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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극성 문빠의 바쁜 하루

 

 

제천 화재에서 소방관들이 대처를 잘못해 희생자가 많았다는 기사가 나온다.
유족이 건물 안에 갇힌 생존자와 한시간 넘게 통화를 하기도 했다니,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여기에 대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한다.
“소방관들이 대처를 잘못하다니, 우리나라 재난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구나.
이참에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 더 이상 이런 재난이 없어야겠다.“
하지만 극성 문빠, 그러니까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문빠라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소방관 욕을 하면 안되는데. 그럼 그 소방관들의 총 책임자인 문대통령에게 누가 되는데.”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사고를 지닌, 할 일없는 문빠들에게 동원령을 내린다.

 

 


이들은 이런 전략을 짠다.
1) 건물주에게 책임을 돌리자.
건물주가 건물을 인수한 지 두달밖에 안됐고,
불이 났을 때 건물을 돌며 대피를 하라고 외쳤다는 얘기는 잊자.
지금 구속중이라는 사실도 머릿속에서 지우자.
그 대신 아몰랑 무조건 건물주 책임이야, 라고 외치자.
건물주가 마침 자한당 인사의 친척이니 그림도 좋다.

 

2) 불법주차한 차량에게 책임을 묻자.
소방차가 진입할 때 방해를 좀 받은 건 맞지만,
소방관들이 건물에 도착했을 땐 대부분 살아있었다는 점에서 이건 좀 무리가 있지만,
아몰랑 우리 소방관을 지키는 게 우리 문대통령 지키는 거야.

 

3) 인력부족이었다고 우기자.
이건 문빠들의 주장 중 그래도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제천 소방서에서 출동한 사람들 중 불을 끌 수 있는 분은 넷밖에 안됐다나.
그렇다 하더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인력이 적다면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2층에 생존자가 많다는 제보를 무시한 채 지하 1층을 먼저 수색한 것,
그리고 2층 유리를 깨지 않은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일부 문빠님들은 이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주장도 한다.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처우가 열악한 건 맞지만,
문빠들 덕분에 요즘엔 일하는 보람은 있을 것 같다. 

 

4) 불낸 놈이 잘못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위의 세 가지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겠지만,
극렬 문빠들은 달라도 뭐가 달라서, 불낸 놈이 잘못이라고 한다.
이런 식이면 아무도 욕할 수 없다.
배 뒤집혀서 사람이 죽어도 못 구한 해경탓이 아니라 배 뒤집은 놈 탓이고,
교통사고 때 구조가 늦어서 많은 인명이 희생된다 해도 구조대원 잘못이 아닌 게 되니까.
하지만 뭐 어떠랴.
그게 바로 문대통령을 지키는 일이고,
그 일을 위해서라면 우리 문빠들이 전력을 다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문빠들은 불리한 기사마다 이런 주장들을 댓글로 쓴 뒤
여기에 무차별적으로 공감을 찍음으로써
자신들의 댓글이 공감 수가 가장 많은, 소위 베스트댓글이 되게 만든다.
소방관을 욕하러 들어온 사람들은 건물주, 불낸놈 등등만 욕을 먹고 있는 걸 보면서
“내 생각이 짧았구나”라고 반성하게 된다.
일을 마친 그들은 자신들의 전과를 자랑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여유는 없다.
일은 도처에서 터지니까 말이다.
“큰일났어요. 임종석 UAE 간 것에 대해 자한당이 의혹을 제기해요.”
“연합뉴스에서 청와대 외신기사 해석을 잘못했다고 욕해요. 빨리 와주세요.”
인터넷 시대다보니 요즘엔 기사가 새벽에도 올라오는지라
문빠들은 잠을 잘 여유도 없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을 지키는 일은 정말 힘들구나.

 

 

* 베스트댓글이 여론이 아닌, 문빠들의 공작이라는 증거는
거기에 대한 댓글, 즉 대댓글을 보면 된다.
문빠들은 거기에까진 공감조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빠님들, 이왕 할 거면 대댓글도 신경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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