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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가상대화



물리학자 로버트 윌슨은 1969년 국회에서 입자가속기 자금지원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국회: 이 가속기가 국방에 기여할 수 있는가?

윌슨: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가속기는 우리나라를 더욱 방어할 가치가 있는 나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국회는 윌슨의 요구를 들어준다.

로버트 윌슨은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며,

그 지원으로 만들어진 페르미연구소는 지금도 물리학 분야의 중요한 업적을 내고 있다. 




이명박은 2008년 국회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국회: 4대강에 보를 설치하는 게 강을 깨끗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가?

이명박: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해다. 4대강이 만들어지면 유속이 느려져 녹조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국회: (...) 그렇다면 홍수나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가?

이명박: 그것 역시 오해다. 4대강은 홍수를 전혀 막아주지 못하고, 가뭄에는 특히 쥐약이다. 

국회: (....) 그렇다면 4대강 주변이 관광지로 개발돼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가?

이명박: 그럴 가능성도 희박하다. 나중에 완공되고 나면 내가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을 오게 만들 경관을 제공하진 못할 것 같다.

국회: 그렇다면 4대강에 퍼붓는 20여조원이 우리나라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이명박: 내가 대통령이 되는 데 신세를 졌던 지인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신세를 좀 갚아야 하는데 내돈으로 하긴 아깝다. 그게 이유다.


국회는 이명박의 요구를 들어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4대강 사업은 곳곳에서 녹조를 발생시키며 유속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중이다.

이명박은 4대강 주변을 자전거로 완주함으로써 자신의 공약을 지키고,

훗날 가장 무의미한 공사를 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노벨삽질상의 1호 수상자가 된다 (부상은 삽 한자루).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국회: 교과서를 국정화하면 청소년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는가?

박근혜: 그건 아니다. 친일과 독재를 찬양하는 교과서로 공부하면 오히려 혼이 이상해진다.

국회: 그렇다면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좌파를 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가?

박근혜: 그런 것도 아니다. 좌파는 내가 만드는 것이지, 교과서가 국정화됐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 그렇다면 새 역사교과서가 요즘 시대가 추구하는 다양한 관점을 길러줄 수 있는가?

박근혜: 아니다. 국정화는 다양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역사 대신 상업만 가르친 교사를 집필진에 넣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국회: 우리가 보기엔 국정화의 장점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교과서 국정화에 자금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뭔가?

박근혜: 내게 너무 훌륭한 아버지가 이유없이 욕을 먹는 게 불쾌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 우리 아버지를 찬양했으면 좋겠다. 그게 아버지 덕에 이 자리까지 올라온 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국회는 예비비를 당겨서 교과서 국정화에 자금을 지원해줬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광복군으로 독립운동을 했고,

5.16 쿠테타가 민주주의를 완성시킨 구국의 결단이라고 배운다.

이 공로롤 인정받아 박근혜는 한일합방을 정당화한 후지오 마사유키 (당시 문부대신)에 이어

노벨왜곡상의 두 번째 2호 수상자가 된다 (부상은 '혼'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소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