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벨스, Go there!

 

 

 

나치 정권에서 선전국장을 지냈던 괴벨스 (Joseph Goebbels)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던 모양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에게 단 하나의 문장만 주면 누구든지 감옥에 보낼 수가 있다”

어떤 이가 이 말을 듣고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하자

괴벨스는 “그럼 넌 조국은 사랑하지 않고 아버지만 사랑한다는 말인가”라며

그를 감옥에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괴벨스가 2000년대 한국사회를 미리 볼 수 있었다면

그렇게 자신감을 갖진 못했으리라.

괴벨스를 몇 배 능가하는 엄청난 분들이 우리나라 언론계와 정치계에 퍼져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대선 출마를 결심한 안철수에게 그분들이 하는 행태로 보건대,

그분들이 나찌시절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선전국장, 선전부장, 선전과장 등을 줄줄이 꿰찼을 테고,

괴벨스는 아마도 인턴사원 정도 하다가 잘렸을 것 같다.

괴벨스는 "단 하나의 문장만 주면"이란 단서를 붙였지만,

우리나라의 그분들은 그런 조건 없이도 멀쩡한 사람을 파렴치범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으니,

능력치를 비교한다면 괴벨스 따위는 넘사벽이라 하겠다.

그분들의 선전선동 행태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보자.

 

 

 

1)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다.

우리가 불륜드라마에 열광하는 건 일종의 대리만족인데,

대선후보의 불륜은 더 짜릿하다.

목동 음대녀,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슴이 뛰는가!

이 소문이 근거 없을지라도 안철수에겐 벌써 불륜남의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2) 대중의 무지를 이용한다

석사논문을 쓰고 그걸 학술지에 게재해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분들은 그 점을 파고들어 의혹을 제기하고, 사람들은 그 의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예컨대 사람들은 석사논문을 혼자 쓰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될 때도 학위생 혼자 이름으로 나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혼자 이름으로 나가는 논문은 논문점수가 급박할 때가 아닌 한 거의 나오지 않으며,

그 일을 도와준 사람들이 논문 게재시 이름이 들어간다.

그래서 내 석사논문은 저자가 셋이고, 박사논문은 저자가 넷이다.

석사를 받을 때와 학술지 게재 시기가 다르므로,

학술지 게재 당시 군복무중이었다고 해서 저자에 포함되어선 안되는 건 아니다.

그 일은 어차피 조교 때 한 일이 나중에 학술지에 게재되는 것이니까.

이게 과학계의 상식이건만,

일반인들은 "남의 석사논문에 숟가락을 얹어서 이름이 들어갔다"고 비난한다.

제대로 된 언론은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줘야 하건만,

이런 무지에 편승해 안철수를 욕하고, 그들이 바라는대로 안철수는 파렴치한 사람이 된다.

 

3) 파렴치범으로 만드는 데는 돈 문제가 제일이다

MBC 보도를 보면 남의 석사논문을 이용해 연구비를 타냈는데,

거기에 안철수가 끼어 있다는 거다.

"안철수 후보는 당시 연구조원으로 동료 4명과 함께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고,

연구팀은 (한국과학재단에서) 연구비 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MBC 뉴스-

누가 보면 일은 그 석사학위생이 하고, 연구비는 다섯 명이서 200만원씩 나눠가진 줄 알겠다.

과학계의 상식은 이런 거다.

[석사학위생이 석사를 받으려면 연구를 해야 한다.

그 연구를 하려면 돈이 든다

그 돈을 학위생이 낼 수는 없으니 지도교수가 연구비를 타서 연구를 하도록 해준다.

그 연구는 혼자 할 수 없으니, 여러 명의 연구원이 필요하다.

여럿이서 일을 하긴 하지만, 석사학위생이 그래도 제일 열심히 일을 하기 마련이고,

자기 이름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그 석사학위를 학술지에 게재할 때는 일을 같이 한 사람들이 모두 저자로 들어간다.

연구비를 받았으면 결과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그 결과보고서는 그 석사학위논문과 내용이 동일하게 마련이다.]

MBC가 안철수에게 연구비 횡령의혹을 제기하려면,

연구비를 받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수를 고발하시라.

최소한 학계에서 연구비를 탄 사람이라면 MBC의 문제제기가 말도 안되는 깎아내리기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해 줄 것이다.

4) 요즘은 표절이 대세다

여기에 표절까지 저지른다면, 안철수의 이미지는 완전히 추락하게 마련이다.

MBC 뉴스에서 표절의 근거로 제시한 건 공식의 오타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

학술지에 게재할 때야 좀 신중하게 검토하겠지만,

학위논문을 쓸 때는 대부분 먼저 그 방법을 사용한 선배 논문을 참고한다.

특히 연구방법이 같다면 선배가 써놓은 방법을 베끼는 건, 학위생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내 석사논문은 전자현미경으로 기생충을 찍는 거였는데,

전자현미경을 찍는 방법과 기생충을 처리하는 방법은 선배 논문을 보고 베꼈다(저도 좀 뉴스에 내 주세요!).

그 과정에서 오타가 있는지 없는지 알 게 뭔가?

학위논문에서 중요한 건 결과가 새로운지 여부일 뿐, 방법에 오타가 있는지는 학술지에 게재할 때가 아니면 심사위원들이 눈여겨보지도 않는다.

안철수가 사용한 볼츠만 공식의 오타를 가지고 표절 운운하는 건

일반인을 겨냥한 졸렬한 의혹제기에 불과하며,

그 의도가 너무도 뻔하디 뻔하다.

혹자는 이걸 가지고 문대성과 비교하던데, 적당히 하자.

어떻게 자기가 무슨 논문을 썼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갖다 붙이는가?

 

결론: 좀 제대로 까면 안될까?

지금까지 내가 안철수를 옹호한 건 공격 자체가 어이가 없어서지,

안철수가 무조건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사실 난 안철수의 논문이 학위논문을 제외하곤 달랑 세 편이라는 점에 무지하게 놀랐다.

그것도 한 편은 논문 내는 사람이 없어서 폐간된 서울의대 학술지에 2저자로 낸 것.

시절이 시절인만큼 다른 두 편도 해외학술지에 낸 게 아닌, 변변치 않은 논문일 거다.

요즘 교수 공채를 할 때는 1저자나 주저자 (책임저자)가 아니면 보지도 않는데,

공채심사에 들어가보면 다들 나도 감히 못 내는 해외학술지에 논문을 열댓편씩 낸 경우가 수두룩하다.

게다가 교수공채시 심사를 하는 논문은 아무리 관대한 곳이라도 "지금부터 5년 내에 제출한 논문"에 국한할 뿐,

1990년대, HOT도 나오기 전인 까마득한 시절에 쓴 논문을 연구업적으로 인정해 주는 곳은, 맹세코 없다.

그러니까 어떻게 그런 논문실적을 가지고 교수로 임용됐느냐, 서울대의 임용기준은 도대체 뭐냐, 이런 걸 문제삼을 일이지,

말도 안되는 표절논란을 일으키는 거니?

 

 

마지막으로 이번 논란을 보면서 느낀 건, 역시 윗대가리가 중요하다는 거였다.

장수를 보면 부하들을 알 수 있듯이,

김재철 사장이 MBC로 가니까 이런 엄청난 보도가 나오는구나 싶다.

김재철 씨, 당신 정말 짱이네요. 앞으로도 무용 하신다는 정여인과 쭉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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