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오지 않게 된 건 기르던 강아지 예삐가 죽은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예삐는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데다 발작 증세까지 보여 약을 먹고 있었지요.

8월의 어느날, 그날은 유난히 건강해 보였고 특유의 재롱을 여러 차례 부려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갔어요.

그러던 오후 다섯시반, 예삐가 좋지 않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병원으로 가던 도중

예삐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예삐를 안은 채 어찌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 이후 마음이 정리되면 블로그를 시작하자,고 생각했는데요

밀린 일이 워낙 많아 허우적대느라 글을 쓰지 못했어요.

 

 

하지만 다음 기사를 보니 갑자기 블로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8/2012092800129.html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안철수 후보가 서울대에 업적이라고 제출한 논문이

공동저자 중 한명의 석사논문을 재탕했다고 얘기합니다.

두 논문 3개의 표, 6개의 그래프 100% 일치라며 대단한 발견을 한 듯 들떠있는 모습이네요.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심난합니다.

조선일보에도 과학담당기자가 있을 테고, 꼭 과학담당이 아니라도 최소한의 성의만 있다면,

그래서 서울대 측에 어떤 연유인지를 물어보기만 했다면

이런 한심한 기사는 안 썼을 테니깐요.

 

 

 

 

1) 학위논문은 원래 학술지에 게재하는 게 원칙이다

다른 이의 석사논문과 서울의대학술지에 제출한 논문의 표. 그래프가 일치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석사를 받은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이걸 publish라고 합니다)했으니까요.

부연설명을 하자면,

석사를 받은 논문은 50부 정도만 찍혀서 모교와 국회도서관을 비롯한 몇 군데 기관에 보관될 뿐,

다른 이들이 보기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보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 내용을 요약해 학술지에 싣는 것이고요,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연구자들에게 인용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다른 이의 석사논문과 일치하냐고요?

석사논문 실험을 할 때 혼자 하는 법은 없습니다.

지도교수를 비롯해 다른 이들이 그 연구에 도움을 주지요.

그래서 석사논문을 낼 때는 단독으로 내지만,

학술지에 실을 때는 도와준 사람들을 모두 저자로 포함시켜요.

석사나 박사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할 때 저자가 열 명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건 그런 이유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공동저자에 포함된 건, 설사 그때가 군복무중이었다고 해도

석사논문을 도와준 이상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게 제 학위논문을 퍼블리시한 건데요, 저자가 네명이나 되잖습니까?

 

 

 

2) 그 당시엔 학위논문을 가지고 연구비를 신청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서울대 생리학교실에선 1988년 석사학위를 받은 연구를 가지고 1990년 서울대병원 연구비를 신청했네요.

이 대목이 이해가 안갈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엔 학위논문을 가지고 연구비신청을 한 뒤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게 관행이었거든요.

이 관행이 생긴 이유는 연구라는 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일을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어요.

우리나라는 모험적인 연구를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1년 단위로 결과보고서를 내고, 또 논문으로도 제출해야 하거든요.

만약 결과가 안나오면 연구비를 토해내야 하니까

이 일 저 일을 해본 뒤 된다 싶으면 그때 연구비를 써내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미 제출된 제자 논문을 가지고 연구비 신청을 하는 걸 이해 못하시겠지만,

그 시절엔 어느 누구도 이런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 관행은 1993년 한 야심찬 공무원의 등장으로 인해 사라지게 됩니다.

이미 제출된 석사논문 제목과 연구비신청서의 제목이 똑같다는 데 의문을 품은 그 공무원은

각 대학의 연구비를 모조리 뒤져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아냅니다.

솔직히 이 감사에 걸린 교수들은 나름대로 다 열심히 연구하는 분들이었지만,

그리고 다른 교수들도 이게 관행이었다고 역설했지만,

몇몇 교수들이 징계를 받아야 했습니다.

제자 논문을 가지고 연구비 타내!”라는 질타에 맞설 논리를 갖고 있진 못했으니깐요.

그 뒤 이런 관행은 조금 바뀌었고,

석사논문이 제출되기 이전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연구비를 신청하게 됐지요.

아까 그거랑 이거랑 무슨 차이가 있겠냐 싶지만,

조삼모사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더라고요.

어찌되었건 88년의 석사논문이 90년 연구비신청에 이용된 건 비난받을 일은 아니어요.

게다가 석사논문으로 연구비를 신청한 분은 생리학교실의 김우겸 교수님이고,

안철수 후보는 그 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조선일보는 말도 안되는 기사를 써서 안후보를 공격합니다.

이게 정말로 무지의 소치일까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기사를 읽는 독자들 중 과학계에 몸담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어요.

그저 어 정말 그러네라면서 조선의 선동에 넘어가겠죠.

알고보니 거짓말쟁이에 의혹도 많다는 댓글이 몇 개 보이더군요.

일등신문인 조선일보가 노리는 건 바로 이런 부분일 겁니다.

뉴데일리의 빛나는 활약 덕분에 한동안 조선일보를 잊고 있었는데,

조선일보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안철수 후보를 존경해오던 1인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모든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던 분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천만 이상의 안티를 거느리게 됐고,

또 상식 이하의 신문과 진흙탕 싸움을 해야 하니깐요.

그래서 전 안철수 후보가 나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왕 나왔으니 어쩌겠어요. 이렇게라도 응원해야죠.

앞으로는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올리겠습니다.

저를 다시 블로그로 불러주신 조선일보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