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주, 최영, 박제상 등등, 긴 역사만큼 우리나라엔 충신이 많았다.

더욱이 외침이 잦고 정변도 많았던 때였던만큼

충신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경우도 꽤 있었다.

시간이 흘러 왕 대신 대통령이 5년마다 교체되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명목상이긴 하지만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그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추정된다.

따라서 과거만큼 임팩트 있는 충신이 나오기가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충신이 몇 있는데,

상위 세명을 골라 그들의 업적에 대해 분석해 본다.

단,여기선 충신을 뽑을 때 꼭 국가에 이익이 됐는지보단

윗사람을 얼마나 잘 모셨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3위. 이익흥.

충신의 대명사로 꼽힌 이 말은 1956년 한 국회의원의 문제제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한 국회의원이 발언을 신청,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

[이승만 대통령이 광나루에서 낚시질을 할 때 방귀를 뀌자

이익흥 내무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데

아부질 잘하는 그런 사람이 장관 노릇을 하면 대한민국의 위상이 서겠는가?]

방귀를 뀌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막상 뀌고 나면 민망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럴 때 “시원하겠다”든지 “소리 들어보니 건강하구나” 같은 말을 옆에서 해주면

그 민망함이 줄어들게 마련,

이익흥은 현대사에 보기드문 충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옆에서 말 한마디 한 거 가지고 뭘 충신 대접을 받느냐,

아부와 충성은 구분해야 한다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고,

게다가 이익흥이 실제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

그 국회의원이 “이익흥은 그렇게 말할 사람이다”라고 했다는 게 진실이란 설도 있어

그 말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3위밖에 안되겠다.

 

 

 

2위 장세동.

현대판 충신의 대명사인 장세동은 5공화국 시절 안기부장을 하면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만큼 실세로 군림했다.

그는 경호실장 시절 “어른(전두환)이 찾으면 3분 이내에 출두했고,

어른이 쓰는 것과 똑같은 향수를 뿌리고...술자리에서도 각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바로 옆자리에 앉아 메모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높게 평가하는 건, 전두환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그에 대한 충성심이 계속됐기 때문.

“사나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라든지

“어른을 구속하려 들 경우에는 내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는 한이 있어도 막을 것이다”

같은 명언도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어른으로 인해 세 차례나 감옥에 다녀오고 난 뒤 앞으로 계획을 묻자

“먼저 어른을 찾아뵙고 결정하겠다”고 답변해 진정한 충신이 뭔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충성심을 깎아내리는 비판론도 있다.

장세동이 감옥을 다녀와 어른한테 인사를 하자 전두환은 18억원을 그에게 위로금으로 줬고,

그 후에도 8차례에 걸쳐 30억원을 하사했단다.

개그맨 허경환은 “이 정도 생기면 안웃겨도 되잖아”라고 하던데,

저 정도 받으면 그만큼은 해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장세동의 충성엔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됐다고 한다.

게다가 장세동은 충성심을 가지고 자기 이미지를 쌓아올렸는데,

이제 와서 배신하면 그간의 충성이 다 허사가 되지 않는가?

그가 1등이 아닌, 2등에 그친 이유다.

 

 

 

 

1위. 권재진 법무장관.

권재진은 200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비서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비서를 하던 이가 법무장관이 되면 대선과 총선의 공정한 관리가 어렵고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권재진이 장관에 임명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으니, 하나마나한 비판이었다.

민정수석 때도 각하에 대한 드높은 충성심을 보여줬던 그는

법무부장관이 된 뒤 본격적으로 충신의 행보를 걷는다.

검찰이 내곡동 사저의혹 관련자에게 전원 무혐의 판정을 내린 것,

장진수 주무관의 폭로로 다시금 도마에 오른 민간인 불법사찰의혹에 윗선이 없다고 발표한 것도

사실 권재진의 빛나는 활약이 아니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다.

우리가 검찰을 욕하기보단 권재진을 칭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건데,

놀라운 건 그가 별다른 대가도 없이 충성을 한다는 거다.

현 대통령은 이제 8개월만 있으면 임기가 끝나지만,

이익흥 시절엔 이승만이종신집권을 할 거라고 믿었기에 이익흥에 필적할 충신들이 바글바글했다.

장세동은 위에 적은 바와 같이 18억과 30억의 현금을 받았던 게 충성심에 불을 붙였고,

아직도 어른에게 수많은 돈이 있을지 모른다는 게 그 이후의 충성을 설명해준다.

게다가 장세동은 충신의 대명사로 꼽히는 등 충성을 할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 반면

권재진은 욕만 디립다 먹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진 충신이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권재진이 현대사에 길이 남을 충신임이 입증되지만,

더 기대되는 게 그의 충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다.

각하가 워낙 신출귀몰했던만큼

임기말에 가까워질수록 권력형 비리의혹은 수없이 터져나올 테니 말이다.

다른 수많은 인사들을 제치고 권재진을 1위로 뽑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권재진 씨, 앞으로도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현대사를 넘어 한국사 all-time 1위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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