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이란 단어가 없었던 데서 보듯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기존에 있던 단어의 뜻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떡고물’로, 원래는 떡에 붙어 있던 가루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일을 성사시켰다는 이유로 받아 처먹는 돈’이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의미가 변한 단어가 몇 개 있다.

예를 들어 ‘사회환원’을 보자.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사회환원이라고 하면 할머니가 평생 김밥을 팔아서 모은 돈을 대학에 쾌척한다든지, 불우이웃돕기에 전 재산을 내놓는다든지 하는 일을 의미했다. 하지만 요즘은 ‘재단을 만들어 일단 자기 친구를 이사장으로 앉힌 뒤 나중에 회수해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 행위’로 의미가 변했다.
후보 시절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던 현 대통령이 청계재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일부에선 “기존 재단에 주면 될 텐데”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그 사람들은 ‘사회환원’이란 말뜻을 잘 몰랐던 거다. BBK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질까봐 급히 내건 약속이었건만, 우리 대통령은 그 약속을 훌륭히 지켰다.

‘백년대계’도 의미가 변한 말 중 하나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먼 훗날을 내다보고 하는 일을 백년대계라고 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백년대계는 “먼 훗날을 내다보는 대신 사람들을 속여 당장의 급한 불을 끄겠다는 근시안적 임시변통”이란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고말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사전적 의미가 변했기 때문이다.
‘오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베니스의 상인’을 ‘페니스의 상인’으로 잘못 알아듣고 ‘고추장사’라고 쓰는 걸 오해라고 했지만, 지금은 말을 제대로 듣고 올바르게 이해하는 걸 ‘오해’라 부른다. 익숙지 않은 사람을 위해 ‘오해’의 용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본다.

갑 “나 지금 배고파.”
을 “밥 먹으러 가자고?”
갑 “그건 오해야.”

‘사대강’ 역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말이다. 과거에는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을 뜻했지만, 지금은 “그리 좋은 일도 아니고 모든 이가 반대한다고 해도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갑 “너 회사 그만두고 사업한다며? 그냥 회사 다니는 게 좋겠는데.” 을 “내가 사업하겠다는 결심은 사대강이야.” 갑 “그 정도로 결심이 굳다니 할 수 없군. 사업이 잘 되길 빈다.”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이 2015년으로 연기됐다. 여기에 대해 “자주를 포기했다”는 비난이 나왔지만, 우리 대통령은 “시기 조정은 자주적인 선택”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자주’란 ‘혼자 힘으로 일어선다’는 뜻으로 쓰였다. ‘자주국방’이란 당연히 미국의 도움 없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그 뜻이 변해, ‘타인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자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떼쓰는 일’을 ‘자주’라고 부른다. 그러니 단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말한 사람은 바로 우리 대통령이며, 전작권 연기가 자주를 포기했다는 비판은 번지수가 틀렸다.
의미가 변한 단어를 장황하게 나열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어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비판을 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니 “반대를 위한 반대” “좌파적 공세” 소리를 듣는 거다.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공부를 하자. ‘공부해서 남 주랴’는 옛말은 요즘도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