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모습을 드러낼 국정화 교과서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신다.
명망있는 교수들이 죄다 집필거부를 선언한 마당에
제대로 된 교과서를 쓴다는 게 가능하겠는가 불안해서다.
하지만 국정화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로 최몽룡 교수님이 선정된 걸 보고서야
불안감은 사라졌다.
물론 난 이분의 존함을 처음 들었지만,
훌륭한 분이니까 국가의 유일한 교과서를 쓸 집필진의 대표가 된 거 아니겠는가?
실제로 최몽룡 교수님은 서울대를 나오고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받으셨고,
36세 때인 198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셨다.
저서가 번역서를 포함해 무려 42권이나 되고
퇴임 후엔 명예가 없으면 절대 될 수 없는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니,
이분보다 더 나은 적임자를 찾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게다가 최교수님은 1946년생으로, 해방 이전의 역사를
교과서에 싣기 싫어하는 박근혜 대통령님의 의중과도 일치한다.
놀라운 건 이분이 공부만 하는 샌님이 아니라, 놀기도 잘한다는 점.
예를 들어 지난 4일, 최교수님은 술자리 도중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나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다.
“나 평소 때 그래요.”
기억이 안난다는 식의 변명에 질린 사람들에게 최교수님의 이 말은 사이다였다.
문제는 최교수님이 우리나이로 70세라는 사실이다.
아직 50이 안됐지만, 난 강의 같은 데 가서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겁이 덜컥 난다.
두 번째 질문을 들을 때쯤 첫 번째 질문을 까먹기 때문인데,
이런 식이면 60, 70이 되면 질문을 듣자마자 까먹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화려한 경력에 명민함을 자랑하는 최교수님도 나이를 속이진 못하는 모양이다.
11월 4일, 최교수님은 자택에서 가진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 청와대에 현정택이라는 친구가 있다...기자회견 참석을 부탁하는 현 수석에게 ‘제자들과 술을 많이 마셔 참석이 어렵다’고 하자, 현 수석은 ‘술을 마셨어도 나와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저는 김 국편위원장의 방패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말이 대표 집필진이지, 진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나를 끌어들여야 김 위원장이 산다.”
참으로 멋진 인터뷰인데, 이게 문제가 됐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좌파들은 이게 청와대가 국정화에 개입한 증거라고 우겼다.
그간 청와대는 자신들이 국정화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던 터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자 최교수님은 말을 바꾼다.
[최교수는 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현 수석으로부터) 전화는 왔다”고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통화 내용에 대해선 “(현 수석이) 내 친구다. 나보고 잘 있느냐고 (전화)한 것”이라며 기자회견 참석 요청과 관련해 “안 했다. 절대 안 했다”고 부인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기자회견 참석요청은 있었던 걸까?
통화 당사자인 현수석에게 물어봤다.
[현 수석은 11월 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최 교수와는 아는 사이이고, 제자들뿐 아니라 사람들이 몰려가서 만류도 한다는 소식 등을 듣고 걱정이 돼서 전화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 수석은 1949년생으로 최교수보다 세 살이 더 어리다 (그럼에도 친구를 먹어주는 최교수의 호탕함이란!)
한 살이라도 어린 사람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보면,
아무래도 최교수가 헷갈린 모양이다. 게다가 술까지 먹었다지 않은가?
깔끔하게 정리가 되긴 했지만, 찜찜함은 남는다.
최몽룡 교수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나라의 유일한 역사교과서를 집필할 대표집필자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과거의 일들을 기록하는 것일진대,
하루 전날의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표집필진이라면
그 교과서가 정확한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물론 이를 총책임질 김정배라는 훌륭한 분이 계시지만,
1940년생인 이분의 연세는 무려 76세,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고,
다음 기사를 보니 더더욱 앞이 노랗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그런 얘기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없다'면서도 "
윗선이라 했다면 교육부 정도였을 것"이라고 CBS노컷뉴스에 입장을 밝혔다.”
교과서를 만들 분들은 죄다 70대밖에 없는 이유가
혹시 그보다 젊은 분들이 다 좌파여서 그러는 걸까.
빨리 좋은 교과서가 만들어져 좌파가 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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