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청정제는 냄새가 아주 찐해서 입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그런데 그 진한 냄새가 음주운전에 걸리지 않으려는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으니, 구강청정제 중에는 알코올이 함유된 게 있어서
술을 안마시고 구강청정제만 써도 음주측정에 걸릴 수가 있다는 것.
그러니 술을 마시고 구강청정제까지 쓰면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나올 수도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잔대가리를 굴려야 할 때가 있지만,
잘못 굴린 잔대가리는 일을 더 그르치기 일쑤다.
최근에 겪은 잔대가리 3개를 적어본다.
1. 검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남북정상회의록이 유출돼 대선에서 주요 전략으로 쓰인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김무성 의원과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 유출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고,
정문헌 의원만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한 바 있다.
검찰이 새롭게 밝힌 사실이 하나도 없는,
1년 반 동안 수사한 결과라고 하기엔 실로 민망한 결과였다.
신통한 점은 검찰도 이걸 발표했다간 무지하게 욕을 들어먹을 거라는 점을 알았다는 사실이다.
그걸 어떻게 알았을지 정말 궁금하지만 (혹시 찌라시를 보고 알았을까?)
아무튼 검찰은 최대한 욕을 덜 먹는 방법을 궁리해 낸다.
보통 이런 민망한 결과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발표하는 게 검찰의 전통이었지만,
이번엔 특히 낯이 부끄러웠는지 좀 더 머리를 쓴다.
6월 4일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날 발표를 해버리면
언론에서 선거관련 보도를 하느라 검찰의 발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결국 검찰은 6월5일 오후 1시쯤, “수사 결과 발표를 당일 오후 2시에 하겠다”고 기자단에 일방 통보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검사가 돼야 하는 이유는
이런 기발한 묘수를 필요로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희대의 잔머리는 기자단의 반발로 무산됐고,
결국 검찰은 6월 9일, 아무 내용도 없는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수사 내용에 대해서도 욕을 많이 먹은데다 “이러려고 선거 다음날 발표하려고 했느냐”며
잔머리에 대한 비난까지 욕을 먹었으니,
아주 배가 부를 것 같다.
2. 안대희
안대희 씨는 20세 때 사법고시에 합격해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25세 때 검사가 된 뒤 중수부장과 대법관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이렇게 높은 자리까지 가신 분이면 돈에 초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멋질 것 같고,
스스로도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 “"변호사는 적정 보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안대희는 다른 법관들이 다 받는 전관예우를 거절할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보통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면 3년에 100억을 번다는 게 정설인데,
안대희도 5개월만에 16억원을 벌었으니 그 정설을 충실히 따른 셈이다.
총리후보자가 됐을 때 그 16억이 문제가 될 것 같자 안대희는 그 좋은 머리를 십분 발휘,
기가 막힌 묘안을 생각해 낸다.
3억원은 세월호 피해자에게 기부하고, 남은 11억도 좋은 곳에 기부하겠다고 한 것.
이러고 나면 “아, 역시 안대희는 멋져!”라는 찬사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세상의 인심은 야박했고,
야당에서는 ‘기획기부’라며 안대희를 비판했다.
돈다발을 흔들며 “얼마면 돼?”라고 했던 배우 원빈이 국민적 사랑을 받은 걸 보면,
이건 별로 공평한 것 같진 않다.
말도 안되는 반응에 격분한 안대희는 결국 총리후보를 스스로 사퇴하는데,
국민들의 관심은 그가 11억원을 기부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쏠려 있다.
논리적으로는 총리가 안됐으니 기부를 안해도 그만이지만,
그가 누군가. 폼생폼사 중수부장 안대희 아닌가?
퇴임사에서 안대희는 11억 기부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기부를 안할 수가 없게 됐다.
잔머리를 쓰다가 큰돈을 잃은 안대희,
그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사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정말 열심히 전관예우를 받으려 하지 않을까?
3.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평소 잔머리보다는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당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애용하는 빨간색을 상징색으로 쓰면서도 오히려 상대방을 종북으로 모는 적반하장 전략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여러 나라가 모방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새누리당이 교육감 선거에서 패한 뒤 억지 비슷한 잔머리를 굴리는 건,
그래서 좀 의외다.
새누리당은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인사가 당선된 게 분했는지,
교육감 선거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선진국 예를 보면 직선제보다 임명제가 많다”는데,
이건 아무리 좋게 봐도 선거에서 졌다고 몽니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당이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연속으로 패배했을 때 “대선 없애자”고 안한 게 신기하기만 한데,
댓글들을 봐도 직선제 폐지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잔머리를 쓸 시간에 딸 관리를 잘 하는 매뉴얼을 공유하는 게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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