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과 사회

투여사님, 10% 내놔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가 오늘 있었습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캠벨과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 그리고 중국의 투유유,
이렇게 세명이 공동수상을 했습니다.
앞의 두 명은 ‘강변실명증’이라고, 사람에게 실명을 유발하는 회선사상충의 특효약을 만들어낸 공로를 인정받았고요,
투유유 여사는 말라리아의 치료제를 만들어 내 수많은 인명을 구했습니다.



한 해 200만명 가까운 인명을 살상하던 악성 기생충 말라리아는
원래 기나나무에서 추출한 퀴닌을 원료로 한 클로로퀸을 썼지만,
웬만한 나라에선 다 저항성이 생겨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노벨상에 뜻이 있는 학자들은 말라리아의 신약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죠.
기생충학에서 노벨상을 탄 두 명은 모두 말라리아를 연구했으니,
대체약을 먼저 만든 사람이 세 번째 노벨상을 탈 확률이 있었죠.


많은 나라에서 신약을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성공한 나라는 의외로 중국이었습니다.
개똥쑥으로 말라리아를 고쳤다는 전통의서에서 힌트를 얻은 투유유 여사가
‘아르테미시닌’이란 약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지요.




이 약은 말라리아에 아주 잘 들어, 2006년부터 세계보건기구는
투유유 여사가 만든 아르테미시닌을 말라리아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했습니다.
그 뒤부터 말라리아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계속 줄어들기 시작,
작년엔 60만명 선으로 떨어졌지요.



하지만 노벨위원회에선 투여사에게 노벨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매년 후보에 올리긴 했지만, 계속 다른 사람에게 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기생충학계의 명저로 추앙받는 <기생충열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씁니다.




그 사실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글세 투여사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지 뭡니까?
이건 그냥 농담이지만, 회의장에서 다음과 같은 말도 오갔다고 합니다.



그러니 투여사가 노벨상 상금의 10%는 저한테 줘야 한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기생충학에서 노벨상이 나오자 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더군요.
“서민은 도대체 뭐하냐? 노벨상도 못타고.”
하지만 이건 아셔야 합니다.
노벨상 위원회를 움직여서 투여사가 타게 만들 정도면,
제가 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


참고로 기생충학계에서는 다음 노벨상이 나온다면 그건 아마 말라리아 백신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백신을 통해 사망자를 팍 줄여버린다면 그보다 더 큰 업적이 또 어디 있겠어요?
문제는 제가 그쪽 일을 전혀 안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러느라 몇주간 업데를 못했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
아무튼 결론은, 투여사님, 10% 내놔요.

'과학과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근혜 정부와 톡소포자충  (17) 2015.03.24
관대한 채식  (28) 2014.07.12
경제학과 기생충  (33) 2014.05.23
<공부논쟁>을 읽고 김두식 교수를 배신하려 한다  (28) 2014.05.01
오세훈의 십년 꿈, 어벤져스2  (70) 201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