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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오세훈의 '팔뚝론'



한강에 있는 26개의 다리 중 양화대교는 가장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른 다리들은 아무 특징없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지만, 양화대교는 뱀이 지나간 자리처럼 꾸불꾸불하다. 집 근처에 있는지라 수시로 양화대교를 이용하는데, 독특해서 좋기는 하지만 자칫하면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실제로도 양화대교는 잦은 사고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난 1월7일엔 버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바람에 두 시간 동안 극심한 정체를 빚기도 했다.
알고 보니 양화대교는 미관상의 이유로 S자가 된 게 아니었다. 중국까지 배를 타고 갈 수 있게 하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찬 프로젝트에 따라 교각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예산문제로 티격태격하느라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서울시장 재직 중에 시행한 청계천 복원공사의 영향이 컸다. 사람들은 모터를 달아 인공적으로 흐르게 한 물줄기에 열광했고, 그들 중 상당수는 대선에서 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청계천의 성공에 고무된 이 후보는 청계천을 전 국토로 확장한 소위 대운하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재 멀쩡한 강을 살리겠다며 4대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선 출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
오세훈 시장의 이 말에는 ‘차기 대선에 꼭 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지지도가 웬만큼 올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오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5400억원을 들여 한강 주변의 둔치를 개발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 사업의 요지인데, 반포대교의 분수를 비롯해 부분적으로 완공된 구조물들은 벌써부터 관광객들의 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 시장은 노들섬에 오페라극장과 심포니홀 등을 만드는 소위 ‘한강예술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도 450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이들 사업이 완결된다면 오 시장의 대권 도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오 시장이 현 대통령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거다.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일보다 화려한 건축물 등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치중하는 게 단적인 예다.
오 시장은 남성 정치인으로는 준수한 외모를 갖추고 있으며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현 대통령이 건설업자 출신에 개발독재 시절을 겪어낸 분이라 때려부수고 짓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밖에 없었던 반면, 오 시장은 대통령과 세대도 다르고 출신도 다르지 않은가? 그럼에도 오 시장은 건설업자를 능가할 정도로 한강 주변을 파헤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그런 것처럼 오 시장 역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가난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야당보다 먼저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으면 어땠을까? 복지를 내세운 젊고 잘 생긴 후보자라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하지만 각종 인터뷰에서 오 시장은 무상급식 반대를 낙동강 전선에 비유하며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오페라 극장 등 전시성 사업에는 1조원을 쓰면서 1년에 695억원의 예산이 드는 무상급식에 그토록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무상급식, 내 팔뚝 넣어서라도 막을 것.”
유력한 대선후보인 그의 인터뷰를 읽고 나니 그저 씁쓸하다. 오 시장, 팔뚝 굵어서 좋겠다.


            그래봤자 나보다 굵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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