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책이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교보와 알라딘을 포함한 각 서점의 종합 1위는 죄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경제학 책이다.
저자인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 이래 그가 천착해 온 문제, 그러니까 “못사는 나라가 성장하는 길은 보호무역”이라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시장 제일을 외치던 신자유주의자들의 거짓말은 그의 책에서 하나씩 하나씩 정체가 드러나며, 그들이 앵무새처럼 했던 말들이 사실은 부자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밝혀진다.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맞서 싸우는 이 전사가 한국인이라니 열광할 만도 하다.
“장하준? 그저 훌륭한 이야기꾼일 뿐”
장하준의 논리 앞에 숨을 죽였던 자유기업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김정호라는, 왠지 경제보다는 지리 쪽에 더 소질이 있을 것 같은 분이 장하준의 책을 공격한 것. 장하준의 주장이 충분한 근거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김씨 아저씨의 주장은 그저 궤변에 불과하다.
“책이 잘 팔린다는 사실이 학자로서도 뛰어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그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경제학도 ‘수준 이하’”
김씨아저씨처럼 제대로 팔리는 책 한권 쓰지 못했다는 게 학자로서 뛰어남을 증명하는 건 아니잖은가? 그의 궤변은 결국 이걸로 귀착된다.
“보호주의가 좋다면 북한식의 ‘우리식 경제’를 하자는 말인가.”
읽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 어느 매체에 실렸는지를 확인했다. 뉴데일리였다.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67828
그러고보니 보름쯤 전에도 뉴데일리는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 대해서도 헛소리를 했다. 반미주의를 부추긴다나 뭐라나 (검색을 해보니 기사가 지워진 듯하다). 얘기가 좀 그럴듯 해야 토론이 될텐데, 그 범주를 넘어서 혼자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으니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뉴데일리에 대한 평가는 이런 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추신수가 홈런을 친 날이면 “영양가가 없다”는 댓글이 무수히 올라온다. “팀의 중심타자가 겨우 3점홈런밖에 못치다니!” 이러면서. 얘네들이 이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심을 좀 받아보자는 것. 욕을 먹을지언정 무관심보다 낫다는 게 그들의 의도인 듯하다. 뉴데일리은 정신병자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며, 웃기려고 그런 매체를 만드는 것 같지도 않다. 그들이 바라는 것 역시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 악플이라도 주렁주렁 달리는 걸 보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느끼고픈 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뉴데일리에 도통 관심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뉴데일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꼴통신문인 ㅈ일보가 이미 다 우려먹었던 메뉴이기 때문이다. 심형래가 했던 “영구없다”를 지금 개그맨이 그대로 들고 나온다면 아무도 웃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래서 뉴데일리는 외롭다. 땅굴드립을 비롯해서 연일 주옥같은 기사를 쏟아내 보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 걱정이다. 사회의 무관심이 연쇄살인범을 만들어 내듯, 뉴데일리가 지금보다 더 삐뚤어질까봐.
그래서 뉴데일리에게 제안한다. ㅈ일보를 따라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보시라. 이름하여 제대로 된 보수가 되는 것.
예를 들면 전시작전권 환수 같은 의제를 좌파들에게 빼앗기지 말고 너네들이 먼저 주장을 하시라. 작전권을 다른 나라가 가져 달라고 비는 게 무슨 보수냐? 안모씨처럼 군대 안간 자들이 요직을 맡는 것도 과감히 비판하고, 시장만능을 주창하려면 조중동이 특혜를 달라고 징징거리는 것도 냉정하게 비판하시라.
오늘 아침에 대통령께서 기름값 가지고 한마디 했던데, 시장 만능이 우선이라면 대통령의 그런 발언도 과감히 비판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념에 따라 비판을 하되 정파에 휩쓸리지 말라는 뜻이다. 과거 뉴라이트라는 단체가 헛소리만 하다가 와해되다시피 했는데, 뉴데일리는 한번 제대로 된 보수가 돼보라 (근데 너희들, 참 ‘뉴’ 좋아한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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