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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십이지장충과 청와대 행정관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어릴 적 기생충 하면 떠오르는 3대 기생충 중 하나가 바로 십이지장충이었다.

사람의 소장을 세 부분으로 나눴을 때 위 바로 아래 부위가 십이지장충이고

그 다음에 소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장(jejunum)이 위치하며,

마지막에 있는 게 회장 (ileum)이다.

 

 

그러니까 십이지장충은 말 그래도 십이지장에 사는 벌레,

영어 학명도 Ancylostoma duodenale,

'duodenale'는 십이지장을 뜻하는 'duodenum'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렇다면 십이지장충은 정말 십이지장에 살까?

시험문제를 내면 가끔 틀리는 학생이 나오기도 하던데,

그건 아니다.

십이지장은 길이가 그리 길지도 않은데다 위에서는 위산이 내려오고

담도에서는 담즙이 분비되는 등 기생충이 살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 결과 우리 몸에 사는 기생충의 대부분이 공장에 사는데,

십이지장충의 서식처도 바로 공장이다.

그럼 왜 이 기생충에 십이지장충이란 이름이 붙은 걸까?

십이지장충은 1838년 이탈리아의 두비니 (Angelo Dubini)라는 의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두비니는 부검하던 여성의 십이지장에서 이 벌레를 발견했기에

십이지장에서 산다고 착각을 한 나머지 그런 이름을 붙인 거였다.

십이지장충이 십이지장과 전혀 무관하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벌써 20년이 다 된 얘기지만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루과이를 미워한 적이 있다.

GATT(관세무역에 관한 협정)를 대신하게 된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해 쌀을 외국에서 수입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안그래도 어려운 농민들의 삶이 더 피폐해졌기 때문.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 개방만은 막겠다고 했지만,

그게 대통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신기한 것은 이 협정이 우루과이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

우루과이가 원해서 이런 협상안이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다

우루과이도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해 피해를 봤으면 봤지 이득을 볼 게 없는 나라였으니,

갑자기 우루과이 욕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그럼에도 여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단지 우루과이라운드의 첫 회의를

우루과이의 푼타델에스테에서 열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예로 5천만이나 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도 스페인이 만들어 퍼뜨린 건 아니었고,

최초 발생지도 스페인이 아니었다.

일설에 의하면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다들 1차 세계대전으로 정신이 없어 언론을 통제했지만,

스페인은 참전국이 아니라서 독감에 관한 보도통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이 독감으로 죽는 사람들이 스페인을 원망해서 스페인이 좀 억울했을 성 싶다.

 

청와대 행정관.

그 이름 때문에 사람들은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직위에 청와대가 붙었을 뿐

청와대 행정관이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와 무관한, 개인적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다수 숨진, 소위 용산 참사가 벌어졌을 때

청와대 행정관 이성호가 경찰청에 여론조작을 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 발생한 연쇄살인마 강호순 사건을 떠들어대서 용산 참사를 묻으라는 게

이메일의 요지였는데,

민주당 등 야권은 여기에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면서 난리를 쳤지만,

청와대는 이게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적 행동이었다며 구두경고만 줬다.

? 청와대 행정관이 하는 일은 청와대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한때 사회적 이슈였던 민간인 불법사찰이 탄로났을 때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람은 바로 청와대 행정관 최종석이었다.

아랫사람보고 다 덮어쓰라고 지시한 그의 발언은 녹취록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는데,

사람들은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그의 직위 때문에 청와대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청와대 측은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와 무관하다는 걸 몰라주는 여론이 야속했으리라.

 

채동욱 검찰총장 아들의 정보를 불법 유출한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이 요즘 화제다.

청와대는 당연히 개인적인 일탈”, 즉 조 행정관이 채 총장 아들의 의혹이 너무나 궁금해

개인적으로 한 짓이라고 얘기했지만,

세상은 이번에도 청와대를 의심한다.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답답하다고 혼자 가슴을 쳐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문제는 교육으로 풀어야 하는 법,

..고 시험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의무적으로 내자.

 

다음 중 청와대와 관계가 없는 직급은?

 

1) 청와대 청소아줌마

2) 청와대 요리사

3) 청와대 이발사

4) 청와대 행정관

 

정답: 4) 청와대 행정관

 

교육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서는 법,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십년 후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청와대가 억울하게 의심받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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