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자리에서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든지 이번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내 주장에 대해
지인은 박근혜가 되면 지금보다 더할 것이라고 반박했던 것.

아무리 그래도 현 대통령을 능가할 수 있겠느냐고 재반박을 했지만,
그는 "박근혜가 되면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몸을 떨었다 

(몸을 떤 건 우리가 바람이 통하는 자리에 앉아 있었던 탓도 있을 거다)

그날 이후부터 십여일 동안 둘 중 누가 더 대단할지 생각을 했고, 그 결과물을 여기에 써본다.



1. 외모

현 대통령께선 외모에 약점이 있다.
그것 때문에 G20 포스터 낙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론 얼굴 가지고 놀리는 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할 일을 안하고 엉뚱한 일만 할 때, 그리고 그걸 나무라는데도 전혀 고쳐지지가 않을 때
결국 얼굴 타령을 하게 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튼 각하의 외모는 "우리도 잘생긴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열망을 낳았고,
일부에선 키 크고 잘생긴 조국 교수를 대통령으로 미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면 박근혜는 외모 면에서는 평균 이상이다.
오죽하면 눈 높기로 소문난 허경영 씨가 그렇게 대시했겠는가?

무조건 박근혜 승이다.


2. 재산

현 대통령은 도곡동 땅 이외에 재산이 없다,고 알려졌다.
대통령 월급을 한푼도 받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재산도 청계재단을 만들어 다 헌납해버렸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이 후보 때보다 훨씬 더 많아진 느낌이 드는 것이 괴이한 일이긴 한데,
아무튼 기사에 뜬 대통령의 재산은 55억이란다.

반면 박근혜는 아버지를 잘 둔 덕분에 정수장학회를 물려받았는데,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100%)와 MBC(30%), 영남대학교를 거느린 엄청난 재단이다.

현재 박근혜의 비서였던 분이 이사장 자리에 있는데,
박근혜 자신은 2005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났으니 이제 더 이상 관계가 없다고 하고 있고,
현 재산은 서울과 대구의 집 등 총 22억 뿐이다,라고 알려졌다.

난 그 말을 믿고 싶지만,
부산일보 기자들이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라고 시위를 벌이기도 하는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강바닥을 1미터 덜 파면 얼마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정수장학회의 규모를 생각하면 무조건 박근혜 승이다.


3. 성격

현 대통령은 비교적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적이 강하게 나오면 조금 움츠려들다가 잠잠해지면 세게 나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컨대 2008년 촛불시위가 절정에 치달을 땐 잽싸게 촛불을 향해 사과를 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촛불이 사라질 때쯤 갑자기 "왜 그때 촛불든 애들 사과 안하냐?"며 흥분했던 게 대표적이다.

반면 박근혜는 사과를 안한다는 면에선 일관성이 있다.
우선 아버지 시대에 목숨을 잃은 민주화인사들에게 사과하는 데 인색했다.
아버지가 한 걸 왜 박근혜가 사과하냐고 하겠지만,
자신이 그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고,
정치입문 이후 지금까지 아버지의 덕을 보고 있으면서 잘못에 대해 사과는 안한다니 좀 거시기하긴 하다.

21세기는 유연성이 더 높이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현 대통령의 승리다.


4. 정책

현 대통령은 정책에 있어선 일관성이 있어, 한번 마음을 먹으면 끝까지 밀어부친다.
취임 이후부터 줄곧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온 게 그 예다.
그의 감세정책이 부자와 대기업에게 혜택이 집중된 것도 문제지만,
이 감세로 인해 우리 경제가 활성화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은 게 더 문제다.

참고로 장하준 캠브리지교수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 경제성장이 잘된다고 하는데
실제 성공한 예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대운하를 반대하니까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꿔서 추진하는 걸 봐도
대통령의 굳건한 일관성이 느껴진다.

반면 박근혜는 정책이라고 할만한 걸 드러낸 적이 없다.

그가 늘 소리높여 외치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기강은 세운다-는
정책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면이 있다.
게다가 세금을 줄이자면서 현 대통령의 부자감세에는 반대하는 등 진짜 확고한 정책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위험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대통령과 아무런 정책이 없는 대통령, 누가 앞서는지 진짜 애매하다만
악법도 법이다라며 기꺼이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가 갑자기 생각이 나, 현 대통령에게 한표를 던진다.


5. 측근 & 친인척

현 정권은 정말 많은 폭탄을 안고 출범했다 (놀라운 건 그게 다 터졌다는 거다)

돈을 좋아하는 (보좌관을 둔?) 형님이 계시지, 
히딩크와 땅을 좋아하는 아드님도 있다.

영부인의 사촌언니와 사촌오빠 등등
돈을 사랑하는 면에선 누구 못지않은 친척들도 한둘이 아니고,
후보 시절 신세진 사람들의 숫자도 장난이 아니다.

정권 교체 후 임기가 남은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들을 서둘러 내쫓은 것도
다 그분들을 챙겨드리기 위함이었는데,
그네들이 다들 한자리씩 차지하고 돈을 우려내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다.

남편과 자식이 없다는 점에서 박근혜는 최소한 친인척비리 면에서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만 바라보는 소위 친박계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측근비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친인척.측근비리 면에서 역대 1위인 현 대통령에 맞서는 건 불가능할 듯.
현 대통령 승리다.


6. 유머

이것 역시 현 대통령의 압승이다.
솔직히 최근 4년간 우리가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건 다 각하 덕분이니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비롯해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 등등 주옥같은 어록이 많고,
국민들의 청령제 구실을 하는 나꼼수도 사실 각하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문제는 현 대통령은 자신이 웃긴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는 것.


반면 박근혜는 지나치게 진지한 면이 감점 요인이다.
안철수에게 지지율이 역전당했다고 했을 때 "지지율이란 게 원래 거품이잖아요 호호호"라면 될 걸
기자에게 "병 걸리셨어요?"라며 성질을 부린 건 단적인 예다.

미국 대통령들을 보니까 적당한 유머는 이념에 관계없이 갖춰야 할 덕목인 것 같던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는 아마도 유머와는 아예 담을 쌓은 대통령을 모셔야 할 것 같다.

유머가 아예 없는 대통령과 자신이 웃기는 줄 모르고 웃기는 대통령 중 누가 나은지도 애매하긴 하지만,
모로 가도 웃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난 현 대통령에게 한표를 던진다 (아, 난 이빠인가 봐!).

하나하나 따지다보니 마음이 슬퍼진다.
이런 와중에 승패를 따져서 무엇하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도토리도 키를 재야 하듯, 그때 내지 못했던 술자리의 결론도 내야 한다.

답은, 현 대통령에게 맞서기엔 박근혜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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