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금메달을 하나씩 따는 거 같아요.”
나랑 같은 방을 쓰는 동료선생의 말처럼 이번 대회 한국팀의 성적이 무지 좋다.
벌써 목표를 초과달성한데다 앞으로 태권도 등 금메달을 기대할 종목이 몇 개 더 남았으니 말이다.
중국과 미국이 워낙 강력해 종합 1위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지만,
올림픽에 다음과 같은 종목이 추가된다면 그들과도 한번 겨뤄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1) 최다 경험자
참가자들이 일렬횡대로 앉은 다음 사회자가 각종 직업이 쓰여있는 푯말을 든다. 그 일을 해본 경험이 있으면 손을 들고, 그때마다 난이도에 따라 1점~3점을 획득한다. 예를 들어 노점상은 2점, 배를 만들어 봤으면 3점, 해병대는 3점, 환경미화원 3점 등등인데, 거짓말로 답하면 무조건 감점이다. 우리에겐 이 부문 세계 최강자가 있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만 된다면 무조건 금메달 확보다.
2) 닮은 물건 찾기
사회자가 특정 사물을 보여주고 “이것과 가장 닮은 게 뭐냐”고 물어본다. 심사위원이 보기에 가장 창의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이 점수를 얻는다. 예를 들어 사회자가 보온병을 들면 ‘볼링핀’ ‘물통’ 등의 답변이 주를 이루겠지만, 이 상황에서 ‘폭탄 탄피’라고 말하면 무조건 1등이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이 우리나라에 계시다.
3) 숨바꼭질
정해진 시간 동안 누가 더 잘 숨는지는 어릴 적부터 많이 해온 놀이다. 하지만 숨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 엄청난 창의성이 필요한데, 이 분야에서도 세계 1인자가 우리나라에 계시다. 이분의 숨는 능력은 정말 대단해, 주변 사람이 행방불명으로 신고할 정도다. 이름이 뭐더라...?
4) 삽질
삽 한 자루를 주고 강바닥을 파게 한 뒤 가장 깊게 판 사람이 이기는 경기. 강바닥을 파면 물살에 모래가 밀려와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우리나라엔 이 분야 세계 1인자가 계시다. 5년만 더 드렸다면 우리나라 모든 강의 바닥을 혼자 다 파셨을지도 모르는 이 분의 여가생활을 위해서라도 삽질이 다음 올림픽부터 종목에 추가되길 빈다.
5) 눈치보기
누가 눈치를 더 잘 보느냐는 게임. 색깔별로 공이 놓여 있는데, 사회자가 어떤 공을 집을지를 알아맞히는 종목이다. 이건 단체전이라 여러 명이 상의하면서 답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엔 이 부문 최강의 조직이 있다. 바로 검찰인데, 한국 양궁이 누가 나가도 금메달을 따오는 것처럼, 검찰 조직에서 누굴 내보내든지 금메달은 확실하다.
6) 말 적게 하기
올림픽 개막식 직후 시작되는 경기로, 폐막식 직전까지 누가 더 말을 적게 했는지를 따져 우승자를 가린다. 물론 방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훼방꾼들이 나타나 수시로 말을 시키는지라 말을 안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이런 난관을 뚫고 말을 적게 해야 우승을 차지한다. 폐막식 직전에 시상식이 열리니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효과도 있다. 이 종목 역시 우리나라가 초강세로,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정치판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침묵을 컨셉으로 삼은 분이 단연 우승후보다. 다른 나라에서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단체로 나와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게 새누리당, 아니 전문가들의 평가.
7) 돌다리 두들기기
튼튼한 돌다리를 하나 지어놓고 누가 가장 늦게 건너가는가를 겨루는 종목. 단 돌다리를 건너가지 않으려면 망치로 돌다리를 두들기고 있어야 하는데, 돌다리 건너편에는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어 참가자들을 건너가도록 충동질한다. 우리나라엔 이 종목 최강자가 버티고 있는데, 얼마 전에 책을 내신 바로 그분이 우승후보다.
8) 돈받기
관중들에게 돈을 나눠준 뒤 참가들로 하여금 몰래 돈을 회수하도록 하는 게임. 돈을 받는 광경을 들키면 바로 퇴장이므로 아주 극비리에 돈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이 종목만큼은 자신있다고 할 분들이 여럿 있지만, 그래도 이분을 따라갈 수는 없다. 자기가 받는 대신 여비서가 대신 받게 하는 방법(이걸 ‘상-1’ 이라고 부른다) 등등 수많은 특허를 만들어낸 이 분은 나이가 좀 많긴 해도 종목이 생기기만 하면 우승을 할 재목으로 여겨진다. 최다 경험자 종목의 우승후보와 형제로, 평소 실력만 발휘하면 형제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할 전망.
