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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부부간 신뢰의 표상 홍준표



아내와 난 금슬이 꽤 좋은 편이다.

아이를 낳지 말고 개를 기르자는 데 동의할 만큼 개를 예뻐하는 부부라면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니겠는가?

탁석산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애들 다 키우고 나면 남편이 지겹게 느껴진다. 

옛날만 해도 그때에 맞춰서 남편이 죽었다.

그런데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서 남편이 안죽는단 말야.

80, 90 이렇게까지 살거든.

그러니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거야.”

하지만 내 아내는 평소 나한테 이런다.

“너, 빨리 죽으면 가만 안둬!”

언젠가 불금쇼에 나가서 “앞으로 40년 아내랑 재미지게 살고 싶다”고 했더니

그걸 듣고는 “40년밖에 안산다고? 더 살아!”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뛰는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이런 우리 부부도 홍준표 부부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우리는 우리말로 얘기해도 말이 안통할 때가 있는데,

그 부부는 말을 하지 않아도 텔레파시로 대화가 된다.


2008년, 국회

비서: (봉투를 내민다) 국회 대책비가 나왔습니다. 

홍준표: 국회의원 되니까 참 좋구나. 이 돈, 사랑하는 아내한테 줘야지! 집안대책이 우선이니까. 음하하하.


같은 날, 홍준표의 집.

홍준표: (봉투를 내밀며) 이 돈 받아.

아내: 고마워.

홍준표: 어디서 났는지 안궁금해?

아내: 안 궁금해.



2011년, 당대표 경선을 앞둔 시점, 홍준표의 집.

홍준표: (하늘을 보면서) 당대표가 되려면 경선에 나가야 하고, 경선에 나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이 없구나. 오호 통재라.

아내: (방에 들어가서 뭔가를 꺼내 온다) 이거 받아.

홍준표: 아니, 이거 돈이잖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아내; 어디서 난 돈인지 궁금하지 않아?

홍준표: 전혀.


2015년, 홍준표가 1억원을 받았다는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홍준표가 곤혹스러운 시점.

홍준표: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그때 그 돈 어디서 난 거야?

아내: 당신이 준 돈을 모아 놨었지.

홍준표: 내가 준 돈? 그렇다면 그건 국회대책비겠군!



홍준표가 아내에게 준 돈의 출처를 아내는 몰랐고,

아내가 돈을 모은 사실을 홍준표는 몰랐다 (이로 인해 공직자 재산신고 위반이 아니게 됐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금슬좋고 서로 신뢰하는 우리 부부지만,

아내는 내 월급날 돈이 얼마가 들어왔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내가 과외로 돈을 줄 때면 “이게 무슨 돈이냐” “받은 돈을 날 다주는 것이냐” 등등을 물어본다.

그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홍준표 지사님 부부를 보니까 우리가 좀 반성해야겠다.

홍지사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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