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염병 권하는 사회

손아람 살해특공대는 왜 조직되지 않는가?

 

키 작은 남자는 죽어야 돼.”

젠더 이슈를 다루는 까칠남녀에서 패널로 나온 손아람은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한 게 손아람의 키가 180센티를 훨씬 넘는 장신이기 때문은 아니다.

몇 달 전, 갓건배라는 게임 유저를 죽이자는 살인특공대가 조직된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개인방송을 하던 김윤태는

갓건배가 게임 중 남성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그를 살해할 것이며,

그 과정을 실황중계하겠다고 했다.

찾아낸 주소가 갓건배의 것이 아니라도 아무 여자나 죽이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 병적인 퍼포먼스에 남성들은 친절하게도 후원금을 보내줬는데,

방송을 보던 이의 신고로 아무 여자가 죽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김윤태는 벌금 5만원을 선고받지만,

그 후 후원금이 폭주해 여혐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이 어이없는 사태에 대해 진선미 의원이 경찰청장에게 따졌을 때,

남성들은 진선미 의원에 대해 심한 욕설을 퍼붓는다.

갓건배가 남성비하 발언을 했으며, 그건 죽어도 싼 일이라고.

갓건배는 무슨 말을 했을까.

남성들에 의하면 갓건배는 6.25 참전용사를 비하했단다.

솔직히 남자가 키 작으면 저게 남자인가 싶다. 옛날 6·25 전쟁 났을 때 다리가 잘린 애인가 싶고.”

이것 이외에도 갓건배가 했다는 말들은 읽고 있어도 눈을 버릴 정도다.

, 이 말들로 인해 갓건배는 죽어야 마땅할까?

온라인의 저속한 표현이 살해를 정당화한다면,

죽어야 마땅한 사람은 정말 한둘이 아닐 것이다.

언젠가 상습적으로 늦는 웹툰 업로드를 기다리던 중

여성임이 드러난 네티즌에게 남성들이 가하는 온갖 더러운 말들을 보며 기겁한 적이 있다.

일부 남성들에게 그건 일상이었으며,

게임판에서 그런 일은 허다했다고 한다.

 

여혐은 인터넷과 그 역사를 공유한다.

바깥에선 찌질하게 살던 일부 남성들은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상처받은 자존심을 만회하려 했다.

된장녀, 김치녀, 김여사를 비롯해 맘충까지, 여성을 지칭하는 비속어들이 만들어졌다.

참다못한 여성들이 반격에 나선 게 바로 메갈리아였는데,

그들은 소위 미러링을 통해 혐오당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줬다.

미러링을 통해 반성에 이른 남성들도 없진 않지만,

많은 남성들은 메갈이 만든 한남충이란 단어에 거품을 물었다.

여성을 싸잡아 욕하는 광경을 보며 같이 좋아했던 그들이

왜 남성 전체를 싸잡아 욕하느냐?”며 화를 내거나

여혐에 침묵하고 또 즐기기까지 하던 이들이

갑자기 혐오는 나쁜 것이야. 여혐. 남혐 똑같이 나빠라며 근엄하게 훈계하는 광경은

그저 씁쓸했다.

안타깝게도 남성들의 십자포화에 메갈리아는 망했고,

그 뒤 여성들은 너 혹시 메갈이야?”라는, 남성들의 끈질긴 사상검증에 시달리고 있다.

 

갓건배는 폐허가 되다시피 한 남혐의 전장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전사다.

남성들은 6.25 참전용사까지 비하하는 건 너무했다고 하지만,

게임 중에 남성들이 했던 발언들 중엔 그에 필적할 것들이 많이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남자 많이 접해서 좋겠다는 발언이나

6. 25때 못먹고 자라서 가슴이 글케 작냐 같은 발언들이 대표적인 예인데,

여기에 대해 제지하는 남성들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니까 갓건배의 말은 여기에 대한 미러링으로 볼 수 있는데,

한 네티즌은 갓건배의 미러링을 이렇게 평가한다.

갓건배와 갓건배 팬들 덕에 인게임에서 여성유저에게 여혐을 하는 일이 적어졌죠.

여성유저들도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같이 화내주는 남성유저도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갓건배만 살해협박의 대상이 된다는 건

남성들의 그 잘난 정의감은 오직 상대가 여성일 때만 작동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준다.

손아람 작가의 도발은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특정표현이 문제여서 협박을 한 것이라면 저는 이 자리에서 바로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과거 미수다키작으면 루저를 뛰어넘는,

키 작은 남자는 죽어야 된다는 발언을 했다.

이러고도 아무 일이 없다면 한국남성들은 오직 약자에게만 흥분하는 비겁한 자들이란 공식이 성럽되지만,

아직까지 손아람 작가를 죽이러 갈 특공대는 조직되지 않았다.

까칠남녀 게시판에는 이런 말만 있다.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어떻게 죽이냐?”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건 갓건배도 마찬가지지만,

저런 걸 핑계라고 대고 있다니 한심하지 않은가?

그러니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한국남성은 여자에게만 강한 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