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세 마리가 사는 우리 집에는 미니미라는 이름의 개가 있다.
첫째 강아지가 다리가 부실해 잘 못움직이는 탓에,
작년 5월에 입양한 둘째 강아지-팬더-가 심심할까봐 서둘러 미니미를 데려온 것.
미니미는 ‘유모’라는 자기 신분에 걸맞게 팬더랑 아주 잘 놀아줘서 우리 부부를 흡족하게 해주고 있다.
내가 퇴근을 하면 팬더는 그냥 달려나오는 반면 미니미는 늘 입에다 뭔가를 물고 나온다.
그게 ‘공’일 때도 있고, 천으로 만든 뼈다귀일 때도 있지만,
입에다 뭔가를 물고 나오는 건 언제나 똑같다.
나름의 일관성이 있다는 얘긴데,
어느 날이든 그런 행동을 안한다면 그건 미니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니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지난 대선 때,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하며 회의록을 열람했다.
그리고 2012년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대선을 NLL로 소용돌이치게 만들었다.
그 이전까지 정문헌이란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국감장은 그의 스타탄생의 장이었던 것.
그로부터 두달 뒤, 김무성 의원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14일과 19일
박근혜 후보의 부산 찬조유세 때 회의록의 일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인용한 뒤
“찌라시에서 봤다”고 주장했다.
그 찌라시가 혹시 정문헌 의원의 별명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아무튼 이 사건은 국가의 기밀이 돼야 할 정상회담이 불법으로 유출되어 정쟁에 이용된,
아주 고약한 사례다.
이런 식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시 “김정은 위원장님 신수가 훤하네요”라고 덕담을 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김정은에게 비굴한 아부”라면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잖은가?
결국 민주당의 고발로 NLL 회의록 유출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게 되는데,
그토록 길고 긴 세월 동안 수사를 한 끝에 검찰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김무성; 혐의없음.
-발췌록을 무단 공개한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 적법한 열람이었음.
-정문헌;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
그간 우리가 익히 봐온, 참으로 검찰스러운 결론이 아닌가?
약자에겐 추상같지만 강자에겐 유난히 관대한 검찰의 일관성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만약 검찰이 어느날 갑자기 청와대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면,
그건 검찰이 약간 맛이 갔거나 청와대가 임기가 얼마 안남았다는 뜻이니,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 총리후보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뽑혔다.
DJ 시절부터 저격수 비슷하게 필봉을 휘둘렀던 문창극은
무상급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좀 심하게 비유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것과,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북한 주민이 그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뇌가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친 분인데,
세월호의 비극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랠 겸 총리를 갈아치우는 줄 알았던 대통령이
왜 저런 분을 후보로 지명했는지 참 신기하다.
말은 신기하다고 했지만 사실 이번 인사는 현 정부 들어 익히 봐온, 참으로 박대통령스러운 인사다.
저 사람만 빼곤 다 괜찮아,라고 했을 때 굳이 그 사람을 집어다 요직에 앉히는 박대통령의 일관성도
존중받아야 마땅한데,
만약 박대통령이 덕망있고 훌륭한 사람을 발탁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원래 뽑으려던 사람과 동명이인이거나 어떤 이유로든 박대통령의 세계관이 급격한 변화를 겪은 거니,
지체없이 진돗개 하나를 발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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