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와 빵셔틀

 

 

 

“나 크림빵 먹고픈데, 오늘은 누가 사올래?”
새누리고등학교 1학년 5반에서는 오늘도 빵셔틀이 벌어진다.
신기한 건 이게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점이다.
크림빵이 먹고 싶다는 반장의 말에 여기저기서 손을 든다.
“나!” “내가 갈래!” “오늘은 나 한번만 시켜주라.”
한껏 거드름을 피우던 반장은 관악이를 지목한다.
관악이는 기뻐서 깡충깡충 뛴다.
“야, 이게 얼마만이야. 27일만인가?”
반장은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낸다.
“크림빵이 1,500원이니까 이거면 충분할 거야. 남는 돈은 가져.”
관악이는 놀란 표정으로 손사래를 친다.
“아니야. 네가 빵을 먹는데 왜 네 돈을 내? 내 돈으로 사올게.”
말을 마친 관악이는 잽싸게 매점으로 달려간다.
다른 이들은 관악이를 부러운 듯 쳐다본다.

 

 

1학년 5반의 자발적 빵셔틀은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됐다.
다른 반 아이가 물었다.
“야, 너희는 왜 그렇게 살아? 반장이 무서워서 그래?”
5반 아이들은 화를 낸다.
“네가 우리 반 반장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 이건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
다른 반 아이는 여전히 이해를 못한다.
“야, 그런데 왜 반장이 먹는 빵값을 네가 내? 반장은 건물이 몇 채인 부잣집 아들이지만,
너희 집은 쥐뿔도 없잖아.“
5반 아이는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무슨 소리야. 친구간에 부자. 가난뱅이가 어디 있어? 다 같은 친군데.”
다른 반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갈 길을 갔다.
‘완전 호구네, 호구.’

 

 

그렇다고 해서 빵셔틀에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반장에 대해서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던 것.
“야, 우리 반장 말야. 초등학생들 삥 뜯더라? 본 애들이 한둘이 아니야.”
“걔가 맨날 일등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선생님들이 시험지 인쇄를 걔한테 맡긴대.”
“얼마 전에 입원한 오성이 있지? 그거 사실 반장한테 맞아서 그런 거래.”
결국 아이들은 반장한테 찾아가 진상을 묻기로 했다.
“반장, 말해봐. 이게 다 사실이야?”
반장은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들을 쳐다봤다.
“도대체 누구야? 누가 그따위 소문을 퍼뜨리는 거야?”
아이들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반장은 한숨을 푹 내쉰 뒤 입을 열었다.
“그 소문, 재인이가 퍼뜨린 거 맞지?”
아이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너희들, 무현이라고 알지? 애들 괴롭히다 걸려서 전학간 무현이 말야. 재인이가 사실 무현이 꼬봉이었어.”
아이들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나타났다.
“지, 진짜야? 재인이가 무현이 꼬봉이었어?”
“어쩐지. 좀 이상하다 했어.”
“거봐. 내가 걔 말 듣지 말자고 했잖아.”
반장은 앞에 있는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정신 차려. 무현이가 짱 먹던 시절이 그리워? 엉?”
아이들은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아유, 그런 말 마. 우리한텐 네가 영원한 반장이야.”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반장은 씩 웃었다. 그 직후 열린 반장선거에서 반장은 다시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됐다.

 

한번은 아이들 서른네명이 반장한테 두들겨 맞아 입원한 적이 있었다.
워낙 큰 사건이라 이 사건은 학교 전체의 이슈가 됐고, 그 부모들까지 학교에 찾아와서 항의했다.
학부모들 앞에 나간 반장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치료비도 다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1학년 5반에는 이런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야, 저번에 반장한테 맞은 애들 말야, 맞을 짓을 해서 맞은 거래.”
“정말이야? 그럼 그렇지. 반장이 괜히 애들을 때리겠어.”
반장 집에서 진상조사는커녕 치료비도 주지 않자 학부모들은 반장 집으로 찾아갔지만,
아무리 벨을 눌러도 반장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웃집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거 좀 조용히 합시다. 품위없게 뭡니까? 떼로 몰려다니고.”
“그러게요. 애들끼리 싸운 걸 가지고 왜 부모가 나서고 난리인지.”
그 직후 열린 반장선거에서 반장은 다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오늘은 소보로빵이 먹고 싶은데, 누가 사올래?”
“나! 나 좀 시켜줘.” “오늘은 내가 갈래. 넌 어제도 갔잖아.”
반장이 한 아이를 지목했고, 그 아이는 신이나서 매점으로 뛰어나간다.
새누리고등학교 1학년 5반의 평화로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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