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시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났다.
대부분의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빠른 대응을 칭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 발생 후 49분 만에 첫 보고를 받았다. 이어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서면보고까지 포함해 4차례 보고를 받고 현장을 중심으로 한 구조 작전 지시를 내렸다.”
박근혜 정부의 7시간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49분이라는 숫자가 초음속처럼 느껴질 수 있다.
‘공정’과 ‘객관’이란 점에서 내가 가장 높은 평가를 내리는 미디어오늘도 이 점을 칭찬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신고 접수 시간부터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던 걸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는 시간대별 사고 내용과 지시 및 조치 내용까지 상세히 밝히면서 사고 대응에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흐뭇한 마음으로 미디어오늘 기사를 읽어내려 가던 이라면
맨 마지막 두 줄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사고로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7명이 생존했다. 선장 등 2명은 실종된 상태다.”
잉? 이렇게나 희생자가 많았어? 다 구한 게 아니고?
기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봐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데,
22명 중 구조자는 3분의 1에 해당되는 7명에 불과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들의 문대통령 칭찬이 낯 뜨거운 이유는
원래 칭찬이란 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낚시배가 뒤집어졌는데 전원이 구조됐다.
-새벽이고 안개도 껴서 구조가 어려웠는데 전원구조라니, 이거 대단한데?
-알고 보니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처했고, 또 대통령한테 보고도 즉각 이루어졌다네?
-오오, 역시 대통령이 바뀌니까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구나!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렇다.
-낚시배가 뒤집어졌다.
-신고접수가 된 시각은 6시 9분이고, 구조보트를 보내라고 한 시각은 13분인데
막상 보트가 출발한 시각은 26분이다. 무려 19분의 차이가 난다.
-차가운 물속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감안하면 19분은 아쉽다.
-결국 승객의 3분의 2가 희생됐다.
-오오, 역시 대통령 바뀌니까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구나!
이렇게 정리해 보니 마지막의 칭찬이 뜬금없지 않은가?
신속한 보고와 지시는 어디까지나 인명을 더 구하기 위함이고,
그게 실패한 시점에서 대응이 좋았다는 건 용비어천가에 다름없다.
세월호와 달리 이번 사고는 구조가 더 어려웠던 것 같고,
해양경찰 역시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13명의 죽음 앞에서 우리들끼리 잘했다고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볼썽사납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난데없는 날벼락에 슬퍼하고 있는데,
언론들은 “아유, 정말 문대통령은 대단해!”라고 칭찬하고,
문빠들은 ‘이게 나라다’라고 외친다.
아무래도 그들이 생각하는 ‘나라’는 내가 생각하는 ‘나라’와 다른 모양이다.
'전염병 권하는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수지 게임을 봅시다 (41) | 2017.12.31 |
---|---|
문빠가 미쳤다 (1644) | 2017.12.19 |
한남충박멸협회가 필요하다 (296) | 2017.11.24 |
슈퍼스타 이국종에 대한 아쉬움 (58) | 2017.11.19 |
손아람 살해특공대는 왜 조직되지 않는가? (100) | 2017.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