년간 지금은 질병관리본부로 이름이 바뀐 국립보건원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한 적이 있다. 정부 산하기관인 국립보건원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은 이른바 공무원이다. 같은 울타리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난 수백명에 달하는 공무원들 틈바구니에서 살았던 거다.
일가친척은 물론 친구 중에도 공무원이 없었기에 그렇게 많은 공무원을 본다니 가슴이 설렜지만, 그 설렘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공무원도 일반인과 비슷한 외모를 지녔고, 나와 같은 언어를 썼으며, 내 옷과 비슷한 옷을 입고 다녔으니 말이다.
결혼 안 한 남자는 하루 세 끼, 유부남은 두 끼를 먹는 것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고, 내가 있던 기간 중 같은 과에 근무하던 남녀가 서로 사귀다 결혼을 했는데, 이것 역시 일반사회에서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난 근무 3년째가 되도록 국립보건원을 오가는 사람 중 누가 공무원이고, 보건원에 의뢰를 하러 온 민간인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선배를 잘 둬 벼락출세한 이인규 지원관으로서는 사찰 대상이 공무원인지, 민간인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을 거다.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인정하다시피 지원관실은 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한 기관이고,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 대통령의 높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이 절반을 넘는다는 변두리 여론조사도 있는 만큼, 4대강 등 국가적 사활이 걸린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그곳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지원관실이 일을 해나감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공무원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또다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두 부류를 효율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월급날을 가지고 구별하려니 직종에 따라 월급날이 다르고, ‘공무원=칼퇴근’의 잣대를 들이대자니 공무원이 아닌 내 친구가 오히려 무섭게 칼퇴근을 하고 있으니 구별법이 못된다. 그래서 공무원을 민간인과 구별지을 좋은 방법이 뭐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봤다.

첫째, 배지를 다는 거다.
‘사대강’이라고 쓰인 지름 15㎝ 정도의 야광배지를 가슴에 달게 한다면, 20m 밖에서 사찰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너끈히 공무원임을 알아볼 수 있을 거다.

둘째, 배지가 싫다면 왼쪽 발목에 야광띠를 매는 거다.
물론 바지를 입을 시엔 바지 밖에다 매야 한다. 만약 민간인이 따라한다면 지원관실 업무방해 및 공무원 사칭 혐의로 중벌을 받게 한다.

셋째, 이도저도 마음에 안 든다면 꼬리를 달게 하는 건 어떨까?
20㎝ 정도의 꼬리를 달게 한 뒤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른다든지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10㎝씩 꼬리 길이를 늘려 나간다면, 다들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정착될 거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이 방법들이 너무 유치하다고 섣불리 포기하지 말자. 지원관실이 일을 잘 해나가려면 공무원들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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