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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대통령은 시장주의자



연예인들이 종군위안부 숙소를 찾을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나중에 꼭 한 번 더 오세요. 그때가 진짜예요.”

한번 오는 건 호기심 차원이거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함일 수 있지만, 두 번째로 온다면 거기엔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런 일은 두 번째 방문이 어려워, 많은 이들이 딱 한번 가보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두 번이 가능하다면 세 번 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며, 그러다보면 장기적 후원자가 될 수 있다. 대학 때 친구들과 같이 봉사할 수 있는 고아원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그때 수녀님이 해준 말도 비슷한 말이었다.

“대개가 다시 오겠다고 해놓고선 한번 오고 말거든요. 그럼 아이들이 기다리다가 더 상처를 받아요.”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큰소리를 쳤건만, 우리 역시 그 ‘대부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재래시장 사랑은 진정성 면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만하다.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곳도 동대문시장이었고, 그 후에도 매년 수차례씩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했다.
2008년만 해도 2월 봉천동 재래시장, 3월 자양동 골목시장, 9월 천안 중앙시장, 12월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등 네 차례나 됐고, 2009년에는 그 횟수를 늘려 6차례나 재래시장을 찾았다. 천안함 사태와 G20 등 여러 가지 바쁜 일이 많았던 작년이라고 해서 재래시장 방문을 게을리 한 건 아니었다. 올해 조선닷컴에 실린 기사의 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유독 좋아하는 재래시장 방문은 네 번이었다.(2011/1/7)”

가서 빈손으로 온 것도 아니어서, 뻥튀기를 산 저고 있고, 올해 1월 방문 때는 “김밥과 어묵을 사먹고 귀마개와 모자 등 겨울용품도 구입”했다고 한다. 설마 대통령이 귀마개 하나 없었겠는가? 그게 다 재래시장 상인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지극한 사랑이리라. 재래시장 옆에 위치한 마트 상인들은 재래시장을 얼마나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까?
 



대통령의 방문이 더 힘이 되는 건, 그가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그걸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상인들의 하소연을 듣고 그 자리에서 대책을 수립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2009년 6월 25일 이문동 골목시장을 방문했을 때 상인들과 나눈 대화는 돌발영상으로 만들어져 많은 이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는데, 대통령이 즉석에서 내세운 대책들은 ‘역시 장사해본 사람은 다르구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상인 1: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 돼요.

대통령: ...큰일이네.

상인 2: 맨날 (가게) 문 열고 맨날 굶습니다.

대통령: ...봅시다.

상인 3: 대형마트 때문에 힘듭니다.

대통령: ...그래요.

상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런 말로 상인들을 격려했다.

“내가 옛날에 노점상 할 때는 이렇게 만나서 하소연할 데도 없었어. 지금은 그래도 얘기할 데라도 있으니 좋잖아?”

맞다. 재래시장을 아껴주는 대통령이 있느니, 상인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현 대통령의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게 안타까울 거다.

http://blog.naver.com/chowstephen?Redirect=Log&logNo=10052151010&jumpingVid=51E93DB0CC7B3301664A62EE1B296CDDB4EC



올해 1월 재래시장을 찾은 이 대통령은 “열심히, 끈질기게 하면 된다. 내가 장사해 봐서 안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대통령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고 있다.
그렇다. 요즘 상인들이 못사는 건 순전히 그분들이 끈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법을 알았으니 그대로 따르기만 한다면 재래시장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도 이걸 아셔야 한다. 너무 이렇게 재래시장만 예뻐한다면, 마트 종사자들이 삐질 수가 있다는 걸.
대통령은 재래시장 상인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바, 올 추석 때는 마트도 한번 방문해 주시는 균형잡힌 대통령이 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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