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2다.

이름이 두 글자라서 그런지 2가 좋았는데,

수능시험 때 (그땐 학력고사라 불렸다) 답을 모르겠으면 무조건 2번을 썼다가 피를 본 이후에도

2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특별히 싫어하는 숫자는 없었다.

미국에서 금기시되는 13도 내게 금기의 대상은 아니었다 (내가 사는 집은 413동이다).

하지만 종편이 생기고 나서부터 15~20 사이의 숫자를 싫어하게 됐다.

웬지 재수가 없을 것 같아 그 날짜엔 약속도 미루고 집에만 있어야겠단 생각도 하게 된다.



종편이 싫은 이유는 간단하다.

온갖 편법과 비리와 아부가 어우러진 결과물이 바로 종편이니까.

게다가 그들의 평소 행태로 미루어 보건대

TV에서 어떤 짓을 할지 안봐도 비디오였다.

원래 난 심심하고 볼 게 없을 땐 채널 맨 아래부터 하나씩 채널을 올려가며 볼만한 걸 찾는 버릇이 있었는데,

종편이 생기고 난 뒤엔 21번부터 검색하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을 보니 종편 채널을 아예 수신거부하는 방법도 있는 모양인데,

이 방법이 훨씬 더 나을 듯 싶다.





“재미있는 프로가 있다면 종편도 보겠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문화면이 볼거리가 많다면서 그 신문들을 구독해 준 대가가 엄청났다는 것,

그리고 같은 논리가 종편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내가 가르치는 기생충학 시험이 지난주 토요일에 있었다.

시험문제를 검토하던 중 내가 엄청난 실수를 한 걸 알았는데,

17번에서 19번까지 문제가 통째로 없어져 버린 거다.

기말고사를 중간고사라고 쓴 건 내 탓이겠지만,

17-19번이 사라진 건 내가 너무 종편 채널번호에 신경을 쓴 탓,

학생들의 건전한 시험까지 방해할 만큼 해악을 끼치는 종편은 하루속히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