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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윤진숙 장관의 빛과 그림자

 

 

그녀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

웃음은 전염성이 있어서 다른 사람도 따라서 웃게 되지만,

그녀의 웃음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던 건 전혀 웃을 시점이 아닌데 웃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인 청문회에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계속 질타를 받는 상황이라면,

보통 사람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을 테지만

그녀는, 놀랍게도 실실 웃었다.

여수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돼 수많은 어민이 피해를 봤을 때,

그에 대한 대책을 묻는 의원들 앞에서 그녀는 웃었다.

지금이 웃을 때냐는 질책에도 굴하지 않고 말이다.

청문회 때 사람이 웃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가 있다.

매우 뛰어난 자신한테 너희들이 뭔데 대드느냐는 마음으로 웃는 냉소적인 웃음과

아는 게 없을 때 어색함을 풀어 보려는, 상황모면용 웃음.

그녀의 웃음은 그 뒤의 행적으로 보건대 후자로 드러났다.


비난의 화살은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청문회 때 자질논란이 일었을 때 대통령이 '모래밭 속 진주'라는 말까지 쓰면서 그녀를 두둔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보기엔 윤진숙을 장관으로 임명한 데는 실보다 득이 훨씬 더 많다.

 


첫째, 대통령이 처음으로 좋은 일을 했다

대통령은 취임 후 1년간 이렇다할 업적을 세우지 못했다.

좌파들이 유난히 준동한 탓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대통령이나 그 지지자들이나 굉장히 초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장관을 해임하자 국민들은 물론이고 여당. 야당이 모두 잘한 일이라고 찬사를 보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뭐든지 첫 단추가 중요한 법인데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일을 했으니,

대통령의 밝은 앞날이 기대된다.


둘째, 해양수산부의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신뢰하게 됐다.

보통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그 조직은 망한다,는 추측을 할 수 있었지만,

아는 게 별로 없는 분이 장관이 됐어도 해양수산부는 지난 일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장관이 뭐라고 하든 한쪽 귀로 흘리는 시스템이 마련된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우리나라 부처의 시스템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감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셋째, 다른 장관들이 일하기 아주 편해졌다

한번 바닥을 치면 올라가는 것만 남았듯이,

윤장관 덕분에 타 부처 장관들, 특히 후임 해양수산부 장관은

아무 일도 안해도 명장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다른 장관들에 대한 칭찬은 그들로 하여금

가진 능력을 다 발휘하게 만들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도 더욱 발전할 수 있으리라.

 


네째, 대통령의 성향에 대해 국민들이 알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의 인사 중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인사는 두 명인데,

한 명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윤창중 씨였고, 또 한명이 바로 윤진숙 씨니,

이쯤되면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총애하는지 대충 파악했을 테고,

앞으로 어떤 놀라운 인물이 높은 자리에 올라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국민들이 대통령을 이해하고, 대통령은 다시 소신껏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등용하고,

그 사람이 또 사고를 치고, 그럼으로써 국민들이 대통령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싸이클이 반복된다면,

길게만 느껴졌던 남은 4년이 금방 지나가지 않겠는가?

 


이렇게 윤장관의 임명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은 데 반해

그림자라고 할 만한 점은 시중의 진주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 정도인데,

이건 물론 진주를 내다파는 상인들에게 안좋은 일이라는 것이지,

진주를 좋아하는 많은 국민들에게는 이것 역시 '빛'으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난 윤장관을 왜 임명했느냐고 대통령을 욕하는 좌파들의 주장에 티끌만큼도 동의하지 않는다.

일년 남짓한 기간 동안 위에 열거한 긍정적인 일들을 해내고,

자신이 왜 구설수에 오르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예능감까지 갖춘 장관을

우리가 또 언제 만나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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