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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문재인은 왜 졌을까?

 

 

명절 때만 되면 아내는 내게 물었다.

여보는 왜 선물을 하나도 못 받아?”

대학에서 조용히 강의만 하는 사람이 무슨 선물을 받겠느냐고 넘어갔는데,

인지도가 상승한 탓인지 올 설에는 선물을 무지하게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선물들을 보는 순간 내 주위에는 온통 좌파들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1) 홍삼

이번에 대학원에 들어온 K가 천안까지 찾아오겠다고 해서

서울 갈 일이 있을 때 서울역에서 보자고 했다.

저녁을 사주면서 대학원생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는데,

갑자기 그가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내게 주면서 설 선물이란다.

홍삼이었다.

내 나이로 보나 평소 근력으로 보나 홍삼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은데, 대체 왜?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K가 날 보면서 씩 웃었다.

그랬다.

K는 좌파였고, 좌파의 상징색인 홍삼을 선물하면서 서로간의 연대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었다.

 

2) 강정

작년 10월부터 우리 과에 조교로 들어온 J,

성실한데다 일까지 잘해서 내 신뢰를 듬뿍 얻고 있는데,

설이라고 갑자기 선물을 내민다.

떡값도 많이 주지 못했는데 선물을 받자니 쑥스러워 뭘 이런 걸 다라는 상투적인 멘트를 날렸다.

J가 말한다.

뜯어보세요. 마음에 드실 거에요.”

도대체 뭔가 싶어서 상자를 뜯었더니, 그건 바로 강정이었다.

강정, 강정이라.

강정은 이가 약해진 노인들이 먹는 음식, 얼음도 곧잘 씹어먹는 내게 왜 강정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J가 날 보면서 씩 웃었다.

그랬다.

그 강정은 그냥 강정이 아니라,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한창인 제주도의 강정마을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J는 좌파였고, 좌파 운동의 핵심인 강정을 주고받으며 좌파끼리의 연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3) 와인

내가 글을 써서 보내는 M이란 곳에서 내게 선물을 보냈다는 문자가 왔다.

허 참, 원고료도 다 받고 쓴 거니, 내가 선물을 줘야 예의인데라면서 선물을 기다렸다.

막상 도착한 선물은 와인이었다.

와인, 그것도 레드와인이라.

평소 소주만 마시고, 얼굴도 판에 박은 한국남자인 내게 왜 와인을?

와인을 들고 잠시 생각을 해봤더니 답이 나왔다.

그랬다.

와인의 의미는 좌파가 정권을 잡다시피하는 프랑스처럼 우리도 하루빨리 좌파가 집권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M은 좌파였고, 좌파들의 전유물인 붉은 와인을 주고받으며 좌파끼리의 연대를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이상으로 보아 내 조교를 비롯해서 새로 들어올 대학원생, 내가 글을 써서 주는 M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좌파였고,

그들이 보기엔 나 역시 좌파로, 포섭대상인 셈이었다.

생각해 본다.

이 땅에 좌파들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것일까?

물론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고사성어처럼 내 주변에 좌파가 몰릴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좌파의 세력이 저렇게까지 퍼져 있을 줄은 몰랐다.

한 고깃집 사장도 애국보수 변희재에게 고기값을 안깎아 줌으로써 좌파라는 커밍아웃을 한 걸 보면

그 실체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가지.

근데...문재인은 왜 진거야?”

 

* 너무 오랜 공백기에 면목이 없습니다

공백기를 깨는 글도 너무 유치해서 더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하고요, 앞으로는 열심히, ,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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