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인두염 때문이다



대통령이 편찮으시단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좌파들은 “이까짓 병을 가지고 만방에 알리느냐?”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할 일은 아니다. 

위가 경련을 하고 인두에 염증이 생긴 건 

기생충을 전공한 내가 보기엔 ‘중병’에 해당된다 (상중하로 나눴을 때).

위경련 하나만 해도 불세출의 권투선수 로베르트 듀란이 경기 도중 기권할만한 큰병인데,

거기다 인두염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게다가 아무리 가벼운 병이라도 숨기다 병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 전날 “나 아프다!”라고 외친 건 국민들로서는 고마워할 일이다. 

병은 대통령이 알리더라도 이 병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서 국민들에게 알리는 건 전문가의 몫,

이제부터 기생충전문가가 보는 대통령의 병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위경련으로 경기를 때려치운 로베르트 듀란


             

첫째, 이 병은 철저히 국고로 치료해야 한다.

대통령이 편찮으신 건 일주일의 중남미 순방 때문이고,

중남미 순방은 우리나라에 엄청난 국익을 가져오기 위해 간 것이니

이번 병환은 전문용어로 ‘공무 도중 습득한 병’이 되겠다.

대통령도 치료비 정도는 낼 수 있으시겠지만

가급적이면 국민 세금으로 치료를 받음으로써 대통령의 노고에 보답해야 한다.



둘째, 인두염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난 위경련보다 인두염에 놀랐다.

위경련이야 밥만 안먹으면 낫지만 인두염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병이다.

인두염의 증상은 열이 나고 특히 목이 아픈 것으로,

특히 목이 너무 아파서 말을 잘 못하게 된다.

그러니 대통령이 이번에 “성완종을 사면한 게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고 말씀하신 건,

“브루투스, 너마저도!”에 비견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마지막 힘을 짜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두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은 아니다. 

일설에 의하면 인두염은 걸리는 사람만 걸리는 ‘준 만성 질환’으로,

어쩌면 대통령은 인두염이 이번에 처음이 아닐지도 모르며,

좀 확대해석을 하자면 인두염을 달고 사셨을 수도 있다.

좌파들은 그간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을 이렇게 욕했다.

“왜 말이 없느냐? 혹시 아는 게 없어서 말을 안 하는 건 아니냐?”

하지만 이번 인두염 파문으로 이런 짐작을 해볼 수 있다.

아는 게 없어서 말을 안한 게 아니라, 인두염 때문에 침묵했던 것이라고.



셋째, 그래도 정신은 멀쩡하다

사람은 몸이 아프면 정신도 변화를 겪는다. 

자신이 카프카의 소설에 나오는 벌레라도 된 듯 위축되고,

평소 명민하던 판단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라,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한 수학선생이 구구단을 못 외웠다든지,

지리선생이 일본의 수도를 교토라고 대답했다는 전설적인 얘기들이 전해지곤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달랐다.

성완종 파문은 새누리당 실세들이 성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감옥에 있던 성회장을 전전 정권에서 사면한 것이 사건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일갈하신 것.

이 말을 듣고 안심했다.

대통령이 제일 잘하시는 일이 당신에게 책임이 있는 일을 마치 남이 한 것처럼 말씀하시는

세칭 유체이탈화법으로,

그건 대통령의 판단력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그런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저 말씀을 하신 걸 보면

인두염에 위경련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정신은 온전한 것 같다.

남들 같으면 침대에 누워 헛소리를 연발할 만한 병환임에도

명민한 판단력을 유지하고 계시는 대통령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4.29 재보선의 압승은 이런 대통령께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드리는 작은 선물이다.

대통령님, 하루속히 나으셔서 건강한 모습 보여 주시고요,

앞으로는 무리하게 말씀 많이 안하셔도 됩니다.

대통령님의 침묵이 인두염 때문인 걸 우리 모두 알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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