9) 필사의 탈출
참가자를 감옥에 가둔 뒤 누가 먼저 나오느냐 하는 종목으로, 아프다고 한다든지 변장을 한다든지 각종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동원될 전망이다. 사람들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고향인 프랑스를 강국이라 생각하지만 이 종목 최강자는 우리나라에 있다. 법원 판결 전에 이미 구치소를 나와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신기의 내공을 선보인 분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면 경기 시작 전에 이미 감옥에서 나와 다른 참가자들의 탈출을 감상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가 잘하는 많은 종목들이 있을 것이다. 100미터 달리기 같은 것도 충분히 재미있긴 하지만, 그건 유전적으로 이미 결정된 거라 노력으로 따라잡기가 불가능한 반면 위에서 열거한 것들은 유전자와 더불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그래서 좀 더 공정한 게임이리라. 다음 올림픽은 무리라 해도 언젠가는 꼭 좀 채택해 줬으면 좋겠다.
'전염병 권하는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벨스, Go there! (26) | 2012.10.04 |
---|---|
조선일보에게 감사드립니다 (29) | 2012.09.30 |
올림픽에 추가되면 좋을 종목들 (24) | 2012.08.08 |
미리 보는 안철수 검증 쇼 (73) | 2012.07.24 |
진보 언론의 박근혜 이지메 (27) | 2012.07.17 |
교과부의 꿈 (46) | 2012.07.13 |
이준서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각 분야로 1등할 분들도 많겠네요. 9종목 종합 1위는 과연?
Reply: 서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준서님, 안녕하셨어요
사실 제가 9종목만 써서 그렇지 잠재력 있는 분이 꽤 많더라구요^^
삐따기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래 기다린 만큼 재밌는 글입니다.
정치 올림픽으로 경기하면 재밌겠네요..
제 아무리 오심이 있다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단연 1등입니다.
교수님 잘 읽고 갑니다.
Reply: 서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삐따기님 안녕하셨어요
제가 그간 사정이 좀 안좋아서요... 앞으로 열시미 하겠습니다
몽총옹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태권도도 정식종목 채택하는데 말이 많은 마당에, 이건 아니지 싶어요.
Reply: 서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앗 몽총옹님의 진지모드에 털썩.......
돌콩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
마태우스 님이 교수님이었다니~너무 너무 반가워요^^
딴지일보에 연재 끊으시고 어찌나 허전하던지...훌쩍ㅜㅡ
이제 오래오래 좋은글 많이 남겨주세요~^^
Reply: 서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돌콩님
안녕하셧어요
딴지일보에서 잘린 거죠 제가^^
앞으로 열시미 하겠습니다. 꾸벅
Givenchy Replica Handbags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실제 공연도 참 멋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 밖에 남은게 없네요...
고맙습니다^^
tongstar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흐흐흐 정말 웃기군요 좋은 사진과 정보 감사드립니다! 뭐 정말 이 종목들이 있다면 한국은 올림픽 강국이군요!
상식과 원칙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 좋았는데 안철수 교수에 대한 시각이 집권층이나 기성 정치권의 시각과 다를 바가 없어 아쉽군요.
돌다리도 두둘기고 안 건너간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건 돌다리를 건너려고 욕망하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안철수씨는 돌다리를 건너는 것이 과연 모두에게 좋은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거잖아요.
물론 전 안철수씨 지지자라 편애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e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발아 이딴걸 재밋으라고 올렷냐 이글쓸시간에 딸이나 한번더잡아라
Reply: 몽총옹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남의 집 귀한 딸래미를 왜 잡으라 마라야?ㅋㅋ
먼지꽃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슬슬 댓글로 선생님 욕하는 분들이 생기는걸보니~ 인지도가 대폭 상향된걸 알수 있군요~ 축하드려요~^^ 근데 진짜보온병상수는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절대~~~!!! 늘 유익한 문장들 감사합니다!!
먼지꽃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슬슬 댓글로 선생님 욕하는 분들이 생기는걸보니~ 인지도가 대폭 상향된걸 알수 있군요~ 축하드려요~^^ 근데 진짜보온병상수는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절대~~~!!! 늘 유익한 문장들 감사합니다!!
먼지꽃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슬슬 댓글로 선생님 욕하는 분들이 생기는걸보니~ 인지도가 대폭 상향된걸 알수 있군요~ 축하드려요~^^ 근데 진짜보온병상수는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절대~~~!!! 늘 유익한 문장들 감사합니다!!
삐따기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댓글에 욕이 있는것 보니...
이제 교수님도 정치를 하셔도 될 인지도가 되셨나 보네요 ㅎㅎㅎ
치명적인게 빠졌어요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리나라의 검소함은 세계 빈곤국들 주민들 보다 으뜸일 거예요.
28만원으로 교통 신호등은 물론, 서울의 저택에 경호원들에... 주변 주택들과 골목들도 누구 소유랬는데 누구드라..??
검소함에 있어서는 수십년간 이렇게 살면서 28만원 통장에 오히려 이자만 붙은 그 분 따라오실 분이 없겠죠~
Reply: 치명적인게 빠졌어요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근데 숨바꼭질의 1인자가 누구죠?
아직 지식이 얕아 눈치채지 못하겠습니다ㅎㅎㅎ;;
Reply: YaFeelSoGood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행불상수.
Reply: YaFeelSoGood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공부 좀 더하고 오도록
슨상님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나더추가하시죠
뛰어내리기^^
YaFeelSoGood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추가
1)절벽 다이빙
2)논두렁 시계 투척
3)앙망문 작성
파란하늘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교수님,명쾌하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